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실시된 호주 총선에서 앤서니 알바니즈 노동당 대표가 새 총리로 당선됐다. 이로써 호주는 9년간의 중도 우파 정권을 끝내고 기후변화에 강력한 대처를 약속한 중도 좌파 시대를 맞이했다.

 

22일(현지시간) CNN은 이같이 전하면서 호주 유권자들이 스콧 모리슨 총리가 이끌었던 우파 정부를 호되게 질책하면서 ‘기후’와 관련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알바니즈 후보는 개표가 진행 중이던 21일 승리를 선언했다. 당시엔 노동당이 다수당이 되는 조건인 76석을 확보할지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개표 초기에는 녹색당 후보들과 독립당에서 우세를 보였다. 독립당은 특히 보수정권이 제시한 수치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탄소배출 절감을 요구해 유권자들의 표를 모았다.

 

기후 관련 연구단체인 ‘기후위원회(Climate Council)’를 이끄는 아만다 맥켄지 대표는 이번 선거의 승자는 ‘기후행동’이라고 선언했다.

 

맥켄지 대표는 성명에서 “수백만 호주 유권자들이 기후문제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면서 “이제 위대한 우리나라가 기후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근본적인 재설정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기후 위기는 이번 호주 총선에서 승패를 가르는 주요 이슈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는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이자 노동당이 집권당과의 차별화를 보인 지점이었다고 CNN은 평가했다.

 

CNN은 기후문제 외에도 호주 선거에 영향을 준 것이 리더의 자질이었다고 설명했다.

 

CNN에 따르면 현 총리인 모리슨은 지난 주 선거운동 중에 스스로 인정했듯이 ‘불도저’라는 별명이 있는데 이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모리슨 총리가 무리한 결정을 밀어붙이곤 했기 때문이다. 모리슨 총리의 스타일이 협치적이라기 보다는 권위주의적이라는 평가다.

 

모리슨 총리는 선거 결과의 윤곽이 드러난 21일 지지자들 앞에 서서 알바니즈 후보에게 승리 축하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그는 “호주 국민과 그들의 판단을 늘 신뢰해왔다”면서 “언제든 국민의 결정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알바니즈 총리 당선인 역시 환호를 받으며 지지자들 앞에 나타났다. 그는 국민 화합을 강조하면서 “호주 국민 모두를 함께 이끌어 가기 위해 매일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또 호주 국민의 가치에 걸맞는 정부를 이끌어 갈 것이다”고 말했다.

 

알바니즈 총리가 이끌어 갈 정부의 우선 과제 중 하나는 외교문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모리슨 총리가 집권 중 소홀했던 점이라고 알바니즈가 지적한 바 있다.

 

CNN은 차기 정부의 외교 정책에 솔로몬제도를 비롯한 태평양의 섬나라들이 포함될 것으로 봤다.

 

호주 동북부에 있는 솔로몬제도는 지난해 4월 중국과 안보협정을 체결함으로써 태평양 지역의 안보 지형에 새로운 위협적 요인으로 부상했다. 솔로몬제도에 자연재해 등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이 군·경을 파견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 협정은 중국이 남태평양 요충지에 군사적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지난달 20일 호주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열린 공개 토론에서 모리슨과 알바니즈 두 후보는 대(對)중국 정책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특히 솔로몬제도가 중국과 안보 협정을 체결한 것을 두고 알바니즈 후보는 “모리슨 정부는 태평양 일대 이웃 국가와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철저히 실패했다”며 “솔로몬제도가 중국과 안보협정을 체결한 것은 호주 역사상 보기 드문 외교적 참사”라고 비판한 바 있다.

 

알바니즈 당선인은 23일 총리 취임식을 갖고 다음날 일본으로 가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쿼드 정상들과 만날 예정이다. 일본 방문에는 페니 웡 외무장관이 동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