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공매도 논란 기름 붓는 권력형 표심정책 리스크

코스피 하락시 공매도 대금 ↑… 9차례 중 7번 일평균보다 많아
셀트리온·HMM 등 공매도 잔고 상위종목 10개 중 9개 하락
贊 “공매도 개미들 투매 유도” vs 反 “공매도 폐지 신중해야”

윤승준 기자(sjyoon@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10-25 13:48:01

▲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조치가 해제된 5월 3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공매도 거래대금은 49조2801억원으로 집계됐다. 공매도가 금지되기 전인 2019년 같은 기간(38조3536억원)과 비교해 28.5% 늘어난 수준이다. [스카이데일리DB]

공매도 재개 5개월 만에 다시 공매도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국내 증시 부진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은 급락의 원인을 공매도로 보고 있다. 실제로 주가는 공매도 거래대금이 늘어나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공매도 잔고 비율이 높은 종목들의 주가 하락폭도 컸다. 이러한 모습에 개인투자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이에 표를 의식한 대선주자들도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다만 증시 부진의 원인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공매도 비중, 外人 57%→77%로 껑충… 개인은 고작 1.1%p 늘어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조치가 해제된 5월 3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공매도 거래대금은 49조2801억원으로 집계됐다. 공매도가 금지되기 전인 2019년 같은 기간(38조3536억원)과 비교해 28.5%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도 3487억원에서 4440억원으로 27.3% 증가했다.

공매도를 주도한 것은 주로 외국인이었다. 이 기간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 중 외국인 비중은 77.3%(38조1036억원)을 차지했다. 2019년 57.4%(22조294억원)와 비교해 20%p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개인 비중은 0.7%(2848억원)에서 1.8%(8983억원)로 1.1%p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기관의 경우엔 41.8%(16조383억원)에서 20.9%(10조2777억원)로 크게 줄었다.

공매도 재개 직후만 해도 공매도가 주가를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공매도 무용론’이 우세했다. 금융위원회는 6월과 9월 두 차례 보도자료를 내고 “공매도가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실제로 주가는 상승세를 유지했다. 5월 3일 3127.20이었던 코스피지수는 6월 25일 3302.84까지 치솟았다. 이후 약간 하락하긴 했지만 3100선을 꾸준히 유지하며 공매도에 대한 의구심이 풀리는 듯 했다.

그러나 추석 연휴 이후인 지난달 23일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코스피지수가 2900선까지 폭락하면서 ‘공매도 무용론’에 균열이 갔다. 여기에 미국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이슈,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중국 헝다그룹 파산설 등의 악재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면서 많은 이들은 공매도를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공매도 거래대금이 늘어나면서 주가는 떨어졌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3일부터 14일까지 총 14거래일 중 9차례 하락으로 마감했다. 이 중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4440억원)보다 많은 액수가 거래된 경우는 7거래일로 77.8%를 차지했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9개월 만에 2900대로 추락하며 전일 대비 -1.89% 하락한 이달 5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6970억원으로 가장 컸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이호연 기자] ⓒ스카이데일리

공매도 폭탄을 맞은 종목들의 주가도 처참했다. 지난달 23일부터 12일까지 공매도 잔고 상위 10종목들의 주가는 대체로 부진했다. 12일 기준 LG디스플레이(-9.5%), 롯데관광개발(-1.2%), HMM(-23.5%), 신풍제약(-10.5%), 금호석유(-10.5%), 삼성중공업(-1.6%), 현대로템(-3.4%), 호텔신라(1.4%), 두산퓨얼셀(-4.7%), 셀트리온(-24.6%)들 중 호텔신라 1종목을 제외하곤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폭(-6.8%) 보다 크게 하락한 종목도 절반을 차지했다.

대형주도 공매도에 휘청거렸다. 14일 기준 삼성전자의 올해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217억원이다. 주가는 지난달 28일부터 14일까지 9.04% 하락했다. 평균치보다 높은 공매도 거래대금을 기록했던 9월28일(261억원·-1.80%), 9월29일(409억원·-2.88%), 이달 1일(633억원·-1.21%), 5일(1040억원·-1.37%), 6일(293억원·-1.25%), 8일(236억원·-0.14%), 12일(661억원·-3.50%), 13일(532억원·-0.29%) 등 8거래일 모두 주가는 떨어졌다.

