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방법론 ‘원전확대’ 대세 속 한국만 풍력·태양광 역주행

‘이산화탄소’ 배출량 조절 위해 탄소중립 운동 활발
주요 선진국 원전 늘리기 사활, 한국만 홀로 역주행
공기업수장·전문가 “원전확대 없인 탄소중립 불가능”

이창현 기자(chlee@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12-02 00:07:00

▲ 최근 각 국마다 탄소중립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특히 에너지 안보와 더불어 친환경·탄소 중립을 위해서도 원전은 필수불가결이란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원전기술 강국인 우리나라는 홀로 역주행에 나서 탄소중립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팽개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월성원자력본부. ⓒ스카이데일리

자연재해 등 지구온난화 현상에 따른 부작용이 하나 둘 가시화되면서 탄소배출량 최소화가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 탄소중립 운동을 주도하고 도산국 등은 그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다. 향후 탄소중립 노력과 성과 등이 국가의 위상을 결정짓는 하나의 잣대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세계 각 국이 탄소배출량 최소화를 위해 펼치는 대표적인 전략 중 하나는 원자력 발전(이하 원전) 확대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화석연료가 투입되지 무공해 청정에너지인데다 수령, 풍력, 태양광 등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도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공해, 저비용, 고효율 등 3박자를 고루 갖춘 에너지원이 바로 원전인 셈이다.

그런데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처지지 않는 우수한 원전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현 정부는 탄소중립 실현을 외치면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꼽히는 원전은 오히려 축소시키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언한 2050년 탄소 중립 실현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재가동 및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하다고 입을 모았다.

탄소중립 대세 발맞춰 원전 늘리는 선진국들, 한국만 원전 줄이고 태양광·풍력 고집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선 원자력이 필수불가결이라는 인식이 거의 상식처럼 여겨지고 있다.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를 거의 배출하지 않으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에너지 생산할 수 있는 수단은 원전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저탄소 에너지원을 개발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탄소중립 계획을 실현하려면 원전이 꼭 필요한 셈이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흐름인 탄소중립 노력에 동참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 또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총배출량-흡수량)을 100% 줄이는 이른바 ‘넷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하기 위해 석탄발전을 완전히 중단한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 이호연] ⓒ스카이데일리

주목되는 사실은 세계적 추세에 맞춰 탄소중립을 선언한 정부가 그 방식에서 만큼은 철저히 세계적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각 국가는 탄소중립을 위해 가장 확실한 대안인 원전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기존의 탈원전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탈원전 기조 유지 및 태양광, 풍력 등의 에너지원 확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2050년까지 원전 비율을 6~7% 감축하고 발전 설비의 최대 71%를 태양광과 풍력으로 채운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반면 세계 선진국들은 원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2017년 취임한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대표적인 탈원전론자 중 한명이었다. 취임 당시만 해도 2035년까지 원전 의존도를 75%에서 50%로 감소하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얼마 전 180도 입장을 뒤바꿨다. 탄소중립을 위해서였다.

지난달 9일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자국(프랑스)의 에너지 독립을 보장하고 자국의 전기공급을 확보하며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원자로 건설을 재개하고 재생에너지 개발을 지속할 것이다”고 언급했다.

프랑스 외에도 현재 원자력 발전소 51기를 가동 중인 중국은 향후 15년 간 최소 150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영국 등도 SMR(소형모듈원전) 개발 방침을 밝혔다. 일본 역시 탄소중립에 안정적인 기저에너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며 지난 2011년 발발한 동일본대지진 이후 가동이 중단된 원자력발전소 재가동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기업수장·전문가·시민 한 목소리로 “원전 없인 탄소중립 불가능”

현 정부가 탄소중립을 추진하면서도 방법에 있어서는 세계 선진국과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태도에 대해 전문가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현실적으로 원전 감축과 탄소중립은 동시에 실현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리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는 충분한 에너지를 얻을 수 없어 원전 없이 탄소중립을 실현하다간 에너지 자립도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주목된다. 국제 학술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일사량, 풍속, 국토 면적 등 태양광·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입지 조건이 불리해 신재생에너지의 전력 공급 안정성은 세계 42국 가운데 최하위다.

현업에 종사하는 국내 에너지 공기업 수장들도 잇따라 탈원전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국회 과기부 국정감사에서 “원전 없는 탄소중립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가능하지 않다”며 “원자력은 탄소중립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이 재개돼 원전 생태계가 숨통을 틔웠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 정부는 2050년까지 원전 비율을 6~7% 감축 및 발전 설비의 최대 71%를 태양광과 풍력으로 채운다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계획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1~4호기. ⓒ스카이데일리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도 지난달 10일 열린 ‘빛가람 국제 전력기술 엑스포 2021(BIXPO 2021)’ 기자간담회에서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원전의 필요성과 관련해 “땅 위에 두 발을 딛고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며 “더 많은 원전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원전 비중 축소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고 말했다.

국내 에너지 전문가들 역시 원전 확대의 중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에너지학회, 한국자원경제학회, 한국원자력학회의 회원 1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5%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고려해 원전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대학원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는 지리적 특성상 태양광·풍력만으로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입지적 조건이 불리한 환경에 놓여있다”며 “태양광·풍력 발전만 크게 늘리고 정작 원전을 배제하는 방향은 세계적 탄소중립 흐름에 역행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은 “차기 대통령이 보수 또는 진보가 됐든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원전 재가동에 힘을 실어야 한다”며 “특히 한국은 안전성과 경제성을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원전기술을 보유한 국가인데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인해 원전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친환경·탄소중립을 위해선 원전은 필수적이다. 이밖에도 국내 원전 기술력을 감안하면 경제적 이익·부가가치도 어마어마하다”며 “차기 정부는 원전 수출시장 개척 차원을 넘어 에너지 안보 및 친환경·탄소 중립을 위해 원전을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으로 여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은 “정부는 겉으로만 탄소중립 가속도를 외치지만 정작 원전 활용에 대해 소극적이다”며 “원전을 배격한 채 재생에너지 비중을 71%까지 확대한다고는 하지만 지형과 기후적인 측면에서 볼 때 불가능하고 에너지 위기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각국이 안전성 높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정부도 이를 감안해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