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그룹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패션사업을 점 찍은뒤 패션기업 한섬을 인수했다. 이후 SK네트웍스 패션부문까지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인수 전,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이 한섬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패션 사업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인수 당시 한섬의 매출 규모가 5000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현대백화점은 한섬 인수를 강행했고 한섬을 이끌 첫 타자로 김형종 사장이 한섬 부사장으로 선임됐다.

 

한섬 부사장을 거쳐 현재 현대백화점을 이끄는 김형종 대표이사 사장은 국민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1985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목동점장, 기획조정본부 경영개선팀장, 상품본부장 등 요직을 역임했다.

 

또한 현대백화점의 핵심조직인 기획조정본부, 상품본부 등에 몸을 담았다는 점에서 그룹 실세 중 한 명으로 평가 받기도 한다.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부사장에서 2016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김형종 사장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자회사인 한섬글로벌과 현대지앤에프를 통해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인수했다”라며 “연간 1조3000억 이상의 매출 실적을 달성하며 규모면에서 국내 4위 규모의 패션기업으로 올라서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의 말대로 한섬은 승승장구 했다. 매출을 2배 이상으로 끌어올려 1조 클럽에 가입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형종 사장의 리더십이 빛났다.

 

그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실적이 부진한 브랜드를 정리하고 타임, 시스템 등 주요 고급 브랜드에 역량을 집중시켰다. ‘노세일 고급화’ 전략을 통해 고급 브랜드의 입지를 유지해 타깃 고객들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다.

 

특히 김형종 사장은 한섬 경영을 이끌며 핸드백 등 잡화가 트렌드로 자리잡자 잡화 전문 브랜드 ‘덱케’를 론칭, 현대홈쇼핑과 한섬이 공동 기획한 브랜드 ‘모덴’을 론칭해 주목 받았다.

 

이후 현대백화점그룹은 2019년 말 ‘2020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당시 김형종 한섬 대표를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했다. 이는 세대교체와 함께 침체기를 맞은 유통가에서 활로를 모색하면서 그룹의 미래를 준비하고자 하는 정지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백화점을 이끄는 동안 김형종 사장이 낸 성과 중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개점한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이다.

 

‘더현대 서울’은 서울 지역 최대 규모 백화점으로 도심 속 자연주의, 쇼핑을 통한 힐링을 의미하는 ‘리테일 테라피’ 콘셉트로 오픈해 개관 2주 만에 200만명이 넘는 방문객을 모았고, 한 달 만에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며 성공적인 오픈을 알렸다.

 

출점 첫해인 지난해 6637억원의 매출을 올린 더현대 서울은 오픈 2년차인 올해 연 매출 1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와 같이 그가 강조한 오프라인 집중 전략이 먹혀들면서 지난해 3분기 만에 현대백화점의 개별 영업이익이 전년도 한 해 벌어들인 이익을 초과하는 성과를 냈다.

 

한편 김형종 사장이 올해에도 오프라인 매장에 집중한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을 못가 억눌렸던 소비 욕구가 분출되면서 명품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현대백화점은 올해에는 명품관 확장 등 점포 리뉴얼에 공을 들인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개점 36년 만에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압구정 본점이 저층 명품관에만 몰려있던 프리미엄 콘텐츠들을 이미 모든 층으로 확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압구정 본점을 시작으로 올해는 판교점으로도 남성 명품관 라인업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형종 사장이 올해 중점 추진하는 ‘명품관 확장 전략’이 매출 증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