반면 이 기간 주가가 상승하거나 보합으로 마감한 9월30일(148억원·0.0%)과 7일(62억원·0.42%), 14일(110억원·0.87%)에는 공매도 거래대금 규모가 비교적 작았다. 우연의 일치는 아니다. 삼성전자의 공매도 거래대금이 많았던 5월 11일(841억원)·12일(924억원)·24일(978억원), 8월 13일(1365억원)에도 주가는 각각 2.40%, 1.48%, 0.50%, 3.38% 떨어졌다.

‘개미‘ 표심 노린 대선주자, 관련 공약 발표

공매도에 따른 주가 초토화에 개인투자자의 원성은 커지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투기가 아닌 건전하고 우량한 기업에 실적보고 투자하는 주주들의 의욕마저 상실하게 만드는 공매도 완전 폐지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24일 0시 현재 6만600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공매도가 많으면 주가는 하방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매도 재개 전후만 비교해도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상승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며 “모든 게 공매도 탓은 아니지만 상당 부문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공매도가 없었으면 조금 떨어질 게 공매도가 있으므로 해서 많이 떨어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앵무새처럼 공매도 순기능만을 외칠 게 아니라 실제 국민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공매도 수익률이 얼마인지 등을 조사해야 된다”며 “10년 동안 공매도 계좌를 가지고 통계를 내 공매도가 국민들한테 위중한 손해를 끼치는지 아니면 그냥 개인투자자들이 과민반응을 보이는 건지 연구해서 이에 맞는 대안·대책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 공매도 이슈는 정치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개미’ 유권자의 표심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공매도 폐지를,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공매도 개혁을 주장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유승민, 원희룡, 홍준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이 MBC 사옥에서 열린 1대1 맞수토론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공매도 이슈는 정치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동학개미’ 유권자의 표심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권주자들은 경선 과정에서 공매도에 관해 저마다 다양한 해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대선 주자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공매도를 아예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홍 의원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식 공매도 제도는 대부분 기관투자가만 이용하는 주식 외상 거래제도이고 동학개미들에겐 불리할 수밖에 없는 잘못된 주식 거래제도다”며 “더구나 주식시장의 폭락을 더더욱 부추기는 역기능도 해 주식 공매도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자본시장이 투기 거래장이 아닌 건전한 투자의 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공매도 폐지보단 개혁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주식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면 국내 증시는 국제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 전 의원은 “외국인들이 떠나고 주식시장이 더 나빠지면 개미들 피해는 더 커지는데 그 책임은 누가 지겠나”라며 “주식시장에 일정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공매도를 자동으로 금지할 수 있는 ‘차단 장치’를 도입해 개인 투자자의 피해를 방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공매도, 무차입공매도를 끝까지 추적해서 처벌을 대폭 강화하겠다”며 “개인과 기관 사이 존재하는 정보의 격차를 줄여서 개인이 기관에 비해 공매도에서 불리한 측면을 없애도록 공시제도를 개선하고 사적 이익을 위한 거짓공시는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도 의견 분분 “공매도 vs 펀더멘털”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다는 건 합리적인 주장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황 연구위원은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요소는 기업의 펀더멘탈이다. 공매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건 경기가 전반적으로 안 좋거나 해당 기업의 매출이 떨어질 것 같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며 “공매도가 집중되면 주가는 당연히 떨어져서 주가 하락의 원인이 공매도인 것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펀더멘탈에 대한 기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매도는 완벽한 제도가 아니기에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개선해주는 조치는 앞으로 계속 추진을 해야 된다”면서도 “공매도 폐지와 같은 조치는 조금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다른 의견을 가진 전문가도 있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증시 부진에 공매도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9%, 28% 오를 정도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았으나 7만원 밑으로 급락했기 때문에 공매도 요인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그는 주가 하락과 공매도 간의 인과관계를 주장하며 공매도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공시 문화를 투명하지 않게 하고 개인투자자의 투매를 유도한다는 점에서다.

서 교수는 “공매도 압력이 높아지면 기업은 나쁜 정보를 공시하는 걸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나쁜 정보가 나왔을 때 주가 변동성이 더 커져 주가가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며 “그래서 나쁜 정보는 가급적 짧게 얘기하고 금요일쯤 늦게 발표한다. 해당 정보가 주가에 반영되는데 시차를 두기 위해서다”고 분석했다.

이어 “개인투자자의 경우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투매현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가격이 떨어지는 양상이면 개인들의 투자심리는 더 위축이 된다”며 “이들은 기관보다 자본금이 부족하고 빚내서 투자하시는 경우도 많아 단기 수익률이 떨어지고 손실을 보면서 오랫동안 해당 종목을 가지고 갈 수가 없다. 주가가 떨어질 때 매도세에 가세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