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정부의 대출 규제 영향으로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기업의 은행 대출은 5개월 연속 같은달 기준 역대 최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0일 한국은행(한은)이 발표한 ‘2021년 10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정책모기지론을 포함한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7조9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조2000억원 증가했다. 9월(6조4000억원)과 작년 10월(10조6000억원)에 비해선 대출 증가폭이 축소된 것이다. 10월까지 누적 가계대출은 69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0조2000억원)에 이어 사상 두 번째를 기록했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774조5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조7000억원이 늘어났다. 올해 9월(5조6000억원)이나 작년 10월(6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했다. 주담대에는 전세자금대출, 이주비·중도금대출 등 주택담보로 취급되지 않은 주택 관련 대출이 포함된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9월 전국 아파트 매매와 전세거래량은 각각 4만4000호와 3만3000호, 입주물량은 1만7000호로 집계됐다. 이는 8월보다 매매·전세거래량은 각각 1만2000호와 1만1000호 줄어들었고, 입주물량도 1만1000호 감소한 수치다.

 

10월중 은행의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잔액은 282조4000억원으로 전월대비 5000억원 늘었다. 한은은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조치와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소폭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매매 및 전세거래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됐으나 집단대출 취급 감소의 영향으로 전월보다 증가규모가 축소됐다”면서 “강화된 규제 내에서도 주택구입을 위한 대출 수요, 전세 거래를 위한 자금 수요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이호연 기자] ⓒ스카이데일리

 

이러한 가계대출 증가폭 축소는 은행권 밖에서도 관측됐다. 이날 금융위원회(금융위)와 금융감독원(금감원)이 밝힌 ‘10월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6조1000억원 증가해 9월보다 1조7000억원 축소됐다. 대출항목별로 보면 전 금융권의 주담대 증가액은 전월보다 1조4000억원 줄어든 5조3000억원,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9월보다 4000억원 감소한 80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기타대출은 신용外 기타대출이 감소하며 전월대비 증가폭이 축소됐다”면서 “가계대출은 7월을 정점으로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는 등 안정세를 점차 찾아가고 있는 추세이다”고 설명했다.

 

기업대출 5개월 연속 해당 월 역대 최고 경신… ‘풍선효과’ 우려

  

 

대기업대출은 분기말 일시상환분 재취급과 은행들의 기업대출 확대 노력 등으로 증가폭이 확대(2조3000억원) 됐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대출은 8조원 늘어 10월 기준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세를 나타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지원이 지속되는 가운데 부가가치세 납부 및 시설자금 수요 등으로 높은 증가세가 지속된 영향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한 회사채는 전월대비 2000억원 늘며 순발행 규모가 축소됐고, CP(기업어음)·단기사채는 1조원 감소하며 3개월 달 연속 순회수를 이어갔다. 주식발행은 전월보다 7000억원 줄어든 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지난달 은행 수신 잔액은 2095조1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9조5000억원 늘어났다. 수시입출식예금은 부가가치세 납부 등을 위한 기업자금 인출 등으로 감소 전환했다. 정기예금은 규제비율 관리를 위한 일부 은행의 자금유치 노력, 예금금리 상승 등으로 기타금융기관 및 기업자금을 중심으로 큰 폭(17조9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산운용사 수신은 MMF(Money Market Fund·단기금융펀드)를 중심으로 전월보다 28조3000억원 급증하며 증가세로 전환했다. 국고자금 및 분기말 자기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회수됐던 은행자금 유입 등의 영향이다. 주식형펀드도 3조7000억원 증가 전환됐으며, 부동산 등 기타펀드는 3조6000억원 늘며 증가세를 지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