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의 외교문서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언급됐다. 외교관들이 본국에 보내는 외교문서에서 한국이 만든 이 드라마 시리즈가 ‘한국 사회의 좌절’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고됐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입수해 15일(현지시간) 단독 보도한 ‘국무부 외교문서, 오징어게임에서 한국 정치의 반영을 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드라마가) 대선을 앞두고 암울한 경제 상황에 대한 한국 사회의 좌절을 반영한 것으로 묘사했다”고 보도했다.

 

FP는 지난달 넷플릭스에 첫 선을 보인 ‘한국의 디스토피아(dystopia)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 1위로 단숨에 올라선 데 이어 미국 국무부에서 논의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FP는 “이 외교문서는 폭력적인 서바이벌 게임을 담은 드라마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암울한 경제 상황에 대한 한국 사회의 좌절감을 반영한다고 보고있다”고 전했다. 이어 “외교관들은 특히 한국 양대 정당의 대선 주자들이 스캔들에 붙잡혀 있는 가운데, 매우 계층화된 한국에서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해당 문서는 “이 어두운 드라마의 핵심에는 평균적 한국인, 특히 취업, 결혼, 더 나은 삶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층의 좌절감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 “양대 정당의 대선 주자 후보들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약속하지만 그들의 공약은 ‘젊은층 사이에 이미 커져가고 있는 정치적 냉소주의’를 더 키울 뿐이다”고 보고했다.

 

문서는 또한 한국이 2003년 이후 OECD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해왔다고 지적하고, 특히 지난해에는 한국에서 19~29세 사망원인 중 1위가 자살이었다고 설명했다.

 

FP는 “미국 외교관들은 ‘오징어 게임’이 양당의 부패 혐의로 훼손된 대선의 정치적 시대정신을 포착했다고 믿고 있다”고 보도하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장동 의혹으로, 국민의힘 대선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가족 관련 의혹으로 각각 논란에 휩싸인 상황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FP는 한편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없는 북한에서는 관영 웹사이트에서 오징어게임이 “한국 자본주의 체제의 ‘끔찍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며 “인간이 극심한 경쟁에 내몰리고 인간성이 말살되는 사회”라는 선전에 이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문서는 미국 외교관들이 주재국 상황을 분석·보고하고 정책 조언을 위한 자료로 제출하는 보고서다.

 

FP는 해당문서가 어느 국가 주재 외교관이 보낸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내용으로 보아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FP는 국무부가 해당 문서에 관한 언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