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무리한 임대주택 활성화 정책으로 인해 그동안 건설사들이 없어서 못 구할 정도로 귀한 몸이었던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 용지’도 외면 받고 있는 모습이다. 택지를 낙찰받아도 의무적으로 건설해야 할 임대주택이 많아 사업성이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보니, 건설사들이 입찰에 나서지 않고 있다.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을 잡기 위해선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 아파트 공급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주를 이루는 만큼, 지나친 임대주택 양산 정책이 주택의 질을 떨어트리는 것은 물론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 안팎에선 한시라도 빨리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이루기 위해선 임대주택 건설에 매몰된 현 정책 기조를 서둘러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강조해왔다. 2020년 12월, 화성에 있는 LH 임대주택 100만 호 기념단지에서 열린 ‘살고 싶은 임대주택’ 보고회에서 “정부는 2022년 공공임대주택 200만 호 시대를 열 것이며, 2025년까지 240만 호를 달성해 주거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OECD 상위권의 주거 안전망을 갖추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문재인 대통령과 국토교통부의 주택 공급 방침에 부응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공공택지 용지를 공급해왔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임대주택 비율을 높이기 위해 ‘임대주택건설형’ 공동주택 용지 공급하기 시작했다. 

임대주택건설형 공동주택 용지는 그동안 추첨제 방식으로 운영되던 공공택지 매각방식을 평가방식으로 바꿔 계열사를 동원한 ‘벌떼 입찰’ 문제를 해결하고 주택 품질도 높이자는 취지로 도입된 공급 체계다. 민간사업자가 LH에서 토지를 공급받아 분양주택을 짓겠다고 제안하면 LH가 그중 20~30%를 임대주택으로 매입할 수 있는 조건으로 공동주택 용지를 매각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제도를 처음 선보인 정부와 LH는 지난해 11월 성남복정1·남양주진접2·인천계양지구 내 5필지를 대상으로 ‘임대주택건설형’ 공동주택 용지 공모를 시행했다. 모두 수도권이다. 입지도 상급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는 곳들이다. 아울러 인천 계양지구 필지는 3기 신도시 중 처음으로 민간에 공급되는 택지였다.

 

택지의 규모는 성남복정1지구 1필지로 3만777㎡, 남양주진접2지구와 인천계양지구는 모두 2필지로 면적은 각각 7만8248㎡, 9만386㎡ 등이었다.

 

이후 구랍 24일 LH는 공모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33개 컨소시엄이 사업에 뛰어들어 평균 경쟁률은 6.6대 1에 불과했다.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곳은 서한 컨소시엄이 당선된 진접2 S1블록으로 1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성남 복정1 B3 블록엔 단 두 개 컨소시엄만 공모에 응해 씨티건설 컨소시엄이 당선업체가 됐다. 계양지구 두 필지 경쟁률은 각각 6대 1로 호반산업 컨소시엄·원건설 컨소시엄이 공동주택 용지를 공급받게 됐다. LH는 구랍 31일 당선업체와 토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LH 용지는 그동안 없어서 못 팔정도로 인기가 높아 기본 경쟁률이 수백 대 1을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같이 임대건설형 공동주택 용지가 건설사들로부터 외면 받는 이유는 아파트를 짓는다 해도 20~30%는 LH에 임대주택으로 내어줘야 하는 구조다 보니, 건설사 입장에선 사업성 의문을 품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특히 LH는 임대주택 용지를 매입할 때, 표준 건축비를 통해 매각 비용을 계산하는 데, 표준 건축비 국토교통부에서 고시한 분양가상한제 주택 기본형 건축비보다 40% 이상 낮다 보니, 건설사 입장에선 제값을 받고 매각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지난해 표준 건축비는 약 336만원(11~20층 전용면적 60㎡ 초과 기준)이며, 기본형 건축비는 약 588만원(16~25층 전용면적 60~85㎡ 기준)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공모에는 대형 건설사, 중견 건설사도 대부분 공모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당선된 컨소시엄 대표사 중 시공능력평가 30위 안에 드는 회사는 한 곳도 없었다. 당선업체 중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가장 높았던 곳은 35위인 호반산업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건설사 고위 관계자는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 공공택지라 하더라도 과거에 비해서는 비싼 실정인 데다 임대주택까지 지어야 한다”며 “임대주택을 매각할 때는 표준 건축비로 계산하다 보니, 헐값에 넘겨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보니 건설사 입장에선 굳이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대부분 선택과 집중을 하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높은 임대주택 비율은 건설사들로부터 택지 외면현상을 가중해 결과적으로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가중된 서울·수도권의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질 좋은 주택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와야만 가능하다”며 “그런데 현재 공공택지는 임대주택 비중이 높아 사업성이 나오지 않다 보니 건설사들의 외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국민 선호도가 떨어지는 브랜드들이 만들어지게 되면, 기존 민간 주택이라던 지, 주요 브랜드 아파트의 희소성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집값 안정이라는 임대주택건설형 공동주택 용지 공급 취지가 무색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