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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최종병기 ‘기업가 정신’

거대한 글로벌 기술전쟁에서 1등 승자 전략은 국가 아닌 기업의 몫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기사입력 2022-01-10 10:52:37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새해 벽두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한국 기업이 포효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시장 선점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대전환의 시대에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는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대거 참여하는 세계 최대 IT 기술 경연장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삼성이나 LG 등 기존 대기업 이외에 500여 개 회사가 참가하고 있으며, 이 중 58%(292개)가 스타트업이다. 첨단 기술 없이는 경쟁의 무대에 올라갈 수 있는 글로벌 테크 전쟁에서 한국 기업의 도전이 매우 거세다. 국내의 정치 리스크나 기업에 대한 역차별에도 개의치 않고 거침없는 질주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을 한국답게, 그리고 선진국의 수준까지 끌어올린 숨은 공신은 기업이고, 그 배경에는 위기에 굴복하지 않고 줄기차게 앞을 보고 달려가는 기업가 정신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해외에서 종횡무진으로 활약하고 있는 한국 기업을 보면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이 아직도 가동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회복탄력성(Resilence)이 그 어떤 경쟁자보다 강하다.
 
올해 CES의 화두는 ‘친환경’이다. 온통 초록빛이라고 할 정도로 그린(Green)이 주제로 등장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코로나19 이후 부상할 ‘이머징 테크(Emerging Tech)’가 다양하게 선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먹거리의 주역인 자율주행차를 위시한 미래차를 비롯해 AI와 메타버스 등이 접목된 기술에 더해 헬스 케어와 푸드 테크(Food Tech)에 이르기까지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CES 한국관은 ‘스마트 라이프’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으며, 83개 참가 기업 중에 29개사가 혁신상을 받았다. 한동안 CES 전시장의 판세를 주도했던 중국 기업이 미·중 분쟁과 코로나 영향으로 대거 불참함으로 인해 한국 기업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반사이익을 충분히 챙기고 있는 셈이다. 중국 기업들은 2월 스페인에서 개최되는 ‘바르셀로나 모바일 콩그레스(MWC)’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기업이 이래저래 글로벌 경연 현장에서도 괄시를 받고 있다.
 
한국 기업의 DNA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빛을 발휘한다. 오랜 기간 좁은 국내에서보다 해외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옴으로 인해 축적된 경험과 지식에서 기인하고 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 교수가 1996년 세계에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 가장 충만한 국가로 미국이 아닌 한국을 지목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식민 지배와 전쟁에 따른 폐허의 불모지에서 단기간에 20여개 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저력을 경제적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최고의 경제 부국이자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도하고 있는 패권 국가인 미국을 지명하지 않아 당시로서는 이례적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최근까지 대내외 환경의 변화로 인해 기업가 정신이 상당 부분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위기가 찾아오면 이에 강하게 맞서는 원초적 본능이 살아나면서 이를 악물고 대처해 나가는 특유의 기질이 발휘된다. 지금이 그 시점이고, 성장동력의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주역도 바로 기업이고 기업가다.
 
기존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과 신생 혁신 스타업을 양축으로 하는 한국형 공급사슬 짜야
 
수출은 한국 경제의 젖줄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공급 여력을 가진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의 수출이 두 자릿수의 큰 증가율을 시현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이 사상 최대인 6445억 달러에 이어 올해에는 7000억 달러 달성까지 점쳐진다. 고부가가치 수출이 늘어나고 있고, 주력 시장에 대한 수출이 30% 이상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올해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우세를 지키기 위한 한·중·일 3파전이 예상된다. 중국은 여전히 최고의 강자고, 일본은 재기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 
 
내수시장이 상대적으로 협소하다 보니 해외 시장의 중요성이 우리가 중국과 일본보다 훨씬 절실하다. 시장에서 이기려는 정신력 측면에서만큼은 그들보다 월등하다. 그리고 글로벌 트렌드에 민감하다.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는 기민성도 뛰어나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잘 통한다. 다만 대충하는 것이 아닌 신속하면서도 완벽함이 더해져야 한다. 실제로 K-콘텐츠나 K-푸드 등 한류의 지구촌 침투에 경쟁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코로나 이전부터 시작된 4차 산업혁명 기술 선점 글로벌 경쟁이 팬데믹으로 인해 범위가 확장되면서 구도마저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아직은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승자가 없다. 미·중이 앞서가는 분위기지만 나 홀로 독식을 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주변과의 협력에 열을 올린다. 편 가르기를 통한 공급망 재편 속도가 빨라지고 우월적 기술을 매개로 한 합종연횡과 축의 전환이 가팔라지고 있다. 
 
독자적 기술을 갖고 있으면 유리해지는 판세다. 선전포고가 없는 총성 없는 거대한 기술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다. 원칙과 규칙이 무너진 ‘테크노 내셔널리즘’과 ‘자원 내셔널리즘’이 기승을 부린다. 선진국의 뒤꽁무니를 따라가는 2등 전략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 1등 기술이나 공급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승자가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결정적 한 방은 국가나 개인이 아닌 기업의 몫이다. 경쟁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을 가능케 하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라는 점에서 기업의 크기와 무관하게 이 정신이 살아날 수 있는 토양을 구축하는 국가가 승기를 잡을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양대 축의 복원이 시급하다. 기존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과 신생 혁신 스타트업이 그것이다. 이 두 개가 분리되지 않고 효율적으로 결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미 상당 수준의 글로벌화가 돼 있는 한국 산업의 ‘NVC(National Value Chain)’, 즉 한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사슬을 다시 촘촘하게 짜야 한다. 국가를 지속 가능케 하고 성장동력의 엔진이 살아날 수 있는 한국형 국가 모델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성장과 혁신의 동력을 저해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냉정한 잣대로 점검해야 한다. 지난 70년의 피와 땀으로 이룩된 10대 경제 대국의 숨은 비결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그것은 황무지를 옥토로 변환하는 원동력이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성공 방정식에서 만들어졌다. 한국 경제의 미래도 역시 사람을 통해서 풀어야 한다. 그 중심축에 기업가 정신에 있다.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게 하려면 이들의 사기를 북돋워야 하고, 세계를 무대로 활갯짓을 할 수 있는 불판을 깔아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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