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투가 라임사태로 홍역을 치룬데 이어 이번엔 펀드랩(Wrap) 사기판매 논란에 빠졌다. 라임펀드와 비슷한 시기에 250억원 규모로 판매된 ‘신한명품프리미엄펀드랩(미국소상공인대출채권펀드)’이 그 대상이다. 해당 상품은 미국 소상공인 대출회사인 WBL(World Business Lenders)이 발행하는 대출채권에 재간접 방식으로 투자하는 펀드다. 2019년 5월부터 11월까지 4차에 거쳐 만기 1년 6개월짜리로 약 247억원(95계좌) 정도 판매됐지만 3차례에 걸쳐 환매가 연기된 상태다.

 

11일 신한금투는 신한명품프리미엄펀드랩 상품 환매를 내년 11월까지 1년 더 연기하겠다고 투자자들에게 통보했다. 앞서 작년 11월 상환 만기일을 열흘 정도 앞두고 신한금투는 투자자에게 6개월 상환 연기를 통보했다. 당시 펀드가 부실화되면서 수익률은 마이너스 70%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후 올해 4월에도 환매 중단 상태를 이어갔다. 결국 운용사와 판매사가 뒷짐 지고 있는 사이 투자자들은 1년 넘게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신한금투가 ‘사기 판매’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상품은 일반 펀드상품과 달리 회사에서 단순 판매하는 게 아니고 상품을 직접 기획해 내부적으로 심사받고 직접 운용한다는 랩(Wrap)상품이라는 점에서다.

 

투자자 최영현씨(가명)는 “이는 ‘전문운용사가 운용하는 일임형 펀드’로 운용관리 선취수수료까지 떼고 ‘중위험·중수익 추구상품’으로 회사가 직접 관리하며 ‘WBL 안전한 담보’가 있는 안전성을 강조한 상품으로 PB(프라이빗뱅커)의 적극 권유로 가입했다”며 “그러나 8.32%의 수익률이라며 아무 문제없다던 펀드 랩은 만기 10일 전 기습적인 상환연기를 통보했고 상환연기를 3번이나 질질 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한금투는 소홀한 운용사 관리 감독과 부실채권, 담보 우선권 허위기재 등 사기당한 70% 투자 손실 금액을 투자자에게 속이고 전가까지 시켰다”며 “피해자의 피눈물은 안중에도 없이 금융감독원 뒤에서 숨어 사적 화해로 무마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신한금투는 펀드 설정 후 대출목록을 검토했다고 했으나 3300만달러를 설정한 펀드 안에 채권 규모는 1700만달러에 불과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신한금투가 자산의 외부 유출을 용인했거나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투자금이 SPV(특수목적기구) 외부로 유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신한금투는 펀드 판매 당시 SPV의 자산에 정상대출만 포함되고 부실채권(NPL)은 없고 부실채권 발생시 5영업일 이내 현금이나 정상채권으로 교체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작년 6월 30일 실사 결과 편입 채권 145건 가운데 142건이 부실 채권이었다. 다시 말해 이전부터 부실채권이 SPV에 포함 돼 있었다는 얘기다.

 

아울러 수익률 허위 공지 등 수탁자 책임도 위반했다. 신한금투는 2019년 12월 해당 상품 편입 자산에 대한 부도위험(리스크)을 감지했지만 수익률을 지속해서 허위로 보고하고 고객에게 어떤 정보도 공유하지 않았다. 이 기간 일부 고객의 문의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작년 10월까지 수익률을 8.32%로 고지한 후 차츰 -65%까지 조정했다.

 

심지어 계약 체결 전에 반드시 이해해야 할 상품의 핵심 조건들을 기록한 핵심설명서에서 실제 ‘고위험’ 상품임에도 위험도를 ‘중위험·중수익 추구’로 홍보했다. 안전한 상품에 투자한다고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뒤 실제로는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고 운용도 공격적으로 진행해 투자금 70%의 손실을 입었던 것이다.

 

11월 말까지 원금 55~60% 보상하는 사적화해 강요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