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19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주요국 경기회복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반도체를 비롯한 대부분의 품목에서 수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한은)이 11일 발표한 ‘2021년 1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11월 경상수지는 1년 전보다 20억2000만달러 줄어든 71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0년 5월부터 19개월 연속 흑자다. 지난해 11월까지 누적 경상수지도 842억3000만달러로 2015년(1059억4000만달러)과 2016년(992억4000만 달러)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경상수지 규모가 줄어든 이유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 흑자가 59억5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40억달러나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상품수지는 수입이 크게 늘면 흑자폭이 줄어든다.

 

수출은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품목의 수출 호조가 이어지고 해외생산 수출이 확대되면서 전년 11월보다 127억3000만달러(27.1%)가 늘어난 596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통관기준 출액은 석유제품이 127.1%로 가장 많이 늘어났고, 이어 반도체(38.8%), 화공품(35.8%), 철강제품(33.7%), 정보통신기기(32.9%), 승용차(3.3%) 등의 순이었다. 수출 호조가 지속되면서 수출은 전년 동월대비 13개월 연속 증가했다.

 

수입도 2020년 11월보다 167억4000만달러(45.3%) 늘어난 537억달러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 급등 영향으로 원자재 수입이 급증하고,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도 확대 흐름을 이어가면서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석유제품(192.0%)과 가스(165.0%), 원유(127.8%), 철강재(53.9%)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72.9%)한데다, 반도체 제조장비(45.5%)와 전기·전자기기(24.4%) 등 자본재(24.2%), 곡물(58.2%)과 직접소비재(26.6%) 등 소비재(18.2%)가 모두 증가한 영향이다.

 

이성호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지난해 11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전년 동월에 비해 축소된 이유도 상품수지를 구성하는 수출 증가율(27.1%)보다 수입 증가율(45.3%)이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라며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이호연 기자] ⓒ스카이데일리

 

서비스수지는 운송수지 개선 등으로 전년 동월대비 적자폭이 8억4000만달러 축소된 1억4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운송수지 흑자는 1년 전보다 12억6000만달러 확대된 17억1000만달러였다. 11월 선박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작년 동월보다 143.0%나 뛰면서 운송수입이 44억9000만달러로 급증했다.

 

임금·이자·배당 소득을 반영한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전년 11월보다 10억1000만달러 확대된 14억9000만달러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이 해외현지법인으로부터 받는 배당 수입이 늘면서 배당소득수지는 6억7000만달러를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한편 자본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은 11월중 65억4000만달러 증가했다.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가 53억5000만달러,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는 9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서학 개미(해외 주식 투자자)’ 열풍의 영향으로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65억5000만달러 늘면서 지난해 4월 이후 20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 중 주식은 49억 달러 늘어 한 달 만에 다시 증가 전환했다. 채권은 16억5000만 달러 5개월 연속 증가했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도 29억5000만달러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