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리바게뜨 매장에 빵과 재료를 배송하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운송 거부 파업에 이어 대규모 불법 집회까지 강행하면서 비판을 사고 있다. 애꿎은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은 매출 감소 우려를, 인근 시민들은 교통 불편과 소음 피해를 호소했다. 거리두기 방역 지침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마저 새어나온다.

 

민주노총 화물연대는 지난달 30일 SPC삼립 청주공장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었다. 당초 ‘화물연대본부 투쟁승리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 장소였던 SPC 청주공장 정문 주출입로가 경찰 병력에 통제되자 인근 8차선 도로 2개 차선을 점거하고 오후 2시부터 본격적인 농성을 시작했다.

 

이곳엔 시내버스 정류장(정식품·킹텍스)이 있는데 이들이 불법 점거한 탓에 버스가 정차하지도 못했다. 이들은 3열로 나란히 앉아 ‘합의이행 노조파괴 중단’, ‘공권력 투입 문재인 규탄’ 등의 피켓을 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줄 행렬은 자그마치 500~600m에 달했다.

 

충청권을 포함해 수도권, 경북, 전북 등 전국에서 수백명의 조합원들이 집결했다. 또한 전국 경찰 기동인원들도 속속 도착해 도로를 통제하고 방송차량을 통해 △미신고 집회 등 집시법 위반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행위를 거론하며 즉시 집회해산을 독촉했다. 그럼에도 민주노총 화물연대는 집회를 계속해서 이어갔다.

 

민노총 관계자는 엠프방송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경찰병력을 동원해 안정적인 집회 진행을 파괴하고 있다”며 “노골적인 SPC 자본 편들기와 문재인 정부를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사태 발단은 지난달 2일 민주노총 화물연대 광주본부 2지부 파리바게뜨지회가 물류 노선 증·배차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운송 거부 파업에 나선 일이다. 앞서 민주노총 소속 배송기사들은 SPC그룹과 계약한 운수사 측에 증차를 요구했고, 운수사를 이를 받아들여 화물 차량 2대를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국노총 소속과 민주노총 소속 배송기사들이 서로 유리한 노선을 차지하려고 갈등이 벌어졌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측은 한국노총 소속 배송기사의 요구안은 배제한 채 본인들의 요구안을 수용하라고 촉구하며 파업을 단행했다. 노노갈등이 격화하면서 민주노총이 운송 거부에 돌입한 셈이다.

 

이후 파업은 전국 10개 파리바게뜨 관련 물류센터가 있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됐다. 지난달 17일부터는 세종공장에서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 100여명이 공장 정문을 막아 농성을 벌였고, 같은달 23~24일, 26일~29일엔 또 다른 조합원들이 SPC삼립 청주공장에서 불법 농성을 벌이고 물류출하를 저지하기 위한 집회를 강행했다.

 

이날 민주노총 화물연대 집회를 향한 시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파리바게뜨 일부 가맹점주들은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로 매출 타격을 호소하고 있다. 한달 가까이 재료와 빵을 공급받지 못해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인근 시민들도 피해를 호소하긴 마찬가지다.

 

청주에서 11년 넘게 택시업무에 종사한 김승수씨는 “일주일 가까이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한 공공운수노조들 때문에 이곳을 지나갈 때 차량 정체는 감히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본인들의 요구를 관철할 때까지 계속 시위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 이러한 시국에 집회하는 건 상당히 시기적절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태뿐만 아니라 민노총의 횡포를 보고 있자니 말문이 막힌다”며 “이들은 노동 존중이라는 설립 취지와 달리 노노간의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행태를 비추는 것도 모자라 자녀 고용세습 특혜를 주장하는 바이다. 이러한 갑질 행태를 보면 과연 민노총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용자씨는 “지난주부터 청주 SPC 삼립공장에서 물류 출하를 저지하는 등의 불법 농성을 이어왔는데 그로 인한 주변 소음피해가 심각했다”며 “전국적으로 코로나19 4차 대유행 시국인지라 강제적으로 집회를 해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서영순(가명)씨는 “소음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고 강력한 공권력이 요구되는 바이다”며 “노사간의 갈등·대립으로 인해 애꿏은 국민 피해만 가중되는 현실이다”고 하소연했다.

 

시민들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이날 민주노총 화물연대는 뒤늦게 충북 청주 도심 5곳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대규모 집회를 취소하고 충북도청 앞에서 10·20 총파업 선포 및 노정 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으로 대체했다. 이들은 “2배 넘게 늘어난 노동강도를 낮추려고 SPC와 네 차례 합의했지만, 사측은 약속을 뒤집었다”고 밝혔다.

 

반면 SPC그룹은 화물연대 요구가 물류 담당 계열사와 위·수탁 계약한 운수업체 노사 간 협의할 사안이며 원청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SPC 청주공장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화물연대 집회에 참석한 조합원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집회 주도자 등 33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12명으로 구성된 수사 전담팀이 집회에서 채증된 자료 등을 판독하고 있다”며 “불법행위의 경중을 따져 엄정하게 사법처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