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장벽이 낮은 것도 경쟁을 격화시킨 요인이다. 사실 화장품은 돈만 있으면 자체 공장을 갖고 있지 않아도 제품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구조다. 돈만 주면 화장품을 대신 연구 개발 제조(ODM)해주거나 주문자상표 부착(OEM) 방식으로 제조해주기 때문이다. 

 

화장품 ODM OEM 전문업체 코스맥스와 한국콜마가 2021년 3분기 실적으로 업계 3,4위로 성큼 뛰어오른게 이 같은 상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장사가 잘 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주요 사업 부진을 만회해 보려고 패션 유통업체가 앞다퉈 화장품사업에 뛰어들다보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블루 오션에서 레드 오션 시장으로 급변했다. 

 

여기에 코로나 여파로 외출이 극도로 자제하면서 오프 라인 매장이 침몰했고 마스크 장기 착용으로 색조 화장품 매출이 급락하면서 신생 업체의 실적 압박이 가중됐다.

  

화장품사업에 의욕적으로 입성했던 이마트와 롯데쇼핑 등 유통업체가 먼저 나섰다. 이마트는 ‘정용진 화장품’이라 불리는 화장품 브랜드 ‘스톤브릭’의 오프라인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 2019년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한지 2년여 만이다. 오프라인 매장 부진 등에 따른 매출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롯데쇼핑은 실적 부진에 시달려온 헬스 앤 뷰티(H&B) 스토어 롭스의 가두점(로드숍)을 모두 철수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H&B 매장 롭스의 전국 67개 매장을 내년까지 모두 폐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2013년 롭스 서울 홍대점을 시작으로 헬스앤뷰티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매년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특히 롭스 실적이 처음 반영된 지난 1분기에는 마트 부문 영업이익이 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4% 감소, 충격을 안겨줬다. 지난해에는 오프라인 구조조정의 하나로 마트 사업부에 롭스 사업부를 합치기도 했다.

  

주요 패션업체도 화장품 사업 철수를 서두르고 있다. 코오롱FnC도 화장품 브랜드 라이크와이즈(Likewise)를 철수한다. 

 

코오롱FnC는 지난달 초 라이크와이즈와 계약 종료를 결정하고 내년 1월31일까지만 운영하기로 했다. 이 브랜드는 히알루론산을 전 제품에 적용해 론칭 당시에는 주목받았지만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지 못해 매출 부진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패션 유통 기업이 진입 장벽 낮은 화장품사업으로 주 사업 부진을 만회하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 콘셉트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