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종합일간지

재계 ‘세대교체’ 바람에도 실력·성과 무장한 ‘장수 CEO’ 빛난다

‘샐러러맨’ 출신으로 회장·부회장까지 승진한 인물 다수

강주현 기자(jhkang@skyedaily.com)

기사입력 2022-01-10 13:47:49

▲ 재계의 세대교체 흐름 속에서도 주요 그룹 등에서 20년 이상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임원들의 면면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은 주요 그룹 본사. ⓒ스카이데일리
 
주요 기업 임원인사가 속속 단행된 가운데 화두로 떠오른 건 30·40대 젊은 임원의 약진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주요국간 무역분쟁 등으로 불확실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각 기업들은 임원인사를 통해 세대교체를 꾀하는 모습이다.
 
이런 세대교체의 흐름 속에서도 김기남 삼성전자 회장,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금춘수 (주)한화 총괄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장수 최고경영인(CEO)들은 그간의 성과를 기반으로 20년 이상 임원지위를 지켜내고 있다. 최근 인사에서 지위를 끌어올린 인물도 존재한다. 세대교체 바람 속에서도 건재한 이들 장수 CEO들의 존재는 재계 안팎의 귀감이 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기남·금춘수부터 옥경선·조용일까지…“20여년째 회사와 동행 중”
 
재계, 한국CXO연구소 등에 따르면 김기남 회장은 올해까지 26년째 그룹 임원으로 활약 중이다. 임원으로 승진한 건 1997년의 일이다.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일하다 1GB D램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당시 최연소 이사대우로 승진했다. 당시 김 회장의 나이는 39세였다.
 
이후 김 회장은 2010년 51세의 나이로 최연소 사장 승진자로 사장단에 합류하기도 했다. 2018년 연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최근 회장 승진과 함께 삼성종합기술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회장은 이곳에서 미래기술 개발과 후진 양성을 총괄한다.
 
최현만 회장도 26년째 임원 역할을 수행 중이다.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서 일하다 미래에셋증권그룹 설립에 참여한 최 회장은 1997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상무)로 선임되며 임원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1999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13년간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맡기도 했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2007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11년엔 미래에셋증권 이사회 의장을 맡았고 이듬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16년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합병된 통합 미래에셋대우가 출범하면서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으로 일하게 됐고 최근 회장으로 승진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전문 경영인 출신으로 회장 직함을 단 건 최 회장이 최초다.
 
금춘수 총괄부회장은 두 회장에 비해 직위는 낮지만 임원경력은 앞선다. 40년 넘게 한화그룹에서 근무 중인 금 총괄부회장의 임원경력은 28년이다. 1995년 (주)한화 이사보에 오른 후 그룹 구조조정본부 경영지원팀장, 대한생명보험 경영지원실장, 한화차이나 사장, 경영기획실장 등 핵심 보직을 두루 맡아왔다. 현재 사업전략과 지배구조 개편, 승계구도 등 그룹핵심 사안을 총괄하고 있다.
 
이찬의 삼천리 부회장은 무려 32년간을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매출기준 국내 100대 기업 경영인 중 최장수 임원이다. 그는 1991년 삼천리 이사에 오르며 처음 임원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삼탄, 키데코(KIDECO) CEO 등을 두루 거쳤다. 올해 이 부회장의 나이가 만 67세라는 점에 비춰보면 그의 임원 활동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LG생활건강을 이끌고 있는 차석용 부회장은 100대 기업 대표이사 중 가장 오랜 시간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인물로 확인됐다. 차 부회장은 2005년부터 올해까지 18년째 LG생활건강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최근 연임에 성공하면서 3년의 임기를 추가로 보장받게 됐다. 보장받은 임기만 마무리하더라도 차 부회장은 20년간 LG생활건강을 이끌게 된다.
 
앞선 경력까지 계산할 경우 차 부회장의 대표이사 경력은 20년이 넘는다. 그는 1998년 피앤지(P&G)가 운영하는 한국법인 쌍용제지 대표이사 사장과 P&G한국법인 총괄 사장을 맡으며 임원역할을 수행했던 바 있다. 차 부회장의 임원경력은 올해까지 25년이다.
 
