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은 우리나라 축구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1978년 독일에 진출해 1989년까지 독일에서 약 12년을 현역 선수로 뛰면서 총 308경기에 출장해 98골을 기록했다.

 

차범근은 분데스리가 사상 역대 최고 외국인 공격수로 평가 받으며 아직까지도 현지에서는 전설적인 선수로 회자된다. 그의 별명 ‘차붐’은 차범근이 독일에서 선수생활을 할 당시 붙여진 것으로 독일인들이 '차범근'을 발음하기 어려워 ‘차붐’이라고 불렀다.

 

그는 비빔밥에 참기름 넣어 먹는 것을 사치로 여길 정도로 가난한 시절을 보냈다. 어린 시절부터 축구에 소질을 보인 차범근은 서울 경신중·고등학교를 거쳐 고려대학교를 졸업하는 동안 줄곧 공을 차왔다. 특히 고려대학 시절에는 당시 최연소로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그의 진가는 해외에서 먼저 알려졌다. 공군에서 군 복무를 마친 그는 1978년 독일 분데스리가 ‘SV 다름슈타트 98’에 입단했다. 당시 데뷔전에서 두 골을 도우며 팀의 3:1 승리에 기여했다. 하지만 군 문제로 인해 독일에서 단 한 경기만 치르고 한국에 돌아와 재입대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관계는 이랬다. 1976년 10월 공군에 입대할 당시 공군과 육군 복무기간은 각각 35개월, 30개월이었다. 이후 공군이 제대를 8개월 앞당겨주겠다며 공군 입대를 제안했다. 이에 그는 27개월의 공군 복무를 마치고 1978년 독일로 건너갔다. 하지만 군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문제를 제기하면서 재입대했다.

 

우여곡절 끝에 군 복무를 마친 그는 1979년 독일 프로축구 리그인 분데스리가의 ‘프랑크푸르트’에 입단하면서 독일에서 본격적인 프로선수 활동을 시작했다. 프랑크푸르트에 입단한 이듬해 팀을 UEFA컵(현 UEFA 유로파 리그) 정상으로 이끌었으며 1979년 시즌 동안 리그 12골, UEFA컵 11경기 3골로 첫 시즌에 46경기 15골을 기록하며 천부적인 축구 실력을 뽐냈다.

 

또 그의 실력은 박지성의 스승인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언급을 통해서도 나타난다. 당시 스코틀랜드의 에버딘 감독이었던 알렉스 퍼거슨은 지난 1979년 차범근이 속한 프랑크푸르트와 경기를 치른 적이 있었다. 경기를 마친 후 “우리는 차범근을 막을 수 없었다. 그는 해결 불가능한 존재다”며 차범근을 치켜세웠다.

 

이후 차범근은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1983년 ‘바이어 04 레버쿠젠’으로 이적했다. 1980년 프랑크푸르트에 이어 1988년 레버쿠젠에서도 UEFA컵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차범근은 각기 다른 두 팀에서 UEFA컵 우승을 차지하는 보기 드문 선수가 됐다. 이후 현역 선수 생활을 마친 차범근은 수원 등 K리그에서 프로축구팀 감독,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한국 축구사는 물론 독일 축구계에서도 큰 발자국을 찍은 차범근은 2019년 독일 정부로부터 십자공로훈장을 받았다. 십자공로훈장은 정치, 경제, 사회, 정신, 사회복지, 자선 등의 분야에서 독일을 위해 특별한 공로를 세운 사람에게 수여된다.

 

당시 슈테판 아우어 대사는 “축구가 독일 문화의 일환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차범근님은 한국과 독일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해주시는 분”이라며 축구를 통해 양국의 관계 발전을 위해 애쓴 공로를 치하했다.

 

한편 차범근은 여러 방송사를 오가며 월드컵 때마다 축구 해설위원으로 축구팬들을 만나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2006년 독일월드컵, 2010년 남아공월드컵, 2014년 브라질월드컵 2018년 러시아월드컵 등을 비롯해 올림픽 축구에서도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다. 내년 열리는 ‘2022 카타르월드컵’ 에서도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