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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미필자는 2등 국민인가

노태하 기자(thnoh@skyedaily.com)

기사입력 2022-01-13 22:36:19

▲ 노태하 정치사회부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숙취해소제 사진을 게시하면서 해시태그(검색 주제어)에 ‘멸공’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정 부회장은 이전에도 종종 ‘멸공’ 단어를 온라인상에서 사용해왔다.
 
국민의힘도 호응했다. 윤석열 대선후보가 8일 신세계 계열사인 이마트에서 멸치·콩 등을 구입하는 사진을 SNS에 올린 것을 시작으로 나경원 전 원내대표,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멸치‧콩을 사거나 반찬으로 식사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김진태 이재명비리국민검증특별위원장은 “다 같이 멸공 캠페인 어떨까요”라고 제안하는 등 야당은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반면에 여권 분위기는 상이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7일 SNS에서 정 부회장의 ‘멸공’ 해시태그에 대해 “21세기 대한민국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며 “거의 윤석열 수준이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멸공’ 논란을 두고 정치권이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던 중 범여권인 열린민주당은 급기야 정 부회장의 군면제 이력까지 언급하며 비난을 쏟아냈다. 8일 김성회 대변인은 SNS에서 “멸공이라. 현실적인 방법은 상대가 북한이든 중국이든 전쟁을 일으켜 전부 살해하는 수밖에 없다. 전쟁 하려면 군인이 필요하다”며 “신세계 부회장 상속 받은 정용진 씨, 면제죠. 입만 살아서 떠드는 게 참 보기 그렇다”고 비꼬았다.
 
같은 당 김의겸 의원도 거들었다. 그는 10일 “멸공은 단순히 반공·승공 개념을 넘어 뿌리째 뽑는 것, 박멸하겠다는 것이다”며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건데 남들 귀한 자식들 다 군대 보내면서 본인은 안 갔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역풍이 불었다. 관련 기사들에 달린 댓글에선 ‘군 면제인 국민은 국가안보에 대한 논의도 하면 안 돼냐’나 ‘그러면 대한민국 여자들(여군 제외)은 군대에 관해서는 입도 뻥끗하면 안 되는거냐, 군대도 안 다녀와놓고 군대 논할 자격이 없다는거 아니냐’며 김 대변인 등을 역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흘러나왔다.
 
더욱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왼팔 등 신체적 불편함으로 인해 군 면제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변인 논리대로면 이 후보 역시 국가안보에 관해 언급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국방의 의무는 군 복무로만 이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국방의 의무는 군 복무뿐만 아니라 방공‧방첩의 의무, 국가안보에 기여할 의무, 군 작전에 협조할 의무, 전시근로동원에 응할 의무 등을 포괄한다. 따라서 국민이라면 누구나 방어적 공세를 위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셈이며, 백번 양보해서 열린민주당 논리가 맞다 해도 군 미필자와 여성도 국가안보를 논할 충분한 자격이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열린민주당이 정 부회장의 군 면제 이력과 안보를 결부시킨 건 적절치 않다. 뿐만 아니라 이런 발언은 자칫 미필자를 국가안보를 언급할 자격조차 없는 2등 국민으로 만들 수 있는 반헌법적 소지도 있다. 공당(公黨)이라면 언행에 신중 또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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