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보다가 세종대왕 팬 됐어요”

세종대왕이 창제한 만능언어 훈민정음…글로벌 언어로
K-콘텐츠 속 의미 이해하고자 시작한 한글공부 사례도

임소율 기자(syl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11-25 00:05:12

▲ 제574돌 한글날을 기념하며 전 세계 세종학당 학습자들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글 단어”를 정성껏 꾸며 사진을 보내온 모습. [사진=세종학당 홈페이지]

최근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국제적 지위 또한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변화에 따라 글로벌 문화 중심에 한국의 K팝과 함께 K팝의 토대인 한국어가 빠질 수 없다. 실제 국내외 한국어 사용자와 학습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K팝을 필두로 한 ‘신한류’의 영향으로,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능력시험(TOPIK) 지원자 수는 21만8869명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2019년 지원자 수 37만5871명보다 다소 감소하긴 했으나, 이는 5년 전 지원자 수에 비하면 무려 2배 가까이 상승한 숫자다. 2019년에는 인구 약 13억명으로 세계 인구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도가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기도 했다. 사실상 언어는 국가의 안보와 경제만큼 맞먹는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위상을 나타내는 매우 중요한 지표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만능언어 훈민정음…글로벌 언어로

해마다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이 날은 한국에서 자랑스러운 국경일 중 하나로 손꼽힌다. 최초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 칭했던 오늘날의 한글은 조선의 4대 왕인 세종대왕이 직접 창제한 한국의 문자다. 한글은 자음 14자, 모음 10자로 전 세계 언어 모두 표현 가능한 만능언어이다.

독일의 언어학자 베르너 사세는 “서양이 20세기가 돼서야 이룩한 음운이론(音韻理論)을 세종은 5세기나 앞서 체계화했다”며 “전통철학과 과학이론이 결합한 세계 최고의 문자다”고 극찬했다. 또 그는 저서 <민낯이 예쁜 코리안>에서 “인도에서 중국으로, 다시 한국으로 이어지는 전통 안에서 한글의 발명은 2000년 이상의 문화적 노력이 이루어낸 탁월한 최종 결과물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세종학당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한 외국인 학생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세종학당(Learn Teach Korea)유튜브 캡쳐]

현재 국외에서 한국어 강좌가 개설된 대학은 수십 개국 수백 개 곳에 가깝고, 한국 학교와 교육원, 한글어학원 수는 수백여 개국, 수천여 곳에 이른다. 이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은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는 한글의 특수·우수성을 인정해 글이 없는 부족들이 자기네 말을 적기 위해 선택한 것이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한국어에 대한 인지도가 상승하게 된 시점이 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에 따르면 그 시점은 바로 1990년대 후반부터로 지목된다. 당시 IMF 관리 체제 극복, 2002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비롯해 정부의 외국인 유학생 적극 유치 정책 등으로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2000년 후반부터 다양한 한국 문화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얻게 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를테면 한국문화를 향유 또는 동화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언어 사용 능력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드라마, 영화, 노래를 접하면서 해당 의미를 이해하고 따라 하기 위해서 한국어 학습을 시작하거나 한국 유학을 결정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K-콘텐츠 속 의미를 이해하고자 시작한 한글공부 사례도

루마니아에서 온 마리나(Marina)는 처음에는 ‘꽃보다 남자’ 드라마를 보면서 영화 속 김범 배우 덕분에 한국문화와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후로는 세종대왕을 알고나서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졌다”며 “현재 나는 세종대왕의 팬이기에 한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고 있으며, 한글을 배우면 배울수록 더 깊이 알고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 최초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 칭했던 오늘날의 한글은 조선의 4대 왕인 세종대왕이 직접 창제한 한국의 문자다. 한글은 자음 14자, 모음 10자로 전 세계 언어 모두 표현 가능한 만능언어다. 사진은 세종대왕 초상화. [게티이미지뱅크 캡쳐]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중국 유학생 방소아(22)는 “나는 K팝을 좋아한다”며 “한국음악을 매일 듣다 보니, 한국어로 된 노래 가사를 다 외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가사의 의미를 해석하지 못해 정말 안타까웠던 적이 많았다”며 “지금은 거의 대부분 한국어를 알아듣고 읽기가 가능해서 한국 노래를 편하게 듣고 따라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전했다.

또 한국어를 배운지 1년이 된 베치(Vechi)도 한국어 공부를 하기로 결정한 이유가 바로 한국 콘텐츠를 보면서부터다. 불가리아 유학생인 베치는 “나는 런닝맨을 너무 좋아한다”며 “자막 없이도 이해하고 싶어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1년 넘게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며 “한국인과 대화할 때, 유창하게 답변하지는 못해도 런닝맨 등 한국 콘텐츠를 볼 때 자막 없이도 거의 대부분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한국어로 된 기사와 책도 읽게 돼서 기쁘다고 전했다.

이렇듯 한국어를 학습하는 거의 대부분의 외국인은 일차적으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영화, 예능 등 한국의 콘텐츠를 비롯해 K-푸드, 뷰티, 제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유발시키고, 한국으로의 유학, 여행을 꿈꾸게 하는 계기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