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 전 남미식 포퓰리즘 예고에 청년세대 원성 커진다

재정건전성 악화→경제성장률 둔화·근로의욕 저하
포퓰리즘 짙은 혈세살포 공약에 청년세대 반발
“혈세 퍼주기 제동 목적 재정준칙 법제화 필요”

이창현 기자(chlee@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11-24 00:07:00

▲각종 포퓰리즘에 기인한 재정건전성 악화가 국가경쟁력을 하락시킬 것이란 우려스러운 시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전경. ⓒ스카이데일리

차기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가 개정건정성 악화 우려가 또 다시 커지고 있다. 각 정당과 대권 후보들이 표심을 얻기 위해 각종 포퓰리즘 공약을 내놓고 있어서다. 특히 재정건정성 악화를 우려한 반대의 목소리에도 아랑곳 않는 모습을 보여 국민적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국민 나랏빚 부담, 여당 전 국민 혈세살포 또 다시 예고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국내·외에선 우리나라의 국가채무가 급속도로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수없이 제기됐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에 따르면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일반정부 채무비율은 올해 51.3%에서 오는 2026년 66.7%로 15.4%p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발표한 ‘2021~2030년 중기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채무 비율은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기준으로 올해 965조9000억원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47.3% 수준이다. 내년엔 1072조6000억원을 돌파하며 GDP 대비 비율도 50.4%에 달할 전망이다.

예정처는 올해보다 8.4% 증액된 내년 예산안 수준의 재정 팽창 기조가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국가채무는 2029년 2000조원을 기록한 이후 2030년에는 2198조8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러한 급속도의 국가채무 증가로 인한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는 국가경쟁력을 하락시키고 국가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 이호연] ⓒ스카이데일리

특히 인구 고령화로 생산인구 감소가 불가피해 망가진 재정건전성을 다시 회복시키기 어렵다는 점은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1인당 잠재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030∼2060년 0%대로 떨어져 OECD 최하위권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하락 배경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문제가 지목됐다.

주목되는 사실은 국민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재전건정성 악화를 낳는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이 줄기차기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일부 정당과 후보들은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내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대규모 혈세 살포가 국민 정서와 동 떨어져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에도 아랑곳 않는 모습이다.

일례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재난지원금 명칭을 ‘위드 코로나 방역 지원금’으로 바꿔 내년 1월 중, 1인당 최대 25만원 지급을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사실상 철회했지만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을 강력히 필요한 바 있다. 아울러 이 후보는 매년 일반 국민에게는 100만 원, 청년층에게는 2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한다는 공약도 제시한 상태다.

여당과 이 후보가 각종 포퓰리즘 공약에 사활을 거는 이유로는 과거의 학습효과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일례로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1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총선에서 압승을 했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결정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주장이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표심의 향방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가정 아래 또 다시 포퓰리즘 공약을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대선 전 혈세복지 공약 봇물에 정부·국민 우려감…청년들 “우리 돈으로 매표행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포퓰리즘 공약에 국민 여론은 크게 들썩이고 있다. 여론조사기구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9명을 조사한 결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국민 60%가 반대했다. 국가재정 부담이 불가피한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반대 의견은 젊은층에서 유독 높게 나타났다. 20대의 경우 68.0%가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재정건정성 악화가 결국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지우는 매표 행위임을 인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청년층들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국민 부담을 키우는 매표행위라며 강력 비난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재난지원금같은 현금살포식 복지가 재정건전성 악화의 큰 원인이라며 이를 지켜내기 위해선 한국형 재정준칙 법제화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청년 구직자. ⓒ스카이데일리

충북 청주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김종환(28·가명)씨는 “정부·야당·대다수의 국민이 국가 재정악화를 우려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반대하고 있는데 여당만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는 행위는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의도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이재명 후보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철회했는데 이 역시 여론의 반발만 의식했을 뿐 국가재전성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한종석·김선빈·장용성 교수의 연구 결과(‘한국경제의 분석’ 4월호)에 따르면 25세 이상 성인에게 월 30만 원(연간 GDP 대비 7.35%)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제도가 도입되면 이를 근로소득세로 충당할 경우 기준경제보다 소득세율이 17.6% 인상된 24.4%에 이를 것으로 추계된다. 이 후보가 제시한 수준까지 기본소득을 올리게 되면 근로소득세 인상율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은 “재정건전성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포퓰리즘으로 인한 현금살포식 복지 문제를 꼽을 수 있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같은 복지 명분으로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데 이러한 돈을 국채 발행하게 될 시 국가채무 급증이 불 보듯 뻔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앞으로 저출산·고령화의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세수는 줄고 국가채무는 쌓여 재정위기로 갈 수밖에 없다”며 “무분별한 재정지출을 점검해서 꼭 필요한 재정지출만 해야 한다. 재정건전성을 지켜내기 위해선 가장 먼저 포퓰리즘 식의 현금살포를 중단하고 재정준칙을 도입해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전 경제학과 교수는 “급속한 저출산·고령화 탓에 국민 부담이 커지고 재정 운용도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마당에 재난지원금 같은 불필요한 씀씀이를 늘리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행위다”며 “재정건전성 악화로 국가 신인도·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건 물론 앞으로 세금을 낼 사람은 줄고 쓸 사람만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경제성장률도 둔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포퓰리즘으로 급증하는 나랏빚 부담에 재정건전성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 속에서 한국형 재정준칙 법제화가 마련돼야 한다”며 “전 세계 일부 국가에서 이 같은 법률을 도입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표류상태에 놓여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