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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유흥가 드리운 검은그림자…마약·매춘·폭력 ‘여전히 진행중’

성범죄·폭력 등 또 다른 강력범죄 낳아 심각성 높아

오주한 기자(jhoh@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11-29 00:05:56

▲ 강남 유흥가의 충격적인 실태가 폭로됐던 버닝썬 사태의 잔재가 여전히 한국사회 한 편에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이후 강남 유흥가에서의 마약 투약 등 강력범죄가 사라지기를 소망하는 여론이 높아졌지만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여전히 범죄의 그림자는 짙게 드리워져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의 한 클럽 내부(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박선옥 팀장|오주한·김학형·강채영 기자]
 ‘버닝썬 사건’은 2018년 11월 24일 빅뱅의 멤버 승리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 일렉트로니카 클럽인 ‘버닝썬’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과 이를 연결고리로 경찰 유착·마약·성범죄 등의 혐의가 드러난 대형 범죄 사건을 일컫는다. 당시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버닝썬 사태’는 주요 관계자 처벌로 일단락되는 듯 했고 관련 사건들도 완전히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제2, 제3의 버닝선 사태 위기가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 강남 등 유흥가 곳곳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음지에서 당시와 비슷한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마약 관련 범죄는 오히려 눈에 띄게 증가해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충격의 버닝썬 사건 3년…강남 유흥가 중심 마약 사건 여전히 성행
 
버닝썬 사건 후 3년이 지난 지금 강남 유흥가 등지에선 마약 투약은 물론 이에 따른 폭력·매춘 등 각종 범죄가 도처에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실제로 스카이데일리가 버닝썬 사건 이후 최근 3년간 형사 소송 사건에 내린 법원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이달 25일 기준 강남 클럽을 무대로 총 65건의 형사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많은 숫자는 아니었으나 범죄 유형은 버닝썬 사건에서 드러났던 충격적인 범죄들과 거의 흡사했다. 최근 3년간 강남 클럽에서 벌어진 형사 사건은 마약류, 조세포탈, 준강간, 준강제추행, 사기, 상해, 협박, 무고, 증거 인멸, 간음 등 약 15종에 이르렀다. 이는 법원에서 분류한 대표 혐의만을 집계한 수치로 민사 사건과 경찰이 수사·내사 중인 사건을 포함할 경우 이보다 훨씬 많은 범죄가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 이호연] ⓒ스카이데일리
 
가장 심각한 문제는 마약이다. 10월 관세청이 김수흥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신종마약 밀수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7년 기준 183건이 적발된 합성마약 MDMA·LSD는 올해 8월 535건이나 적발됐다. 불과 3년만에 약 2.92배 폭증한 셈이다. 신종마약의 대부분은 국제우편(450건·84.1%)을 통해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됐다.
 
신종마약 밀수 증가 원인은 지하웹(다크웹)·SNS 등을 통해 해외에서 소량의 마약류를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1~8월 국제우편·특송화물을 통한 10g 이하 신종마약 적발 건수는 262건으로 전년 동기(58건) 대비 351%나 증가했다. 김 의원은 “신종마약은 무색·무취·무미인 경우가 많아 (마약탐지견 등에 의한) 적발이 어렵다”며 “신종마약은 자가사용 목적 외에 각종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많기에 단속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마약이 퍼지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신변 노출 등을 우려해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클럽문화를 등에 업고 최근 1~2년 사이 강남에서 마약이 퍼지는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고 말했다. 이어 “담배도 끊기 어려운데 마약은 오죽하겠나”며 “유흥업소에서 반주만 나오고 노랫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마약을 투약하는 건 아닌지 의심해볼만 하다”고 귀띔했다.
 
일례로 법원 판결에 따르면 피고인 A는 2018~2019년 자신의 주거지와 강남 클럽에서 마약류를 취급·투약했다. 2019년 2월 강남 H클럽에서 지인들과 ‘케타민’을 코로 흡입했고 액상 대마 카트리지를 전자담배 기기로 피웠다. 그 해 9월 강남 J클럽에서도 케타민을 투약했다. 케타민은 강력한 진통과 환각 효과를 가진 마취제이자 마약으로 속칭 ‘스페셜K’라고 불린다. 코로 흡입 시 가장 오래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범죄·폭력 또 다른 범죄 낳아…해외 재력가 상대 국내 여성 매춘 알선도
 
마약은 성범죄·폭력·성매매 등 또 다른 강력 범죄로 직결된다. 일례로 이른바 물뽕(GHB)의 원료인 감마부티로락톤(GBL)을 이용해 여성들을 성폭행한 약사 김성필 씨(가명·30대)가 최근 검찰에 구속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김 씨는 2019년부터 지난 3월까지 만남 목적의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여성 6명을 소개받고서 GBL을 술에 타 먹인 뒤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GBL은 버닝썬 사건에서 성범죄에 쓰인 약물이다. GBL과 물뽕은 모두 1~4시간 내에 체내에서 분해되기에 검출이 상당히 어렵다. 
 
▲ 강남 유흥가에는 아직도 중국인 등에 의해 각종 마약류가 활개친다는 게 사정당국, 화류계 종사자 등의 증언이다. 밀수 수법은 나날이 대담해지고 있으며 20·30대 연령층을 중심으로 구매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경찰이 압수한 필로폰 덩어리들. [사진=서울서부경찰서 제공]
 
올해 6월에는 강남 한복판을 지나던 20대 여성 7명을 폭행한 이주근 씨(가명·30대)가 현행범으로 검거됐다. 이 씨는 강남구 논현역 인근에서 택시를 잡던 여성 얼굴을 주먹으로 때린 뒤 강남대로를 따라 9호선 신논현역 방면으로 도주하던 중 마주친 다수 여성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았다. 이 씨는 마약 투약 상태에서 이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마약에 중독된 일부 여성들은 중국인 MD(Merchandiser·영업직원) 등을 통해 해외 재력가 등을 상대로 매춘에 나서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관계자는 “화류계 쪽에서 마약에 빠진 사람이 많다. 이들은 마약에 중독돼 하루 일해 번 돈을 모두 마약 구매에 쓰기도 한다”며 “식사조차 관심 없어 (매춘을 하고) 마약을 구걸하게 된다”고 전했다.
 
중국인에 의한 마약 유통 통계는 근래에는 집계된 게 없다. 다만 2019년 3월 경찰청에 따르면 과거 5년간 경찰이 검거한 중국인 마약사범은 1000여명으로 연평균 외국인 마약사범의 절반에 가까운 44%를 차지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예전에 한 클럽에서 일했던 (중국인) MD 중 일부가 또 다시 손님들에게 마약을 제공하고 있다는 첩보가 있다”고 밝혔다.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고개를 드는 마약 관련 범죄들이 중국인 MD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 강남구를 지역구로 둔 태영호 의원은 “외교부는 법무부·경찰청 등과 협업해 제대로 된 범죄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기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피고인 B는 인터넷 카페에서 돈을 갹출해 클럽 테이블을 예약하는 ‘조각’ 모임을 주선해 강남 C클럽을 방문했다. B는 조각 모임 멤버 D와 미리 예약해둔 같은 건물 호텔로 여성을 데려가 성폭행했다. 피고인 E는 같은 농구 동호회 회원에게 자신이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며 국회의원의 비자금 등으로 강남에 클럽을 만들겠다고 속이고 투자를 유도해 9번에 걸쳐 총 2395만원을 송금 받는 사기 행각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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