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사회 각 분야에 걸쳐 ‘MZ세대’(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들을 일컫는 신조어)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이들의 성향과 특징 등에 대한 연구·분석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MZ세대의 성향과 특징이 하나의 이론처럼 만들어지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머지않아 한국 사회의 주축 세력으로 발돋움하는 이들에 대해 좀 더 면밀하게 알고자하는 관심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그런데 정작 MZ세대 당사자들은 자신들에 대한 연구·분석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자의 개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에서 공통점을 찾고자하는 노력 자체가 이미 MZ세대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반응이다. 세대 구분의 의미가 없어진 시대이기 때문에 MZ세대라는 단어 자체가 구시대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어설픈 MZ세대 정의, 공감 어려워…세대 분류 자체가 무의미”

 

MZ세대란 1980년대 초반~1990년대 중반 세대를 의미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 2000년대 초반생을 의미하는 Z세대를 합친 개념이다. 넓게 보면 2000년대 중후반 세대까지도 포함된다. MZ세대라는 단어는 ‘요즘 젊은이들’을 의미하는 용어로 폭넓게 쓰이고 있다.

 

MZ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면서 그들을 분석·정의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MZ세대의 특징으로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사회적 가치나 메시지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미닝 아웃’ △집단보다 개인의 행복 중시 △ 합리성과 공정성 중시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정작 MZ세대는 이러한 분석·정의에 크게 공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라는 개념은 1980년대~2000년대 중반 세대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데 하나의 특징을 공유하기엔 세대 간 폭이 너무 넓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각자의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 세대의 특성 상 하나의 특징으로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스카이데일리가 MZ세대 300명을 대상으로 ‘MZ세대의 MZ세대 용어 인식’에 대해 직접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자신을 MZ세대라고 인식하는 비율은 47.8%로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같은 MZ세대로 분류되는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25.5%에 그쳤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고등학생 배유빈(17·가명) 씨는 “윗세대와 관심사도 다르고 세대 차이를 느끼는 경우도 많다”며 “나이 차이가 심하면 20살까지 나는데 이를 동일시하려는 시선이 싫다”고 말했다. 30대 후반 직장인 김용환(38·가명) 씨는 “나도 그렇고 주변 또래도 그렇고 젊은 사람들의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20대 대학생 유선호(22·가명) 씨는 “요즘엔 5살 차이만 나도 세대 차이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트렌드도 빠르게 변하고 점점 소규모 그룹화가 되고 있는데 이런 세대를 폭넓게 묶는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MZ세대라는 단어에 반감을 드러내는 의견도 있었다. 고등학생 강수영(18·가명) 씨는 “MZ세대라는 단어는 우리 세대가 직접 붙인 이름이 아니고 윗세대가 젊은 세대를 묶어서 부르기 위해 만든 단어다”며 “다른 세대가 만든 용어로 젊은 사람들을 지칭하고 또 그들의 생각으로 젊은 사람을 분석하려하니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직장인 고은진(26) 씨는 “젊은 세대를 규정할 단어가 필요하니까 억지로 단어를 만들어 낸 것 같다”며 “세대라는 개념이 희미해지고 있는 시대에 젊은이들을 한 세대로 묶으려는 시도 자체가 구시대적 발상에서 나왔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MZ세대 외에 젊은 세대를 지칭하기 위한 새로운 분류법에 관한 질문에는 ‘예전처럼 10대, 20대, 30대로 구분해야 한다’, ‘굳이 묶어서 구분하지 말고 있는 개개인을 바라봐야 한다’, ‘M과Z를 나눠서 분류해야 한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공정성·합리성 중시’는 80% 이상 동의…그 외 특징은 의견 갈려

 

MZ세대는 기존 ‘MZ세대의 특징’으로 알려진 내용에 대해서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MZ세대의 특징으로 지목되는 사항에 본인이 해당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공정성과 합리성을 중시한다’와 ‘집단보다 개인의 행복을 중시한다’ 등에만 긍정 비율이 과반수 이상이었을 뿐 나머지 항목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가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공정성과 합리성을 중시한다’ 항목에는 ‘그렇다’라는 응답이 44.7%, ‘매우 그렇다’가 36.2%를 기록하며 응답자의 80% 이상이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보통이다’라고 대답한 비율은 14.9%였으며 4.3%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집단보다 개인의 행복을 중시한다’ 항목에는 ‘매우 그렇다’가 36.2%, ‘그렇다’가 25.5%를 각각 차지했다. ‘보통이다’라는 응답은 25.5%로, ‘아니다’와 ‘전혀 아니다’는 각각 6.4%에 불과했다.

 

대학생 박용호(26·가명) 씨는 “20세기와 21세기의 차이는 정보 습득량의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개인주의 확산의 이유라고 본다”며 “혼자서도 예전보다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으니 개인의 가치관도 달라지고 집단에 소속될 동기도 적어졌다”고 말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다’ 항목에는 응답자의 30.4%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고 21.7%는 ‘그렇다’고 답했다. ‘보통이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19.6명이었으며 ‘그렇지 않다’가 15.7%, ‘전혀 그렇지 않다’가 12.5%를 차지했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 중 1명을 제외하면 모두 30대였다. 특히 35~40세 응답자 중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11.1%에 불과했다.

 

그 중에선 ‘디지털 네이티브’도 세부적인 분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고등학생 김대현(17·가명) 씨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도 피처폰 세대가 있고 스마트폰 세대가 있고 폴더형 핸드폰 세대도 생길 것이다”며 “디지털이 다 같은 디지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나 메시지를 담은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항목에는 ‘그렇다’가 25.5%, ‘매우 그렇다’가 21.2%로 절반을 넘지 못했다. ‘전혀 그렇지 않다’가 14.8%, ‘그렇지 않다’가 19.1%를 차지해 가치 소비 부문에서는 응답자들의 의견이 나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련의 사항들이 다른 세대와 구분되는 MZ세대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는지에 관한 질문에는 68.1%가 ‘아니다’고 응답했다. MZ세대만의 특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아는 사람들 중에 다른 성향을 보이는 사람도 많아서’, ‘다른 세대 중에서도 비슷한 가치관을 보유하고 있는 것 같아서’, ‘시대가 변하면서 생긴 현상이지 나이가 이유는 아닌 것 같아서’ 등이 있었다.

 

직장인 정현호(32·씨는) “모든 사람은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음에 따라 변하는데 지금 젊은 사람들의 특징이 기성세대의 젊은 시절과 크게 다른지 모르겠다”며 “요즘 젊은이들로 한정지어서 설명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문에 제시된 사항들 외에 MZ세대의 특징에 관한 의견으로는 ‘본인에게 가해지는 불의를 참지 않는다’, ‘젠더 문제에 대해 다른 세대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 ‘개성을 중시하면서도 집단의 유행을 따라간다’ 등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MZ세대 구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 세대와의 구분할 개념이 필요하기 때문에 MZ세대라는 용어는 계속 사용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같은 MZ세대 내에서도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차이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MZ세대 내의 차이를 감안해도 MZ세대와 40대 이상 세대가 확연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기업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이런 식의 분류법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