이 밖에 임병용 GS건설 부회장(26년),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23년), 전영현 삼성SDI 부회장(22년),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21년), 배재훈 HMM 사장(27년),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23년), 옥경선 한화 사장(21년), 조용일 현대해상 사장(21년) 등도 100대 기업에서 20년 이상 임원으로 활약 중인 CEO로 확인됐다.
 
주요기업 장수 CEO 공통점은 남다른 실력·뛰어난 성과·주변의 신뢰
 
이들 장수 CEO들이 20년 이상 대기업 임원으로 활약할 수 있는 배경엔 남다른 성과와 실력 등이 자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김기남 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초격차’ 확보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 인물로 평가된다. 선제적 시설투자 등을 지휘하면서 삼성전자가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김 회장 체제 아래서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128단 낸드를 기반으로 하는 SSD 제품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1세대 10나노급(1x) D램부터 4세대 10나노급(1a) D램을 잇따라 개발하기도 했으며 극자외선(EUV) 공법을 메모리반도체 업계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일련의 성과를 기반으로 삼성전자는 2017년과 2018년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 기업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낸 삼성전자는 이번에도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 자리를 탈환할 가능성이 높다.
 
김 회장은 세계 반도체업계와 관련학계 등에서 인정받는 기술 전문가기도 하다. 빠른 의사결정과 정확한 업무처리 등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그룹 총수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 주요그룹 장수 CEO들이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올 수 있던 배경 중 하나는 남다른 성과였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기남 회장, 최현만 회장, 차석용 부회장, 금춘수 총괄부회장. [사진=각 사]
 
최현만 회장은 미래에셋금융그룹 개국공신 중 하나다. 오랜 시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복심으로 활약했으며 그룹이 난관에 봉착했을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도맡기도 했다. 지난 20여년간 주요 계열사 대표 등을 거치며 그룹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동원증권 직원 시절부터 탁월한 영업능력을 발휘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금춘수 총괄부회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최측근이자 사실상의 그룹 2인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실력이 뛰어난 것은 물론 김 회장의 신뢰도 깊어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평가도 받는다. 김 회장이 잠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을 때 그룹 현안을 챙기면서 총수의 경영공백을 최소화하는 데도 기여했다.
 
그간 그룹 컨트롤타워 등에서 활약하면서 사업전략, 지배구조 개편, 승계구도 등 굵직한 사안을 총괄해왔다. 한화큐셀·한화솔라원 합병, 삼성그룹 계열사 인수 등을 주도한 게 대표적이다.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인수 당시 그룹 안착 및 경영정상화 등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차석용 부회장은 ‘차석용 매직’이란 신조어를 탄생시켰을 정도로 지난 세월 뛰어난 경영능력을 발휘한 인물이다. 그가 취임했던 2005년 이후 LG생활건강의 분기 영업이익은 2014년 1분기를 제외하고 매번 전년 동기 대비 상승했다. 매출 역시 꾸준히 상승했다.
 
그 결과 LG생활건강은 2004년 매출 9526억원, 영업이익 544억원 규모 회사에서 지난해 매출 7조8445억원, 영업이익 1조2209억원 등의 실적을 내는 회사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엔 화장품·생활용품·음료 등 3개 사업 모두 국내 업계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국내 주요 기업 내 장수 CEO들의 활약 등과 관련해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주요그룹 임원 인사에서 젊은 임원들의 승진 등이 주변의 관심을 이끌어냈지만, 젊은 임원들의 약진 속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장수 CEO들의 활약도 결코 외면해선 안 될 대목이다”며 “오랜 시간 회사 임원으로 일해 왔음에도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내며 성과를 내고 있는 장수 CEO들의 존재는 재계 안팎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대교체도 중요하지만 보다 많은 장수 CEO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는 것도 중요하다”며 “능력만 있다면 빠르게 승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만큼이나 오랜 시간 일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도 회사의 발전에 필요한 요소다”고 덧붙였다.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스카이데일리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