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 등 다양한 형태의 노후보장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만 이것만으론 노후에 여유롭고 풍족한 삶이 보장된다는 믿음은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연금 외에 다른 방식을 고민하게 되는데 가장 공감대를 얻는 방식은 일을 할 때, 또는 젊었을 때 최대한 많은 자산을 증식하는 것이다. 자산을 최대한 많이 늘려야 안정된 노후 생활이 보장된다는 인식이 우리 국민에게 마치 고정관념처럼 자리매김한 상태다.

 

최근에야 주식, 펀드 등 다양한 자산 증식 방식이 생겨나긴 했지만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대표적인 방식은 바로 부동산 투자다. 부동산은 오랜 기간 동안 우리 국민에게 하나의 투자수단으로 인식돼 왔다. 지금도 부동산 투자 열기는 예전 못지않게 뜨겁다. 오히려 경제상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부동산 투자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러한 부동산 투자 열기는 시장을 지탱하는 원동력으로, 또 민생경제를 떠받드는 주춧돌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출범 후 국민 인식을 바꾸려는 시도가 이뤄지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투자 가치를 없애는 한편, 국민 인식까지 강제로 바꾸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으면서 심각한 시장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부동산 투자의 필요성을 더욱 키워 부동산 가격폭등으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에 시장 안정화를 위해선 주택을 투자수단으로써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집값 하락기 때도 투자처로 주목받던 부동산…“투자수단 인식이 집값상승 원인 아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KB부동산 주택 가격 동향, 한국은행, 통계청 자료를 근간으로 정권별 서울 아파트 가격 추이를 분석할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임기 동안이었던 2008년~2013년까지 서울 아파트 3% 하락한 상황에서도 자산가들의 30%는 ‘국내 부동산’을 가장 유망한 투자 대상으로 꼽았다. 이어 국내 주식(19.8%)과 예·적금(12.3%)이 뒤를 이었다.

 

실제 부동산 투자 비율도 높았다. 총 자산의 구성을 살펴봤을 때 부동산자산(주택, 건물, 상가, 토지 등)이 58.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금융자산 35.2%, 기타자산(예술품, 회원권 등) 6.8% 등의 순이었다. 부동산 투자 심리 정도가 부동산 가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부동산을 투자수단으로 인식하는 정도가 강해질수록 집값이 폭등한다며 다양한 투자 억제 정책을 내놨다. 그동안 정부는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인상 △취득세 인상 △주택담보대출 비율(LTV) 규제 강화 등을 도입하며 투자 자본의 시장 유입을 철저히 막으려 했다.

 

정확한 원인 진단이나 고민 없이 내놓은 규제는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다. 국민 인식과 괴리된 정책이 쏟아지면서 심각한 시장왜곡 현상이 나타났다. 부동산 투자 욕구를 억지로 잠재우려는 정부 정책이 오히려 투자 욕구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생겨났고 이는 곧장 집값폭등으로 연결됐다. 여기에 기존 부동산의 희소성까지 더해져 집값폭등 현상은 갈수록 심화됐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월간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3.3㎡당 평균 아파트 시세는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2326만원에서 지난달 4652만원으로 정확히 2배(100.0%) 상승했다. 기존에 비교적 저렴한 시세를 보였던 강북 지역은 109.5%(1877만→3933만원)로 강남 지역(95.2%, 2708만→5285만원)에 비해 상승률이 더욱 가팔랐다.

 

집값폭등 외 조세저항, 근로의욕상실 등 부작용…“정책은 인간 본성을 이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