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수장의 교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나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이후 적극적인 가계부채 억제 정책을 펼쳐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과 상반되는 기조를 이어갔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만일 교체될 경우 앞서 거론된 인사들이 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이 임기를 시작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은데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 등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교체보다는 안정을 택할 것이란 의견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공공 금융기관장과 관련해서는 큰 폭의 교체가 일어날 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교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사는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다. 2017년 취임한 이 회장은 2020년 9월 연임에 성공해 임기가 2023년 9월까지다. 하지만 이번 대선 과정에서 윤 당선인이 밝힌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에 대해 “은행과 해당 산업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모르니까 하는 말”이라며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앞서 이 회장은 2020년 9월 연임 시점에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기 발간 축하연에서 ‘여당 집권 건배사’를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경우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윤 행장이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인사라는 점에서 교체될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온다. 반면 윤 행장의 임기가 내년 1월까지로 얼마 남지 않은데다 윤 행장이 관료 출신으로 정치적 색채가 옅어 임기를 채우고 물러날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기업은행의 최대주주는 지분 63.7%를 보유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다.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낸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나 기재부 2차관을 지낸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경우에도 관료 출신인데다 임기가 각각 내년 말이나 8월까지여서 거취를 두고 유임 의견과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교체론이 엇갈린다.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은 임기가 올해 10월까지여서 교체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일부 기관의 경우 수장 선임을 ‘올스톱’ 한 상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성장금융)은 14일 이사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던 성기홍 대표와 서종군 전무이사 후임 인사 선임 안건을 중단했다. 성 대표와 서 전무의 임기는 이달 말 만료되지만 정권 교체기의 인사에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도 이달 말 김석민 대표의 임기가 만료되지만 대표이사 선임을 중단한 상태다.

 

한편 23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임으로 이창용(62)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당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이와 관련해 윤 당선인 측과의 협의 여부를 놓고 양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청와대는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었다”고 밝힌 반면, 당선인 측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지명자는 인창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