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전 세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방안이 13일(현지시간) 극적으로 타결됐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서 약 200개 참가국 대표들은 이날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석탄 사용의 단계적 감축에 합의했다고 CNN·BBC 등 외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논의 과정에서 각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된 가운데, 특히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지목되는 석탄 사용에 대해 당초 목표인 ‘단계적 중단’이 아닌 ‘단계적 감축’으로 합의됐다. 이 과정에서 ‘중단’에 반대하는 인도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CNN에 따르면 COP 합의내용에 석탄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OP는 최근 수년간 석탄을 기후 위기의 주범에 포함시키려 노력해왔다. COP26 의장을 맡고 있는 영국의 알록 샤르마는 이번 총회의 최우선 순위를 석탄의 ‘단계적 중단’에 두고 있었다.

 

샤르마 의장은 지구 기온을 산업화 이전 시기 대비 섭씨 1.5도로 유지한다는 목표를 언급하면서 “이 목표를 지속하게 되어 무한히 감사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 한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내년 말 이집트에서 열리는 COP27 총회에 각국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새로운 계획과 구체적 실행 내용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2030년 대신 2025년까지 감축할 계획을 세운다는 내용이었다. 합의문에는 화석연료 보조금을 차츰 중단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합의문은 총회 초기의 야심찬 목표에서 후퇴했다는 평가다.

 

세계 과학자들이 8월 발표한 “인류에 대한 적색 경고”라는 제목의 기후보고서에서 경고한 긴박한 상황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의안에는 석탄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조치를 내년으로 연기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앞으로 10년 동안 세계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절반 정도 줄여야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올해 특히 유럽을 덮친 홍수 등 극단적인 기후변화로 인한 막심한 피해가 발생하고 유엔의 기후과학 보고서의 경고에 따라 기후변화가 과학자들이 예견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따라서 COP26에서 의미있는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는 높은 기대감이 있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번 합의를 통해 돌파구가 마련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현재의 긴박함에 대처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비영리단체 ‘기후 분석’의 CEO 겸 선임연구원인 빌 해어는 “우리는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그 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정도로 느린 건 아니다”고 말했다.

 

COP26에서 석탄의 ‘단계적 감축’ 합의에 이르기까지 기후변화에 민감한 국가들의 반발이 있었다. 특히 논의 막판에 인도의 요청을 받아들여 ‘중단’에서 ‘감축’으로 급선회한 데 이들 국가의 불만이 제기됐다.

 

스위스 환경장관 시모네타 솜마루가는 막판에 화석연료에 관한 수위를 조정한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면서 “석탄 사용과 화석연료 보조금은 점차 줄여갈 것이 아니라 점차 중단시켜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솜마루가 장관은 이같은 합의내용은 1.5℃ 목표달성에서 더욱 멀어지게 할 것이라며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샤르마 의장은 합의문 결정에 앞서 “이 같은 과정이 전개된 방식에 대해 모든 참가국 대표에게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샤르마 의장은 후에 기자들에게 당초의 표현이 변경된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낀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이번에 석탄을 (기후변화 최대 요인으로) 명시했다”며 “이것이 출발점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