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의 테티스는 아들 아킬레우스를 불사신으로 만들기 위해 스틱스 강에 담갔다. 하지만 아킬레우스의 발뒤꿈치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만 강물에 닿지 않았다. 결국 발뒤꿈치는 전신을 불사신으로 만들려던 아킬레우스의 ‘치명적 약점’이 됐고, 트로이전쟁에서 그가 죽는데 결정적 원인이 됐다. 그 후 발뒤꿈치는 ‘아킬레스건(腱)’이란 별명이 붙게 되었다.

 

아킬레스건은 한글로 ‘발꿈치 힘줄’이다. 종아리의 근육을 뒤꿈치 뼈와 이어 주면서 발을 내딛는 모든 움직임에 직접적인 작용을 가하는 근육이다. 인간이 걷고 달리고 뛰는 모든 움직임에 주도적으로 관여한다. 특히 운동선수들은 아킬레스건 파열이 잦아 한 시즌 포기나 조기 은퇴 등 선수로서의 생명에 치명적 지장을 준다.

 

정권 교체기를 맞아 새 정부에서 일할 총리를 비롯한 장관 등 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개중에는 반듯하게 살아와서 인사청문회 검증을 가볍게 넘길 사람도 있겠지만, 적잖은 명사들이 말 못할 약점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한 국회의원 말마따나 동료 의원이 미우면 “장관이나 한번 하지”하고, 인사청문회에 세우는 게 저주가 됐다. 신상만 탈탈 털리고 의원직이 날아간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원생들이 교수를 미행하고 주거지에 무단 침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연구비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제자들이 교수가 사는 아파트를 찾아가 우편함을 뒤지고, 현관문을 열려다 미수에 그쳤다. 교수의 약점을 잡겠다며 증거 수집에 나섰다가 외려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는 처지가 됐다.

 

이런 와중에 서울교통공사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이어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약점을 찾아 공략해야 한다는 내부문건을 만든 게 폭로됐다. 문건엔 ‘공사의 실점은 최소화하고, 상대방의 실점은 디테일하게 찾고, 법적 대응은 승리가 확고할 때 시행하고, 실점을 물밑 홍보를 펼치고, 직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응하자’는 지침이 담겼다.

 

지금 한창 격전을 치르고 있는 여자프로농구의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경쟁 팀인 KB스타즈의 박지수 선수를 ‘약점이 없는 선수’로 평가했다. 이기긴 어려우니 ‘최대한 파울을 안 하는 선에서 비겨 보라’고 작전을 지시했다. 모든 분야에서 상대의 약점만 파고드는 네거티브보다 자신의 강점을 이용하는 포지티브 전술을 기대해 본다. 조정진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