평안남도 평양에서 태어난 이봉관 서희그룹 회장은 경희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순천향대학교에서 경제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봉관 회장은 건설업계는 물론 재계 전체를 통틀어서도 몇 남지 않은 ‘자수성가형’ 오너로 꼽힌다.

그는 1994년 서희건설을 설립한지 20년여 만에 매출 1조 3000억원대의 중견 건설사로 키워냈다. 이 회장에게 ‘건설신화’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이유다.

서희그룹 창업주 이봉관 회장은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 공채 2기 출신으로 1970년 3월부터 1983년 2월까지 포항종합제철에서 근무했다. 이 시절 그는 깐깐한 사원으로 불렸다.

이와 관련된 일화가 하나 있다. 1970년대엔 공문서 양식이 올리는 직원마다 달랐다. 당시 현장 과장이 회사 양식과 맞지 않는 기안지을 냈다. 이봉관 회장(당시 사원)은 “규정에 맞지 않으니 고쳐서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현장 과장은 “내용이 중요하지 왜 불필요한 것으로 귀찮게 하느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이봉관 회장은 그 기안지를 볼펜으로 쫙 그어버렸다. 훗날 그는 이유에 대해 “저의 이같은 행동이 남들에겐 고집불통으로 보였을 테지만, 규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칙에 충실할 때 융통성도 나오는 법입니다.”라고 밝혔다.

이후 이봉관 회장은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인 유성티엔에스의 모태인 한국신통운을 1983년 인수해 회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서희그룹의 모기업이자 지주회사 격인 유성티엔에스는 포스코 등 대형 거래처를 확보하면서 철강제품 전문 운송업체로 성장했다.

1992년 광양에 강판 및 형강 공장을 설립해 철강 분야에도 진출했다. 화물 분야에서 현대제철 등 우량 화주로부터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해 사업기반을 확보했고 철강 분야에서는 계열 건설사인 서희건설에 지속적으로 철강재를 납품하며 외형 성장세를 높였다.

이봉관 회장은 1994년 서희건설을 설립하며 건설업계에도 진출을 시도했다. 운송업과 철강업에서 그럭저럭 자리를 잡을 무렵 지인에게 건설업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다만 그는 성격상 모험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봉관 회장은 돈을 빌리지 않고 공사할 수 있는 건설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이름은 서희건설로 정했는데 이는 세 딸(은희, 성희, 도희)의 돌림자 ‘희(熙)’와 숫자 3의 경상도 사투리 ‘서이’를 합친 말이다.

서희건설은 설립초기 위험성이 큰 아파트 사업보다는 병원, 학교, 교회, 군부대 등 이윤은 많지 않지만 당장 수금이 가능한 분야를 공략했다. 청운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영산성전, 경희대학교 기숙사, 인제대 부산백병원 등이 모두 서희건설 작품이다. 이에 집중한 서희건설은 중견건설업체로 성장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 서희스타힐스 브랜드로 아파트를 건설하는 등 꾸준히 성장했다.

이렇게 철강, 건설 등 여러 분야에 진출해 사세를 키운 서희그룹은 2009년 4월 고속도로 휴게소 및 주유소 운영권을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수주 받아 예산(당진)휴게소, 함평나비(무안)휴게소 등 5곳의 휴게소와 주유소 등도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창립 38주년을 맞은 서희건설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작년보다 10계단 오른 23위를 달성하며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이봉관 회장은 “지난해 서희건설은 경기침체와 코로나19 등 각종 어려움에 부딪혔지만 투자 확대 등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오히려 더욱 큰 성과를 이뤄냈다”며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지속적인 혁신과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