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 ‘주민번호 111111’ 제왕절개 봇물

오늘, 천년에 한번 ‘밀레니엄 데이’ 맞아

김종우 기자(jw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1-11-11 00:37:00

주민등록번호(Resident Registration Number, RRN)는 주민등록법에 의해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에게 발급하는 식별번호다. 언제부터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되었을까? 1968년 1월 21일, 북한의 특수부대 요원 12명이 청와대를 습격하여 당시 대통령인 박정희를 살해하려던 사건이 일어났다. 이때부터 정부에서는 간첩 식별 편의 등의 목적으로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면서 전 국민에게 식별번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부여한 주민등록번호는 총 12자리였다. 지금과 달리 생년월일은 적혀 있지 않았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110101-100001번을 받았다. 이후 1975년부터 13자리로 바뀌고, 앞 6자리는 생년월일이 되었다. 그런데? 요즘 재밌는 풍속도가 펼쳐지고 있다. 바로 오늘 출산을 통해 이른바 밀레니엄 주민번호 ‘111111-1111111’ 을 받으려는 산모들의 움직임이다. 이것이 가능할까? 스카이데일리에서 이를 알아보았다.

‘빼빼로데이’, 11월 11일

지난 2008년 8월8일 오후 8시 중국 베이징에서 제29회 하계올림픽이 개막됐다.

중국인들이 행운의 숫자로 여겨지는 ‘8’이 여러 번 중복되는 것을 기념해 개최됐다.

당초에는 8시 8분 8초까지 6개의 8의 숫자가 나열되는 시간에 맞춰 개막식을 거행하기로 했지만 결국 방송시간과 각 국가의 시차에 따른 문제로 정각 8시로 조정돼 화려한 개막 행사가 전 세계 지구인들에게 전파됐다.

오늘, 11월11일은 연인들의 기념일로 여겨지는 일명 ‘빼빼로데이’다.

이날은 숫자 ‘1’을 닮은 가늘고 길쭉한 과자 ‘빼빼로’처럼 날씬해지라는 의미에서 1996년 부산 지역 여중생 친구끼리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올해는 2011년 11월11일로 숫자 ‘11’이 세 번 들어가는 해이기도 하다.

몇몇 제과회사에서는 이를 두고 1000년 만에 돌아오는 ‘밀레니엄 빼빼로데이’ 라는 황당한 광고를 내가며 지나친 상술에 열을 올리는 현실이다.

한글날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발렌타인데이니 화이트데이니 하는 기념일에 더 익숙해 있는 젊은 세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오늘은 빼빼로데이 만큼이나 지체 장애인들에게는 ‘장애인의 날’,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오늘을 밀가루로 만든 빼빼로 대신 우리 쌀로 만든 가래떡을 먹는 ‘가래떡데이’로 정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강남3구 산부인과, 제왕절개 환자 ‘봇물’

한 해 7000여명의 산모들이 아이를 낳는 국내 대표 여성병원 J병원에서는 오늘 15건의 제왕절개 수술이 예정되어 있다고 스카이데일리와 가진 통화에서 밝혔다.

이는 평소 10건 안팎이던 것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아이에게 주민번호 ‘11111’을 선물하려는 산모들의 마음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천 년 만에 한 번 돌아온다는 ‘밀레니엄 11’을 맞아 여타 국내 산부인과 병원들도 분주해지고 있다.

J병원 뿐만 아니라 강남3구에서는 특히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의 제왕절개 수술 예약이 평소보다 20~30% 정도 늘어났다는 것이 일선 산부의과 의사들의 설명이다.

서초구의 K산부인과 L원장은 “11일에 제왕절개를 하려는 산모의 문의 전화가 늘었다”며 “평소 한두 건 정도였던 제왕절개 수술 예약이 5건 이상 잡혔다”고 말했다.

강남구의 다른 산부인과 K원장은 “무리하게 제왕절개를 요구하는 산모들이 있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고 토로했다.

미국에서도 ‘111111’에 대한 인기는 올해 초부터 감지됐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산모들은 지난 2월부터 11월 11일에 출산 날짜를 맞추려는 문의가 많았다.

당시 뉴욕대학 산부인과 센터의 제이미 그리포 박사는 “몇 주 전부터 ‘완벽한 생일’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전화가 계속 오고 있다”고 말했다.

‘111111-1111111’ 생성 ‘불가능’

천년에 한 번 찾아온다는 ‘밀레니엄 데이(millennium day)’다.

그렇다면 2011년 11월11일처럼 ‘숫자 1’이 ‘6번’이나 들어가는 날짜로 산모들 사이에서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도곡동에 사는 산모 박모(29)씨는 “출산 예정일이 11월 중순이지만 약 일주일 앞선 11일로 제왕절개 수술 날짜를 잡았다”면서 “아이에게 특별한 주민등록번호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태어날 아이의 주민등록번호 앞자리가 ‘111111’이 되면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며 “숫자 1이 6번이나 들어가 모든 면에서 1등으로 자랄 것 같다”고 했다.

나아가 아이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까지 모두 숫자 1이 차지했으면 하는 엉뚱한 욕심을 냈다.

그렇다면 그의 희망대로 과연 ‘111111-1111111’이란 주민등록번호는 생성 가능한 번호일까? 생성과정을 살펴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주민등록번호 앞자리 6자리는 태어난 생년월일로 지정된다. 오는 11일 태어날 아이는 ‘111111’이라는 특별한 번호가 부여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뒷자리에서는 숫자 1이 이어질 가능성이 0%다.

뒷자리 7자리 숫자 중 첫번째 숫자는 남녀를 구분한다.

보통 ‘남자는 1’, ‘여자는 2’로 시작하는데 2000년 이후 출생한 사람들의 번호는 ‘남자 3’, ‘여자 4’로 지정된다. 앞자리에서부터 ‘1’은 일찌감치 물러나는 셈이다.

두번째 자리부터 ‘1’이 이어질 가능성을 희망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1’을 부여받으려면 출생지가 ‘부산’이 돼야 한다.

두번째 자리 지역코드는 ‘서울 0, 부산 1, 경기/인천 2, 강원/충북 3, 충남/대전 4, 전북/전주 5, 전남/광주 6, 경북/대구 7, 경남/울산 8, 제주도 9’다.

즉, 두번째부터 다섯번째까지 4자리 숫자는 주민등록을 신청하는 관할관청 지역번호다.

예를 들어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에서 태어난 사람은 각각 도, 시, 구, 동에 해당되는 고유번호를 부여받는다.

여기까지 다섯자리 수가 완성되면 마지막 두자리는 ‘로또식’ 배분이다. 이 두자리는 관할관청에서 철저한 보안 속에 무작위로 정해져 나온다.

결론적으로 ‘111111-1111111’이라는 주민등록번호는 절대 나올 수 없다.

남녀를 구분하는 숫자가 그대로 ‘1’, ‘2’가 됐을 경우(남성일 경우), 부산 특정지역에서 태어났을 경우, 마지막 2자리가 ‘11’로 배분되는 경우 등에서 주민등록번호 전체가 숫자 1로 도배되는 진풍경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만 현실로는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