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후 유방은 개국공신들을 숙청해 영포‧팽월과 같은 같은 유 씨가 아닌 이성왕(異姓王)들을 전부 몰아냈다. 그래도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굳이 목숨을 빼앗지는 않았지만 여태후는 남편 유방을 제치고 정사에 간섭해 유방이 살려줬던 1등 개국공신 한신을 직접 처단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유방의 사후 여태후는 그간 숨겨왔던 잔혹함을 펼쳐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유방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된 아들 혜제의 자리를 위협했던 척부인과 그의 아들 유여의에 대해 잔혹한 복수극을 벌이기도 했다. 혜제는 이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앓다가 일찍 사망했다. 그러자 여태후는 허수아비 황제를 갈아치우는 등 사실상의 섭정으로 군림하며 남편과 공신들이 일군 한나라의 국가권력을 완전히 장악했다.

 

여태후는 한나라를 장악한 뒤에는 유 씨 번왕들의 땅을 빼앗고 찢어서 자신의 친족인 여 씨들에게 주고 왕으로 세웠다. 죽은 남편의 서자들이 차지한 제후왕의 자리를 친족들에게 넘기기 위해 여태후는 서자들을 망설임 없이 죽였다. 또 수도 방위군과 황궁 수비군의 지휘도 친족들에게 맡기는 등 마치 자신이 황제가 된 듯 전횡을 일삼았다.

 

여태후는 이처럼 정적들을 끔찍하게 살해하고 황족인 유 씨들을 무분별하게 숙청하고 통제했으며, 측근인 여 씨들로만 한나라의 주요 보직을 채우며 국가 찬탈을 시도했기에 역사에서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최근 주요 대선후보들의 배우자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특히 최근 한 대선후보의 배우자가 남편이 장(長)으로 있던 곳의 공무원에게 자신의 약을 대리처방받게 하거나 아들 퇴원수속을 대신 밟게 하는 등 사적 심부름을 시켰다는 의혹이 문제가 됐다.

 

배우자의 수족처럼 활동했던 모 사무관은 해당 의혹을 제보한 공무원이 과거 후보와 배우자가 탄 차량을 앞질러 가자 “지금 후보와 배우자를 모시는 마음이 돼 있는지 그것부터 좀 장착을 해라. 어려워해야 한다”고 훈계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대변인 논평에서 “종합병원을 방문할 때 공무원이 코로나 방역을 위한 문진표를 대신 쓰고 출입증을 받은 사실까지 새로이 드러났다”며 “아들과 함께 병원 한 번 다녀오는데 주차장소 물색, 문진표 대리작성, 퇴원수속 등에 바삐 뛰어다녔을 공무원을 생각하니 화가 치밀 지경이다. 이쯤되면 평소 ‘황제의전’이 어땠을지도 뻔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즉시 국민들께 사과하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법적 근거도 없이 당시 후보자의 배우자라는 이유로 권력을 사유화해 공무원을 사적으로 부리게 하는 등 국무총리급 의전을 받도록 한 것은 혈세 낭비는 물론 직권남용의 범법행위”라고 비판했다.

 

한 민간인이 배우자의 지위에 기대어 ‘황제의전’을 받았다는 의혹을 두고 자신이 황제인 것처럼 의전을 받고 국정농단을 일삼았던 여태후의 사례를 떠올리는 국민이 적지 않다. 정치권은 역사에 기록된 여태후의 이야기를 교훈 삼아 재발 방지를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대통령을 국가원수로 선택한 것이지 그 배우자를 택한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