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이 코로나19 사태로 재정적 압박이 커져 구조조정을 위해 소장품 매각 목적으로 경매에 내놓은 두 국보 불교 유물 실물이 공개됐다. 업계는 얼마에 누구에게 팔릴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두 국보 차기 행선지로 입에 오르내리는 기관은 2년 전 간송미술관의 보물 불상을 모두 산 국립중앙박물관이다. 그러나 국보 두 점을 합한 거래 시작가는 최소 60억원인 반면, 박물관 한 해 유물 구입 예산은 39억뿐이라서 두 국보 모두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국시대 유물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癸未銘金銅三尊佛立像)’이 32억∼45억원, 고려시대 ‘금동삼존불감(佛龕)’은 28억∼40억원으로 추정가가 책정된 가운데 미술경매사 케이옥션은 17일 서울 강남 케이옥션 사옥에서 두 국보 실물을 공개했다. 경매는 27일 열릴 예정이다.

 

국보 문화재가 미술품 경매 시장에 나온 건 국내에서 사상 처음으로, 두 국보는 일제강점기 우리 문화재를 사들여 해외 반출을 막았던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이 생전 아꼈던 애장품으로 꼽힌다.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은 ‘계미십일월’(癸未十一月)에 제작했다는 명문(銘文·비석이나 기물에 새긴 글)이 있어 563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6세기 동아시아에서 유행한 호신불로, 높이는 17.7㎝이다. 

  

금동삼존불감은 불상을 모시는 작은 건조물인 불감(佛龕)과 삼존불로 구성된다. 높이는 18㎝이며, 제작 시기는 11∼12세기로 추정된다. 고려시대 건축 양식과 조각 기법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국보가 미술품 경매 문화재보호법상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는 해외로 반출할 수 없고 국내에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또 경매 시장에서 문화재는 관리하기가 쉽지 않아 개인이 소장하기 부담스럽고, 국가기관 중에선 국립중앙박물관만큼 유물 구입비를 책정해둔 곳이 없어 시작가가 높게 정해지면 유찰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학계에서는 박물관이 경매에 참여한다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만 인수하는 데 유물 구입비를 모두 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불입상이 국내에 많이 남아 있지 않아 희소성이 큰 데다 제작 연도까지 기록돼 사료로서의 가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20년처럼 경매가 유찰된 뒤 간송미술관이 국립중앙박물관과 직접 거래해 적정 가격을 협의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실제 당시 간송미술관이 보물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금동보살입상’을 경매에 출품했지만 응찰자가 없었다. 박물관은 유찰 이후 유물 구입 예산을 활용해 두 불상을 사들였다. 총액은 30억원에 미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