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인 옷값이 왜 대한민국 국가기밀인가

시민단체 잇단 고발… 청와대는 모르쇠
법원 공개결정도 무시, 곧 30년간 비밀로
코로나 상황서도 외유국가 수는 역대 1위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기사입력 2022-03-30 00:02:02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옷·액세서리 문제로 시민단체에 국고 손실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발됐다. 대통령 부인이 이런 문제로 고발된 건 이례적이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옷값을 공개하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법원도 이미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가기밀’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김 여사를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김 여사는 영부인의 지위를 이용해 청와대 특수활동비 지급 담당자로 하여금 수백 벌의 고가 명품 의류 및 신발 그리고 수억원에 해당하는 장신구 등을 구입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고발은 청와대가 자초했다. 청와대가 김 여사의 의전 비용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기 때문이다.

김 여사가 해외 순방 등에서 착용한 옷과 액세서리와 관련해서 “세금으로 명품을 마구 산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한국납세자연맹은 2018년 청와대 특수활동비와 김 여사 의전 비용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했고,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 국방·외교 관계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돼 있다”며 거부했다. 이에 대해 법원이 지난달 10일 문재인정부가 비공개하기로 한 영부인 의전 비용 등이 공개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 판결에도 청와대가 옷값 등을 끝끝내 감추다 고발당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네티즌들이 보도사진을 근거로 김 여사가 착용한 옷과 액세서리 숫자를 일일이 집계했다. 지금까지 찾아낸 옷만 178벌, 액세서리는 207점이다. 과거 김 여사가 착용한 표범 브로치를 두고 2억원대 명품이라는 논쟁도 벌어졌다. 김 여사가 불우이웃돕기성금을 내면서 커다란 진주 반지가 보이지 않게 손바닥 쪽으로 돌려 꼈던 영상도 돌았다. 옷과 장신구 비용이 청와대 특수활동비에서 나간 것이라는 의혹이 적지 않지만 청와대는 묵묵부답하다 어제 “사비로 부담했다”고 밝혔다.

옷값 의혹은 외유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김 여사가 외유 논란을 빚었던 노르웨이 출장 때 유명한 관광지 베르겐 ‘그리그의 집’ 이외에 뭉크미술관 등 유명 미술관 두 곳을 더 방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노르웨이 출장은 체류 기간이 고작 48시간 남짓인데도 일정에 세계적 절경인 피오르(협만) 통과와 유명 기념관 ‘그리그의 집’ 방문이 포함돼 당시에도 논란이 됐었다. 그러면서도 김 여사는 역대 퍼스트레이디의 주요 일정이었던 공관원 가족이나 한국학교 관계자, 입양아 위로 및 격려 등의 행사를 전혀 갖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는 건국 이래 역대 영부인 가운데 ‘해외 순방을 가장 많이 다녔다. 김윤옥 여사와 동일한 횟수를 기록했고, 다른 영부인은 모두 제쳤다. 총 28번 45개국(중복 포함)을 돌았다. 2년째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방문국은 단독 1위였다. 문 대통령은 4년10개월 재임하는 동안 총 30회 해외순방을 다녔는데, 김 여사는 단 세 번만 동행하지 않았다. 역대 영부인들은 해외에 나가서 17~18회 현지 공관 직원 부인 격려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는데 김 여사는 3번뿐이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가면 개인 식비나 치약 대금도 월급에서 차감하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과도한 사치로 보이는 부인 관련 비용 공개는 ‘국가기밀’이라며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의상 및 특활비를 7억원 썼다”고 비판했었다. 임기 말에 내로남불이 하나 추가된 것이다.

5월 퇴임 이후 옷값 등 자료는 대통령기록관으로 넘어간다. 최장 30년 공개가 금지된다. 21세기 대한민국은 대통령 부인의 옷값이 국가기밀이 되는 나라가 된다. 촛불시위 때 외쳤던 “이게 나라냐”는 구호가 다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