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권에 재취업한 경제 관료가 지난 정부보다 훨씬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분당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전직 대법관과 검사장을 비롯한 고위 법조인들의 ‘전관예우’ 문제가 다시 불거진 가운데 이를 타파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에서 오히려 관료의 ‘전관예우’가 심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시중은행·보험사·저축은행·증권사·카드사 164곳을 조사한 결과,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7~2020년에 경제부처 및 기관 근무자 250명이 금융권에 재취업했다고 밝혔다. 이는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3∼2016년 금융기관 취업자 199명과 비교하면 25.6%나 증가한 규모다.

 

용혜인 의원실에 따르면, 제1금융권과 저축은행 재취업이 2배 가까이 많았다. 1금융권에 재취업한 경제관료 출신은 70명으로 박근혜 정부 때 37명보다 89.2% 증가했다. 저축은행은 50명에서 72명으로 늘어 44.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이들 경제 관료 가운데 기획재정부 출신은 43명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의 39명보다 4명 늘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스카이데일리

 

금융권 재취업 경제 관료는 대체로 고위급 공무원이었다. 용혜인 의원실은 “일부 금융기관의 자료 협조가 원활하지 않아 절반 이상의 경력자 퇴직 시 직급을 알 수 없었으나, 직급을 알 수 있는 경우 89%가 1~4급 퇴직자였다”고 분석했다.

 

용혜인 의원은 “세월호의 교훈을 새겨야 할 문재인 정부가 느슨한 제도 개선으로 ‘관피아·모피아’ 청산에 실패했다”며 “관료와 금융이 결탁한 카르텔이 굳건한 이상 경제금융개혁과 부패 청산이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모피아’는 옛 재무부(기획재정부)를 뜻하는 MOF(Ministry of Finance)와 마피아(Mafia)를, ‘관피아’는 관료와 마피아를 각각 합성한 단어다.

 

용 의원은 이어 “상당한 실무 경험과 권한을 쥐고 인맥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을 금융권이 주로 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21대 국회와 차기 정부는 낙하산 방지, 이해관계자 이력 추적 및 공개, 공직자윤리법의 강화 등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도 비슷한 문제 제기를 한 바 있다. 지난달 조태용 의원은 “퇴직 공직자가 재취업하려는 곳이 기존 업무와 연관성이 있어도 공공의 이익 등에 부합하면 예외규정을 적용해주는 ‘취업승인’ 제도가 남발되고 있다”며 “임기 말 친정부 인사의 낙하산 인사를 위한 면죄부로 활용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