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고공행진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언한 ‘일상회복’은 요원해지고 다시 기약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준하는 방역 조치가 실시됐다. 물리적 규제 위주의 방역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국민적 피로감은 극에 달했고 특히 절체절명의 생계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소상공인은 방역 불복종 운동까지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수많은 국민이 정부의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정부 시절 국가적 전염병 사태에 대한 대처 방식이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2009년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신종플루(H1N1) 사태 당시 이명박정부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처로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피해가 덜 했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주목된다. 코로나19가 오미크론 변이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치명율이 낮아졌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점차 과거 신종플루와 비슷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신종플루 발병 초기 전문가 의견 전적으로 수용한 MB정부

 

신종플루는 2009년 4월 멕시코에서 첫 발병 사례가 보고됐다.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이를 첫 통보받은 건 방역 최일선에서 뛰었던 전병율 당시 질병관리본부(질본·질병관리청 전신) 전염병대응센터장이었다. 당시 전 센터장은 “WHO의 필리핀 마닐라 사무실로부터 ‘멕시코·미국 국경에서 원인 불명의 호흡기 질환이 유행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스페인독감 이후 새로운 형태의 인플루엔자일 수 있다’는 전달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스페인독감은 1918년 발생해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2500만~5000만명의 인명을 앗아간 20세기 최악의 전염병이었기에 신종플루 발생 소식을 접한 질본은 발칵 뒤집혔다. 질본은 지체 없이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등에 급보를 올렸다. 이명박정부의 초기 대응은 전문가들을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었다.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에 재직했던 한 고위 관료에 따르면 박영준 당시 국무차장은 관료들을 소집해 논의하는 대신 질본에 “정부가 어떤 대응을 하는 게 가장 신속하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전 센터장은 “신종 전염병 유행 조짐에 대해 정부가 즉각 대응한다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차장은 즉각 보건복지부·외교부·교육부·국방부 등 차관들을 호출해 회의를 열고 방역 역량을 검역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 이호연] ⓒ스카이데일리

 

당시 이명박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때 중국인 등 외국인들 입국 검역에 소홀했던 현 정부와 달리 외부로부터의 신종플루 유입 원천차단에 주력했다. 덕분에 정부는 공항에서 우선 입국자 전원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실시하면서 ‘1호 확진자’를 신속히 찾아낼 수 있었다. 해당 확진자는 멕시코로 피정(避靜)을 갔다가 2009년 4월26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50대 수녀 A씨로 확인됐다.

 

A씨의 확진 사실이 밝혀진 건 귀국 후 채 일주일도 안 된 5월 2일이었으며 질본은 즉각 A씨를 음압병동이 갖춰진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했다. 코로나19 1호 확진자였던 중국인 B씨가 지난해 1월19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뒤 인천시 주도로 다수 시민이 이용하는 인천의료원에서 치료받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발 빠른 대처 덕분에 신종플루 첫 사망자 보고 역시 코로나19와는 크게 달랐다. 코로나19 국내 첫 사망자는 1호 확진자 확인 후 약 한 달만인 지난해 2월 19일 발생했다. 당시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경북 청도군 대남병원에 입원 중이던 63세 남성이 폐렴 증세를 보이다 숨졌다고 밝혔다. 반면 신종플루 사태 당시 첫 사망자 발생 시기는 최초 유입 시점으로부터 약 100일이 지난 후였다.

 

2차 감염에 대한 철저한 대응도 전염병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한 몫 했다. 당시 정부는 서울 강남의 한 학원에서 신종플루 감염자가 발생하자 서울시와 논의해 공무원 교육을 중단한 뒤 해당 학원에 신규 취업한 외국인 강사 60여명 전원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인재개발원에 신속히 격리했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생활치료센터(전염병 경증 환자를 위한 생활지원·치료 시설)라는 기록을 남겼다.

 

백신 확보·생산 투트랙 전략 취한 MB정부, 불과 7개월 만에 신종플루 공포 해방

 

전염병 사태에 대한 근본 처방에 대해서도 현 정부과 이명박정부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이명박정부는 지역사회 감염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집단 감염이 나올 시 어떻게 대응하느냐’를 전제로 한 채 타미플루(치료제)·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코로나 백신 늦장 확보로 전 국민의 비판을 샀던 현 정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타미플루 1000만명분 확보를 위한 예산 2500억원의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안건)을 승인했으며 백신 확보를 위해 이종구 당시 질본 본부장을 벨기에에 급파했다. 또 자체 백신 생산능력 확보에 매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동시에 취했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WHO로부터 백신 도면을 얻은 후 녹십자가 신종플루 백신 기술개발에 성공하면서 더는 글로벌 제약사들에게 매달릴 필요가 없어졌다. 정부는 2009년 10월 내에 백신 생산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으며 김우주 고려대 교수의 안전성 검사를 거친 후 ‘아쥬반트(면역증강제)’를 도입해 4배 양산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