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각박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웃과의 거리는 더욱 멀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장애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곳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휠체어합창단’이다. 2016년 설립된 이 합창단은 전 세계 최초로 장애인만으로 이뤄진 합창단이다. 이들은 장애인으로 많은 불편함 속에서 살더라도 음악을 통해 자신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과 다른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스카이데일리는 휠체어합창단 지휘자인 정상일(64) 세한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를 만나 합창단 창단과정과 활동내용에 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정상일 지휘자는 사단법인 한국 실용음악협회장과 MBC가요열전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실용음악이나 대중음악과 관련된 책도 여러 권 낸 이 분야 전문가다.

 

정 지휘자는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았다. 그는 원래 고등학교 음악교사였지만 지식에 대한 갈증 때문에 대학원에 들어갔다. 석사 학위를 받은 뒤엔 대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을 꿈꾸게 됐다. 1996년 세한대학교(당시 대불대학교) 교수로 임용된 정 지휘자는 초대 음악학과장에 이어 2003년 국내 최초의 실용음악과 학과장을 맡으면서 승승장구했다. 이러던 와중에 그는 유학을 결심하고 러시아 국립 그네신음악원에서 지휘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한 이후에도 강단에서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던 정 지휘자는 2012년 5월 불의의 사고를 겪고 10개월을 병원에서 보냈다. 이후 학교에 사직서를 냈지만 학교 측은 이를 반려하고 복직시켰다. 그러다가 주변의 권유로 휠체어를 타고 오케스트라를 처음으로 지휘해 성공적인 무대를 만들어내면서 그는 자신감을 찾게 됐다. 그날 이후 그의 머릿속에는 장애인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됐고, 결국 대한민국 휠체어합창단을 조직해 2016년 2월 창단기념식을 가졌다.

 

“원래 합창단 단원 목표를 100명으로 잡았어요. 저는 항상 100이라는 숫자를 목표로 설정했고, 숫자가 주는 무게감이 있어서 그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했죠. 목표 달성하는데 빨라도 5년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입단을 원하는 장애인이 많아서 1년 만에 100명 목표를 달성했어요.”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은 창단 첫 해에 한·오스트리아 문화교류 CMS페스티벌오케스트라 협연 교민 초청연주회를 가진데 이어 이탈리아 로마, 러시아 모스크바, 미국 뉴욕, 오스트리아 빈, 호주 시드니 등지에서 많은 공연으로 해외 관객들과 소통하며 세계적인 합창단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8년 3월 평창 동계패럴림픽대회 개회식에서 합창단이 대표로 애국가 제창을 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2017년 10월 초청을 받아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했어요. 이곳은 프로 음악가들에게도 꿈의 무대잖아요. 노래가 끝나고 다같이 인사를 했는데 관중들이 계속 기립 박수를 쳐서 고개를 못 들었어요. 고개를 들고 나니 다 울고 있었어요. 그래서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오래 쳤던 이유가 ‘우리가 장애인이니까 쳐준거냐’라고 관계자에게 물어보자 관계자 말이 ‘절대 여기 관객들은 그런 것 때문에 박수치지 않는다. 여러분들 음악에 감동했으니까 치는 거다. 여러분들이 장애인이니까 동정에서 박수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해줬죠. 그때 저희 단원 모두 정말 가슴 벅차고 뿌듯한 경험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