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숨통 옥죈 K방역 낙관론, 결국 최악의 상황 만들었다

매출 절벽에 생계유지 한계 도달한 소상공인·자영업자
K방역 희망고문, 실효성 논란 방역규제 근본원인 지목
“정부가 초래한 회생불능 상황…서둘러 대책 내놔야”

이창현 기자(chlee@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10-08 00:07:00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증가함에 따라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시름이 날로만 커져가고 있다. 사진은 건대 맛의 거리. ⓒ스카이데일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와 정부의 물리적 방역규제로 국민의 일상은 180도 바뀌었다. 대면 만남을 강제로 규제하다보니 각종 모임, 행사 등은 현저히 줄었고 평범한 외부활동조차 꺼리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일상생활의 변화는 예상치 못한 피해자를 낳았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대표적이다.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 조치라는 직접 규제 외에 사적만남 제한 등의 간접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점포 매출이 크게 하락해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정부의 방역규제가 유지되고 있음에도 코로나 확산세는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급기야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소식마저 들리는 모습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만난 자영업자·소상공인 역시 이미 마음은 죽은 것과 다름없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영업제한·매출감소·비용부담 삼중고…생존절벽 내몰린 자영업자들 “이젠 회생불능”

지난달 초 한국경제연구원이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자영업자 500명 대상으로 ‘자영업자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4명(39.4%)은 현재 폐업을 고려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을 고려중인 자영업자들 중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3개월 이내 폐업을 예상한다고 답변한 비율은 33.0%에 달했다.

자영업자 중 90%는 올해 상반기 대비 4차 대유행 이후 월평균 매출액이 크게 감소했다고 답변했다. 매출 감소폭은 평균 26.4% 가량으로 매출뿐 아니라 순이익도 큰 폭으로 함께 줄어들었다고 부연했다.

그런데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느끼는 피해 정도는 통계상의 수치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콜라텍’ 2곳을 운영하는 강명구 씨의 경우 코로나로 손님이 크게 줄어 근근이 영업을 이어가던 도중 난데없이 영업금지를 통보받게 돼 수개월째 수입이 제로인 상태라고 밝혔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 이호연] ⓒ스카이데일리

강 씨는 “현재 서울에 적용 중인 거리두기 4단계에선 유흥시설로 분류된 유흥·단란주점, 클럽·나이트, 감성주점, 콜라텍·무도장 등은 영업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영업을 중단한 지 대략 15개월 정도 됐는데 그 사이에 임대료로만 9억원이 나갔다”고 토로했다.

이어 “처음엔 ‘짧고 굵은 방역’이라는 정부의 말을 믿고 아무리 길어야 2~3달 가량이라고 생각해 직원들을 내보내지 않고 어렵게 버텼다”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코로나19 확산세는 잠잠해지지 않았고 그제야 정부의 방역규제가 몬가 잘못 됐구나 느꼈는데 이미 그 때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문을 닫고만 있어도 한 달에 전기세만 대략 250~280만원 정도 나왔고 임대료도 꼬박꼬박 지급했다”며 “시골의 땅과 집을 팔아 간신히 폐업을 하지 않고 버텼는데 이젠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강 씨는 “요즘 뉴스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의 자살 소식이 나오는 걸 보면 고인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남 일이 아닌 것 같다”며 “사실 언론에 등장하는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등의 사례는 더욱 많다”고 토로했다.

2019년 8월 단란주점을 오픈한 차재석 씨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수입이 뚝 끊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심지어 그는 경제적 문제로 가정불화까지 생겨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됐다.

차 씨는 “코로나19 이전엔 한 달 매출이 1000만원 가까이 됐는데 집합금지 업종으로 분류돼 문을 닫으면서 곧장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됐다”며 “아내와 이혼까지 하게 됐고 현재는 일용직 잡부로 일을 하면서 아이들 셋을 간신히 키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지난해엔 중간에 몇 번 문을 열기도 했으나 올해는 벌써 수개월째 한 번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며 “매 월 임대료를 포함해 각종 공과금 등으로 200만원 정도가 고스란히 빠져나가는데, 이미 모아놓은 돈도 다 쓴 터라 지금은 임대료, 공과금 등이 6개월째 밀려 있는 상태다”고 부연했다.

자영업자 자살 내모는 K-방역 낙관론…“손실보상, 정책 대전환 시급”

최근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의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0년 넘게 서울 마포의 유명 맥주집을 운영했던 50대 자영업자가 경영난과 생활고를 버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전해졌다. 전남 여수에선 치킨집 사장이, 강원도 원주에선 유흥업소 점주가 같은 선택을 했다.

▲ 일반식당에 비해 집합금지업종으로 분류된 자영업자들의 피해는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을 닫아도 임대료 및 전기세 등 고정지출은 꾸준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차재석 씨가 운영하는 점포 내부. ⓒ스카이데일리

다수의 자영업자와 전문가들은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들을 죽음으로 내 몬 주체는 정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섣부른 낙관론에 따른 늑장 대처와 현실과 동 떨어진 구제 대책 등이 희망까지 잃게 만드는 결과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발표할 때 ‘짧고 굵게’를 강조하며 곧 사태가 진정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확진자가 늘어났고 정부 방역규제도 장기화됐다. 거리두기 낙관론을 펼친 정부는 백신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사태가 장기화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졌다.

거리두기 낙관론→백신수급 차질→코로나 확산세 장기화 등의 악순환의 고리로 자영업자들은 최악의 상황까지 내몰렸지만 정부의 구제 대책은 현실과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특히 자영업자에 대한 보상 수준이 높고 보상 체계가 비교적 잘 갖춰진 선진국과 대조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미국 같은 경우 연방정부에서 실시하는 ‘급여보호 프로그램(PPP·Paycheck Protection Program)’ 제도가 있는데 이는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가 직원의 급여, 임차료, 각종 공과금 지급에 사용할 수 있는 무담보 저금리 대출이다. 대출금을 수령하고 8주 내에 직원 수와 급여 수준을 유지하고 대출금의 60% 이상을 급여로 소진하면 대출금 상환이 면제된다.

독일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한 자영업자에게 임차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차등 지급했다. 올해 상반기엔 최대 5000유로(692만 원) 한도로 2019년 매출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가로 지원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해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보상수준 및 체계를 확립해 자영업자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을 선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확진자 수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감시와 통제’ 중심의 거리두기 방역체계의 한계를 인정하고 서둘러 방역 방식의 대전환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서민경제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한 시기다”며 “무작정 재난지원금 뿌리기보단 집합금지명령으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은 업종에 대해 직접 실사에 나서고 손실규모를 명확히 추정해 현실적인 피해구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국민이 막대한 손해를 입었지만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자영업자의 피해는 특히 심각하다”며 “지금과 같은 상태가 계속 유지될 경우 줄폐업과 더불어 그 이상의 충격적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빠른 시기 내에 현실적인 피해구제 대책과 방역방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