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정의선 체제 하에서 ‘100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밑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수소 경제 등 4대 신사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4일을 기점으로 정 회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취임 후 1년 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 차량용 반도체 품귀 등 각종 악재가 전 세계 완성차 업계에 닥쳤는데도 불구하고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실적을 꾸준히 개선해 나갔다.

현대차·기아는 미국과 유럽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고급차 판매 비중을 늘리며 실적을 선방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올 1~9월 전 세계 판매량은 505만여대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량 증가가 두드러졌다. 올 1~9월 미국 내 자동차 전체 판매량이 13.3% 증가하는 동안 현대차·기아 판매량은 무려 33.1% 성장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0%로 지난해 대비 1.5%p 높아졌다.

올 1~8월 현대차·기아의 유럽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3% 늘었다. 이에 현대차·기아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7.1%에서 올해 8.1%로 1.0%p 상승했다.

SUV, 고급차, 고성능차 등의 판매 비중도 늘었다. 올 1~9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제네시스 판매량은 14만4000여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증가한 수치다.

친환경차 시장에서도 판매 실적이 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 1~9월 53만여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8% 증가한 수치다. 수소전기차를 포함한 전체 전기차 판매는 17만여대로 지난해 대비 70% 늘었다. 수소전기차 ‘넥쏘’는 지난해 세계 수소전기차 중 최초로 누적 판매 1만대를 넘어섰고 올 연말께 2만대의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극심한 어려움 속에서도 빛난 정 회장의 경영 능력을 두고 시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 회장이 취임한 이래 현대차그룹의 주가는 크게 올랐다. 그룹 계열사의 시가총액 총합은 8일 종가 기준 136조1000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정 회장 취임 하루 전인 지난해 10월 13일 105조8000억원 대비 28.7%(30조3000억원)나 증가한 수치다.

우수한 실적을 거둔 정 회장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사업을 구체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뉴스는 올해 7월 정몽구 명예회장의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 아래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며 “그룹의 미래 방향성은 고객, 인류, 미래 그리고 사회적 공헌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분야는 로보틱스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세계적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인수하기로 하고 올해 6월 M&A를 완료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해 출시한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 연구용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개발하는 등 로봇 운용에 필수적인 자율주행(보행), 인지, 제어 등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현대차그룹은 사내 조직인 로보틱스랩을 통해 웨어러블 로봇, 인공지능(AI) 서비스 로봇, 로보틱 모빌리티 등 자체 로봇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하반신 마비 환자의 보행을 돕기 위한 의료용 착용로봇 ‘멕스(MEX)’ 개발자들에게 “이 기술이 필요한 사람은 소수일 수 있지만 우리는 그들의 꿈을 현실로 이뤄줄 수 있다”며 “인류에게 꼭 필요한 기술이니 최선을 다해 개발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UAM 개발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구체적인 UAM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2028년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 모델을 선보이고, 2030년대에는 인접한 도시를 서로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 제품을 내놓는다는 목표다. 또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활용해 높은 효율성과 주행거리를 갖춘 항공용 수소연료전지 파워트레인 개발도 추진키로 했다.

정 회장은 UAM 사업부 관계자들에게 “인류가 원하는 곳으로 스트레스 없이 갈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서비스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과 공동 개발한 ‘아이오닉5′ 기반 로보 택시를 독일 뮌헨 IAA 모빌리티에서 공개하는 등 자율주행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모셔널은 글로벌 차량 공유 업체 리프트와 협력해 2023년 아이오닉5 로보 택시를 활용한 완전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중장기 전동화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글로벌 판매 차량 중 전동화 모델 비중을 2040년까지 80%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동화 모델로 출시하고, 2030년까지 총 8개 차종으로 구성된 수소 및 배터리 전기차 라인업을 완성키로 했다. 기아는 2035년까지 주요 시장에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90%로 확대한다.

정 회장은 인류와 미래 세대를 위해 수소 사회 비전과 탄소 중립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2045년까지 자동차 생산부터 운행, 폐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들은 기업 사용 전력량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글로벌 캠페인 RE100 가입도 추진 중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수소 경제 등 친환경 투자를 늘리는 것은 우리가 가능한 기술적 수단들을 모두 활용해 미래를 지키려는 차원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