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재정 적자와 정규직 전환 논란 등 위기에 빠진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반등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면서 김경욱 사장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취임 초부터 총선에서 낙선한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 논란에 시달렸던 그가 인국공의 경영 정상화보단 정치적 행보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비판을 사고 있다.

 

 

구본환 전 인국공 사장이 지난해 9월 인사권 남용 등을 이유로 해임된 지 4개월 만에 수장에 오른 김경욱 사장은 취임 전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정부에서 국토교통부(국토부) 교통물류실장, 기획조정실장, 제2차관을 지낸 그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당시 인국공 노조에선 김 사장의 취임을 두고 거세게 반발했다. 인국공 역대 사장 9명 중 국토부 출신 인사는 김 사장을 포함해 6명이나 된다는 점에서 낙하산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다. 전문성은 결여된 전형적인 정부·여당의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다.

 

인국공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졸속 정규직 전환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 면세점 유찰 등 굵직한 현안 해결을 위해 전문성과 덕망이 있는 신임 사장을 기대했지만 총선에서 낙선한 관료가 사장으로 내정됐다”고 반발했다.

 

이어 “백수, 청년실신시대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수많은 청년들이 취업 한파로 생계위협을 겪고 있는 와중에 인천공항에서는 노력하지 않아도 힘만 있으면 낙하산 사장이 될 수 있다”며 “인천공항 사장 자리에 낙하산 임명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장기호 노조위원장은 “여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인천공항 수장에 비항공전문가이자 국회의원 배지만을 바라보는 정치인이 내정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인국공 노조는 김 사장의 취임 날 ‘졸속 정규직 전환 강행하는 낙하산 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공사 청사 내에서 출근 저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다 김 사장이 노조위원장과 별도 면담을 가진 후 상황은 일단락됐다.

 

김 사장은 취임사에서 “개항 20주년을 맞은 인천공항이 개항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임직원 전체의 지혜를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사장 취임 이후 인국공의 경영 상황은 오히려 악화한 것으로 드러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인국공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국공의 매출은 2019년 2조7592억원에서 2020년 1조978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4426억원으로 급감할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 감소흐름은 더 심각하다. 2019년 1조2878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0년 3705억원으로 감소했다. 김 사장이 취임한 올해는 영업손실이 1조427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오히려 3배 가까이 악화될 것으로 추산됐다.

 

영업이익 감소에 따라 당기순이익도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당기순이익 8634억원에서 2020년 순손실 4228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올해는 당기순손실만 8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점쳐진다.

 

인국공의 적자행진은 부채비율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9년 31.1%에서 2020년 46.5%로 오른 데 이어 올해에는 73.4%로 급증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2023년에는 118.9%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노노 및 사회적 갈등도 여전히 답보 상태다. 기존 정규직과 정규진 전환 대상자의 갈등에 더해 직고용 전환을 두고 대상자들 사이에서도 직고용을 요구하는 측과 자회사 잔류의견이 나뉘며 노노 갈등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 김 사장이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김 사장은 최근 본인의 유튜브 채널인 ‘김경욱 TV’에 충주시민에게 인사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김 사장은 “몸은 멀리 떨어져있지만 언제나 충주 시민들 생각을 하고 충주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말했다.

 

인국공 사장으로 취임될 당시에도 김 사장은 “인국공 사장에 임명돼도 정계를 떠나는 건 아니다”며 “주말 등 시간이 날 때마다 충주를 찾아 민심을 챙기겠다”고 말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김 사장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충주 시장에 도전할 거라는 주장이 나온다.

 

김 사장이 위원장으로 있던 더불어민주당 충북 충주지역위원회는 김 사장이 인국공 사장으로 임명된 지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새 위원장을 선출하지 않고 박상호 위원장의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김 사장은 주말마다 충주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5월 충주여성포럼 회원들과 함께 탄금호 주변 환경정화 봉사활동에 참여했으며, 광복절에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광복절 맞이 충북 민생탐방을 떠났다. 이로 인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중심으로 인국공 직원들이 김 사장을 향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충주 시장에 도전한다면 보궐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종배 의원은 충북도지사 후보 유력 주자로 분류되고 있으며 김 의원이 국회 예결위원장으로 당선됐을 때 충북 시내 곳곳에 축하 현수막이 걸려 눈길을 끌었다.

 

인천국제공항이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하락과 직고용 논란 이후의 진통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사장이 정치권에 미련을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사장으로써의 자질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국공 홍보팀 관계자는 “회사 사장이 휴일에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까지 파악하고 있지는 않다”며 “공식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