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시절 강력한 스파이크를 앞세워 배구계에서 맹위를 떨쳤던 임도헌 감독은 하양초교 시절 달리기가 빨라 배구부에 뽑혀 처음 코트를 밟았다. 하지만 또래에 비해 키가 154cm로 작아 배구는 취미로만 즐기기로 했다.

 

그러나 중학교 때 키가 33cm나 급격히 자라면서 임 감독은 배구에 대한 꿈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후 경북체육고에서 스카우트 제의로 다시 배구공을 만졌다.

 

오랜 기간 배구코트를 떠난 탓에 감각이 예전 같지 않았다. 이를 되찾고자 식사 후에는 배구에만 몰입하며 연습에 매진했다.

 

고교 2학년 때는 맹연습하다가 차가운 코트바닥에서 그대로 잠들어 안면마비가 오는 등 고생을 했다. 꾸준한 연습 덕분에 경북체육고로 전학간지 1년 만에 청소년국가대표가 됐고 2년 만에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쾌거를 이뤘다.

 

그 후 당시 약체로 평가받던 성균관대에 진학했다. 1993년에는 신진식 전 삼성화재 블루팡스 감독(당시 선수)이 입단하면서 임 감독과 좌우 쌍포를 형성해 실업팀과 견줄만한 전력을 갖추게 됐다.

 

1993년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 국가대표로 선발된 임 감독은 우승을 견인하며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덕분에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실업팀 현대자동차서비스 배구단에 입단해 주전으로 활약했다.

 

실업팀 입단 후에도 명성에 어울리는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데뷔 첫 해 인기상을 받았고 이듬해에는 만년 2위던 현대자동차서비스를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하지만 1998년부터 무릎부상에 시달리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치료와 재활, 복귀를 반복하면서 점차 선발라인업에서 멀어졌고 2003년 배구코트를 떠났다.

 

은퇴 후 지도자 연수를 위해 캐나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06년 유학 생활을 마친 그는 친정팀의 모체가 된 프로배구단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가 아닌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 수석코치로 지도자 인생을 시작했다.

 

2006-2007시즌 삼성화재에 합류한 임 감독은 2015년 5월까지 약 10년간 한 팀에서 코치생활을 했다. 그러다 2014-2015시즌을 마친 뒤 삼성화재 배구단 관리가 제일기획으로 이관되는 과정에서 신치용 감독이 구단 단장 겸 제일기획 스포츠구단 운영담당 부사장으로 선발되면서 공석이 된 감독자리를 꿰찼다.

 

당시 삼성화재는 줄곧 우승을 차지하며 배구계의 왕좌자리를 유지하던 팀이었으나 그가 감독을 맡은 뒤 점차 성적이 떨어지면서 하위권에 머무르는 등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2016-2017 시즌에는 창단 이래 최초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는 쓴 맛을 봤고 결국 임 감독은 2017년 3월 삼성화재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2019년 5월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코치직을 맡아 선수 시절에 이어 코치로서 다시 한 번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현재도 우리나라 남자배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한편 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배구 국가대표팀은 2022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챌린지컵 남자대회 출전을 위해 지난달 31일 진천선수촌에 소집돼 구슬땀을 흘렸다.

 

발리볼챌린지컵은 7월 28일부터 31일까지 서울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다. 한선수, 곽승석, 신영석, 최민호, 전광인 등 대표팀 주축 선수는 물론 허수봉, 박경민, 임동혁, 임성진 등  미래 주역들이 모였다.

 

FIVB 랭킹 33위까지 밀려난 남자배구 국가대표팀은 이번 챌린저컵을 통해 내년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출전권을 획득하겠다는 목표다.

 

또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어 이번 기회에 랭킹을 최대한 끌어올린 후 2024 파리올림픽 출전에도 도전한다. 2024 파리올림픽은 세계랭킹 기준으로 상위 24개 팀에게 출전권을 부여한다.

 

임도헌 호가 남자배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두 개의 출전권을 따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