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평화 포장된 권력 살찌우기에 자유민주주의 근간 흔들린다

168석 슈퍼여당, 권력독주 무시한 채 공수처 설치강행
가짜뉴스 핑계 언론중재법, 국민 눈·귀 막는 악법 우려
北주민 인권회복 위한 대북전단, 법안까지 만들어 규제

허경진 기자(kjheo@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10-12 00:03:00

▲ 거대여당의 법안 졸속처리로 민주주의의 근본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언론단체 및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 계단에서 ‘언론7단체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조성우 차장|허경진·양준규·임소율 기자]168석에 달하는 의석수를 앞세워 무소불위의 입법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여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사회적 부작용 우려에 따른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당에 유리한 법안을 강행처리하고 있어서다. 특히 국민을 위한다는 미명 아래 처리된 수많은 법안들은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권리마저 침해해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개혁’ 포장된 수사·언론기관 탄압에 국민 자유권 휘청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 입법은 초기부터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수사 전담기관으로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 등에 대한 기소권을 갖는 기관이다.

공수처는 민주당계 정당 및 시민단체에서 설치를 주장해온 기관이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로 인해 권력층 범죄 봐주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과 함께 검찰의 기소 독점을 견제하기 위한 기관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수처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공수처 설치에 속도가 붙었다. 2018년 발표된 청와대의 권력기관 개편안에 공수처 설치가 포함됐다. 특히 여당의 21대 총선 압승 이후 공수처는 그 모습을 드러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설치법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결과였다.

당시 제1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공수처 설치법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극렬히 반대했다. 공수처가 출범할 경우 판·검사들이 공수처의 눈치를 보게 되고 진영·정파 논리에 따른 잘못된 판결과 수사가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권 연관 수사 은폐, 정적 제거 등에 악용될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해당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까지 진행했지만 당시 180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독주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민주당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기존 7명 중 6명에서 3분의 2로 완화하는가 하면 여야가 10일 이내에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대신 학계 인사 등을 추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하며 공수처장까지 단독으로 임명했다.

마침내 공수처가 그 모습을 드러냈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공수처장에 대해서는 독립성을 보장해야 하는데 여당의 독주로도 공수처장 임명이 가능하다”며 “공수처장이 독립되지 못하면 삼권분립이 위협받고 결국 국민의 자유가 위협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 이호연] ⓒ스카이데일리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법 등 거대 여당이 졸속으로 법을 통과시키면서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민주주의의 근본 취지가 무너진다는 것이다”며 “법의 통치(법치)가 돼야 하는데 법에 의한 통치가 되면 통지자의 뜻에 따라서 모든 일이 이뤄지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다”며 “국민은 여야가 협치를 해서 합의된 법을 만들어 국민 생활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여당의 권력기관 개혁 입법 중 하나인 국정원법 개정안 역시 국민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국정원 업무에서 대공(對共) 수사권을 삭제하고 국내 정보 수집의 대폭적인 제한이다. 국정원의 기능을 해외와 북한에 집중시키고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안보침해 행위에 관한 정보 수집은 북한과 연계된 경우에만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여론 안팎에선 대공수사권을 경찰에게 이관하는 것이 권력분산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찰이 해당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워 국민 보안, 치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전 교수는 “대공수사권은 우리나라 안보과 직결된 문제로 오픈되지 않고 폐쇄적으로 비밀리에 정보를 수집하고 기획하는 것이 필수다”며 “경찰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수사기관이다 보니 국정원이 하는 역할을 수행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대국민 보안 문제, 치안 문제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가짜뉴스 근절’을 외치며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 역시 논란을 빚고 있다. 언론중재법은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및 열람차단청구권이 핵심 쟁점이다.

국내·외 언론단체들은 언론중재법이 언론탄압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고 기자들의 공포감을 키워 제대로 된 취재를 할 수 없게끔 만든다고 지적하고 있다. 종국엔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반발 여론이 거세자 현재 민주당은 여러 단체에 우려에 최대 5배 징벌적손해배상 규정에 대해 ‘충분한 손해배상이 되도록 하되 보도 경위나 피해 정도에 따라 증액한다’는 수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람차단청구권과 관련해서도 ‘사생활의 핵심 영역의 침해’의 경우에 국한해 유지시켜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국민의힘은 해당 조항들의 완전 삭제를 주장하고 있다.

전 교수는 “자유민주의 국가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있고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언론의 자유다”며 “가짜뉴스의 개념이 애매한데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면 언론이 제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 국민들 역시 헌법에서 보장하는 알권리를 침해받게 될 것이다”고 피력했다.

표현의 자유, 북한주민 인권 외면한 대북전단금지법…활동가 인권 묵살 논란도

민주당은 지난해 12월14일 ‘대북전단 금지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문을 통해 대북전단 살포를 비판하자 정부가 대북전단 금지법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마자 진행된 일이었다.

대북전단금지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 행위·대북 확성기 방송 등 남북합의서 내용을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대북전단 살포 등이 한반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정부의 통일 노력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 전문가들은 대북전단금지법은 활발하게 대북활동 중인 시민사회 단체 및 인권 운동가들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뿐만 아니라 자유를 심각히 침해하고 과도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등 북한 인권 관련 시민단체들이 대북전단 금지법의 조속한 폐기 및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모습. ⓒ스카이데일리

반면 국민의힘 및 국내·외 단체들은 시민단체의 활동을 억압하는 것이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입법 횡포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심지어 외국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톰랜토스 인권위원회는 대북전단금지법을 개정해야한다는 이례적인 청문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톰 랜토스 인권위 공동의장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대북전단 금지법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위반이다”며 “한국 정부가 근본적으로 북한과 중국의 인권 문제에서 후퇴했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자유와 건강, 복지를 포함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기의 비확산, 남북관계에서의 신뢰 구축 시도 등은 실수다”고 지적했다.

칼 거쉬먼 미국 민주주의를 위한 국가원조기금 회장 역시 미국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은 대북전단이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다”며 “한국은 북한을 달래려고 하다 평화 도모는커녕 한국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만 손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진기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는 대북전단금지법을 두고 한반도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전면 위배할 뿐만 아니라 북한 인권 보호를 국가가 나서서 차단시키는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후안무치한 행위에 불과하다”며 “대북전단이라는 것이 폭탄도 아니고 기껏해야 USB, 종이전단, 사진, CD 등에 불과한데 이러한 물건으로 체제의 위협을 받는다면 공산주의 체제는 반드시 무너져야 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북전단금지법은 활발하게 대북활동 중인 시민사회 단체 및 인권 운동가들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뿐만 아니라 자유를 심각히 침해하고 과도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19조와 22조에도 직접 위반된다”며 “북한 주민들의 해방을 위해 노력하는 국내 탈북자 단체들에 대한 직접적인 협박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