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런 반려동물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하지 못해 반려동물에 치명적인 음식을 주는 바람에 문제가 생기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한다. 이런 경우 반려인은 적절한 응급처치 방법을 몰라 당황한 나머지 골든타임을 놓치기 십상이다. 평소 반려동물의 응급처치법을 숙지해둬야할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스카이데일리는 반려견이 독성이 있는 음식을 섭취해 큰일날 뻔했던 이야기를 접했다. 두이 반려인은 반려견 두이가 책상 위에 올려놓은 초콜릿을 조금 베어 먹은 걸 발견하고 곧바로 응급실로 데려간 상황을 설명했다. 

 

두이 반려인은 “반려견이 초콜릿을 섭취하면 심장을 빨리 뛰게 해 심한 경우 쇼크사를 유발하는 걸로 알고 있다. 초콜릿이 소화가 되기 전에 위세척을 시켜야 한다고 알고 있어서 바로 병원으로 갔다”며 “정맥 주사를 맞고 구토를 두 번해서 위를 비우고 위보호제를 이틀 정도 처방받았다”고 전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반려견이 초콜릿을 섭취하면 매우 위험하다. 초콜릿에는 ‘테오브로민’이라는 독소가 들어있어 구토와 설사, 갈증과 심장에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한 경우 근육경련, 발작, 심장부정맥 등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가을 산책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은행도 조심해야 한다. 딱딱한 은행 껍데기는 뱃속에 들어가도 소화되지 않아서 장기를 손상시킬 뿐 아니라 열매엔 ‘청산배당체’와 ‘메칠피리독신’이라는 독성 물질이 함유됐다. 청산배당체는 구토와, 설사, 복통을 유발하고, 메칠피리독신은 신경계에 자극을 줘 반려견이 경련과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꾸잉이 반려인은 반려견 꾸잉이가 산책 시 은행을 먹어 동물병원을 급히 찾았던 경험을 들려줬다. 꾸잉이에게 구토를 유발하기 위해 정맥주사를 투여했지만 은행이 나오지 않았고, 다행히 이틀 정도 후에 대변으로 은행이 배출됐다고 했다.

 

꾸잉이 반려인은 “구토를 해도 은행이 안 나와서 수의사 선생님이 대변으로 나오는지를 일단 지켜보자고 하셨다”며 “다행히 배변으로 나왔지만 만일 배변으로도 안 나왔다면 X-ray를 찍고, 은행이 기도나 위장을 막아버린 것은 아닌지 확인한 후 개복수술을 진행해야 한다고 하셨다. 정말 큰일 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외에도 반려견에게 급여하면 안 되는 음식으로는 △양파 △포도 △땅콩 △카페인 △뼈 등이 있다. 양파는 반려견의 적혈구를 파괴시키는 독성작용이 일어난다. 빈혈과 구토, 설사, 식욕저하, 기력저하, 호흡곤란 등을 일으키며 심한 경우 생명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포도는 신독성이 있어서 강아지에게 신부전을 일으킨다. 포도 단 몇 알로 3~4시간 안에 강아지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구토와 설사를 유발하며 무기력과 식욕감퇴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땅콩도 치명적이다. 근육경련, 뒷다리 근육약화, 보행이상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구토와 체온상승, 빠른 심장박동 등을 보인다.

 

카페인은 중추신경을 자극해 많은 양의 카페인을 섭취할 시 강아지를 바로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설사, 구토, 근육경련,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반려인이 마시던 커피를 바닥에 내려놓을 경우 반려견이 와서 먹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한다. 뽀로 반려인은 소파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다 잠시 커피잔을 낮은 탁자에 두었는데 뽀로가 와서 홀짝거리며 마시는 모습을 보고 기겁을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강아지에게 뼈를 주는 것은 일반적으로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인식됐지만 닭뼈 등 작은 뼈는 소화기계에 걸릴 수 있고 소화과정 중에 장기를 긁어 염증을 일으키기 쉽다. 때론 구멍이 뚫리는 천공까지 나타날 수 있어 강아지에게 뼈를 주는 행동도 주의해야 한다.

반려묘가 주의해야 할 음식으로는 △날 음식 △뼈 △초콜릿 △날계란 △토마토 △양파 등이 있다. 익히지 않은 육류에서 발견되는 살모넬라 박테리아는 장내의 이상을 일으키며 심한 복통을 유발할 수 있다. 반려묘 역시 뼈를 먹게 되면 목에 걸릴 수 있고, 위벽이나 장기의 벽을 찌를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크고 단단한 뼈를 씹다가 고양이 치아가 부러지거나 위벽에 천공이 나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초콜릿에 함유돼 있는 독성은 칼슘의 체내 흡수를 방해한다. 디오브로민 성분 또한 고양이에게 유독성분으로 발작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할 경우 죽음에 이를 수 있다. 날계란은 살모넬라 감염증이나 기생충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으며 췌장염에 걸릴 수도 있으니, 꼭 익혀서 먹여야 한다.

 

토마토의 솔라닌 성분도 치명적이다. 솔라닌은 스테로이드 알칼로이드의 일종으로 적혈구를 파괴하는 독소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양파는 티오황산염 성분 때문에 용혈성 빈혈이 생기게 된다. 심한 경우 고양이가 죽음에 이를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강주연 수의사는 “반려동물이 독성이 있는 음식을 섭취했을 때는 늦어도 1시간 이내로 동물병원을 내원해야한다. 혈관주사로 구토를 유발하도록 하면 80~90%는 예후가 좋다”며 “호흡정지가 발생한 경우는 동물병원으로 데려올 시간이 없기 때문에 심폐소생술을 재빠르게 실시해야 하며 옆에 다른 사람이 있다면 심장 마사지를 같이 해주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김옥진 원광대학교 반려동물산업학과 교수는 “반려동물 응급처치법 전제 조건은 동물병원을 가기 힘들 때 가정에서 초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응급처치 후에는 반드시 가까운 동물병원에 내원해 후속 조치와 치료를 받도록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반려동물이 독성이 있는 물질을 섭취했을 때 간단한 응급조치는 과산화수소를 먹여 구토를 유발하는 것이다”며 “체중 4.5kg 당 1~2 티스푼의 과산화수소를 먹여 독성물질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단 표백제와 같은 산성 물질을 섭취했을 경우 구토를 하면서 식도에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이 머리의 충격에 의한 물리적 손상이나 독성 약물 복용, 음식 섭취 중 기도 폐색 등의 원인으로 심정지와 호흡 마비가 유발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즉시 병원에 데려가는 것이지만 심장 마비는 10분 안에 사망할 수 있기 때문에 응급 처치가 매우 중요하다.

흉부압박은 반려동물 왼쪽 팔꿈치가 몸통에 닿는 곳 심장 있는 부분에 초당 2회씩 30번 흉곽의 3분의 1정도가 들어가도록 압박하면 된다. 심폐소생술은 반려동물이 깨어날 때까지 반복하고 대형견일 경우 양손으로, 중형견은 한 손으로 압박해야 한다.

김 교수는 “심정지와 호흡 마비는 응급 상황으로 동물병원에 도달하기 전에 반려동물이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즉시 응급조치가 필요하다”며 “말려들어간 혀를 꺼내 기도가 열릴 수 있도록 확보해야 하며 심장 마사지와 심폐소생술이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외에도 반려동물의 눈이나 피부가 독성 물질에 노출됐을 경우 즉시 물과 비누로 깨끗이 씻어줘야 한다”며 “화상을 입은 경우 화상 부위를 물이나 생리식염수로 10분 정도 식혀 주고 멸균 거즈로 덮어 동물병원에 내원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