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비스 이용자를 고객이라고 부르지 않아요. 대부분이 사기 피해자들인데 고객, 고객님이라는 호칭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보기 때문이죠.”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 출시 등으로 중고 거래가 더욱 편리해지면서 관련 시장은 약 20조원 규모로 커졌다. 회원 수가 500만명을 넘는 플랫폼만 4곳에 이른다. 2003년 온라인 중고 거래 시장을 연 인터넷 카페 ‘중고나라’를 필두로 2010년대 출시된 ‘헬로장터’,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편리함의 이면엔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중고 거래로 인한 사기 피해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개인 간 온라인 중고 거래에서 사기 피해 신고 17만4328건이 경찰에 접수됐다. 이는 역대 최다 규모로, 3년 전인 2017년 9만2636건과 비교하면 두 배에 가깝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경우를 감안하면 실제 피해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치트(thecheat’는 이러한 중고 거래 사기를 예방하고자 만들어진 사이트다. 김화랑 대표는 자신의 피해 경험이 계기가 돼 2006년 더치트를 개설했다. 국내 최초의 사기피해 정보 공유 사이트 ‘더치트’의 시작이었다.

 

“대학생 때 세 차례 정도 중고 거래를 하다가 사기를 당하게 되면서 혼자 개발에 들어갔어요. 억울하기도 했고 범인을 잡고 싶기도 했죠. 중고 거래 사기의 시작과 끝은 전화번호와 계좌 번호이므로 이를 널리 알리면 적어도 같은 정보로 사기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막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피해 사례가 하나둘 공유되면서 사람(조회 수)이 모였고 더욱 많은 사기 관련 정보가 쌓였다. 출시 첫해 경찰청에 접수된 인터넷 사기 민원이 눈에 띄게 줄었고, 이듬해 경찰청에서 도움을 요청해왔다. 김 대표는 그동안 쌓인 사기 용의자 정보를 제공했으며 이후로도 계속 경찰 요청에 응해왔다.

 

“경찰과는 출시 초기부터 지금까지 약 16년 정도 사기 피해 정보를 제공하며 긴밀히 협조해왔어요. 국내 사이버범죄 수사팀 인력은 모두 더치트에 가입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거꾸로 사기꾼이 자신의 정보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접속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움직임도 감지되면 경찰에 제공하죠. 경찰은 검거 소식을 더치트에 알려주고 있어요.”

 

 

초기 7년간 더치트는 별 다른 수익이 없었다. 서너 명의 봉사자와 함께 김 대표가 일반 직장에 다니면서 모은 돈으로 운영하는 비영리 서비스였다. 점차 사기 범죄와 피해가 매우 비슷한 방식으로 계속 반복되는 데 대해 고민했지만 사업화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 스타트업 투자 전문가를 만나면서 마음을 바꿔 2013년 법인을 설립했다.

 

“정보기술(IT) 개발자 등으로 일한 경험이 있어서 창업에 대한 꿈은 항상 있었는데, 더치트로 창업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대학에서 컴퓨터·윤리 교육과 경영을 전공해 공익적 서비스에 관심이 많았고 사회적 기업을 주목하고 있던 차에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님을 만나면서 금융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세웠어요.”

 

더치트는 이제 명실상부 국내 최대 ‘사기 피해 및 예방 플랫폼’으로 역할을 한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은 물론 우리 일상에 가까운 여러 기업에 사기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사기 예방에 힘을 보탠다. 비영리 서비스로 출발해 이처럼 사업화에 성공한 사례는 흔치 않다. 여전히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는 더욱 찾기 어렵다.

 

“한때 유료화를 했어요. 만 20세 이상 성인은 서비스 이용 시 일부 비용을 후원(지불)하게 했는데 불만이 없지 않았어요. 3년 정도 유료로 운영하다가 기업 대상 서비스 등에서 수익이 나면서 일반 이용자에게는 다시 무료로 전환했죠. 그때 후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으니까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

 

더치트는 출범 이래 줄곧 국내 최대 ‘사기 피해 정보 공유 사이트’였다. 국내 첫 시도였고 성공적이라서 우스갯소리로 경찰이 아니면 경쟁자가 나오기 어려워 보였다. 그런데 정말로 경찰이 경쟁 상대가 될 뻔 했다. 2010년 경찰은 사기거래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넷두루미’를 내놓았는데, 황재호 더치트 대외협력 이사에 따르면 더치트와 매우 유사한 모습과 구조였다. 곧장 문제를 제기했으나 아직도 해결된 건 없다.

 

“보면 알 수 있어요. 현재 ‘사이버캅’으로 이름을 바꿨는데, 범죄 이력을 조회하는 아이디어부터 검색 결과까지 안 닮은 구석이 없어요. 당장 항의했는데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면서 시간이 흘렀고 담당자는 바뀌었고 새 담당자는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는 식이에요. 그러고는 반복이에요. 구두로 중단하겠다는 말도 들었는데 지금도 서비스하고 있어요. 또 다른 담당자가 오면 어떻게 될는지…”

 

그럼에도 일선 경찰에게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일례로 사기 피의자 검거에 공이 큰 경찰관·경찰서에 감사패를 전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초기 피해자들이 감사패를 전달하고 싶다는 의견을 반영했다.

 

올해 더치트는 새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개인신용평가 모델을 통해 비금융 신용평가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그동안 축적한 사기 범죄 관련 정보에 통신 데이터나 웹 크롤링 정보 등을 더해 대안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고 있다. 2020년 ‘신용정보법’ 등 이른바 ‘데이터 3법’이 개정되면서 비금융 정보를 이용한 신용평가업이 가능해졌다.

 

“대부업 뿐 아니라 렌탈 서비스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요. 자동차나 정수기 같은 거 렌탈 서비스로 이용할 때 신용점수 안 보잖아요. 빌려주는 사람은 물어보지만 않지 걱정하면서 내줄 수밖에 없는데, 저희 신용평가 모델은 이러한 부분의 신뢰도를 파악할 수 있죠.”

 

더치트에서는 중고 거래 외에도 암호화폐 및 게임 계정·아이템 등 비실물, 보이스피싱 등의 사기 피해 정보도 공유할 수 있다. 암호화폐의 경우 국내에서는 아직 그 가치가 제도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탓에 적절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그렇다보니 개인 간 거래가 암암리에 벌어져 사기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김 대표는 다양한 형태의 사기행위가 횡행하는 요즘 누구나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면서 이에 대한 인식이 있으면 상당부분 예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치트의 활동 목표는 이런 사이트의 존재가 필요 없는 시스템을 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 전에 사기 이력이 없는지 확인하는 게 좋아요. 더치트가 많이 알려지면서 처음부터 조회하는 사람도 많지만 아직도 사기를 당한 뒤에 조회해보는 사람도 많아요. 한 은행과 모의실험을 진행했는데 66%까지 금융사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거래 전에 차단시키거나 ‘사기 의심 이력이 있다’는 식으로 주의를 주는 거죠. 우리의 목표는 더치트를 몰라도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