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국내 1000대 상장사의 별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영업손익 및 당기순손익 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0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2020년 대비 51조원 이상 증가한 145조5249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경영 환경이 어려웠음에도 1년 새 영업이익이 55%나 증가한 셈이다.

 

2001년 기준 1000대 기업의 총 영업이익은 36조원 수준에 불과했다. 2010년에는 1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고, 2017년(129조원)부터는 100조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150조원 가까운 역대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증가의 영향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 규모도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해 100대 기업의 당기순이익은 127조1461억원으로 2020년(63조6871억원)과 비교하면 99.6%나 늘어났다.

 

업체별로 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년 전보다 11조원이 넘게 증가한 31조993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도 2020년(4조5458억원)보다 8조원 가까이 급증한 12조1833억원을 거뒀다. 3·4위인 HMM과 포스코홀딩스 역시 전년 대비 5조~6조원 가량 크게 늘었다.

 

이처럼 지난해 매출액 상위 기업들이 호실적을 낸 반면 한전은 1년 만에 3위에서 ‘꼴찌’로 곤두박질쳤다. 한전은 2020년 영업이익 2조7851억원, 당기순이익 1조9514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7조4255억원, 당기순손실 5조6077억원으로 ‘적자의 늪’에 빠졌다.

 

한전의 적자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부터 2021년 사이 1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횟수는 7번이나 됐다. 특히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5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한 적도 있었다. 2008년부터 5년 간 손실 본 누적 영업적자만 해도 11조5000억원을 넘었다.

 

한전의 경영 내실은 전기요금과 연관이 깊다. 매출원가 상승 등을 고려할 때 전기세를 적정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경영 개선을 가장 빠르게 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히지만, 전기세가 상승하면 서민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인상 카드를 꺼내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 연료비가 크게 올랐음에도 적기에 인상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한전은 손실을 줄이기 위한 6조원 규모의 자구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안전 확보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출자 지분 및 부동산 등을 매각하고, 대규모 투자 계획을 연기할 계획이다. 아울러 해외에 계획된 사업들도 정리하며 인력 충원을 최소화하고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들에 대한 업무통합도 진행키로 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계 안팎으로 원자재 가격의 오름세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한전의 긴축경영이 단기적인 미봉책이 아닌 경영에 가중되고 있는 불확실성을 해소할 중·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할 문제로 남았다.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통상적으로 국내 1000대 기업은 2년 이상 순익이 오르면 그 다음해에는 내리막길로 가는 패턴을 보인다”며 “올해 (1000대 기업의) 성적은 다소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어 “올해 유가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이를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한 경우가 많아 매출 규모는 늘어날 전망”이라며 “실제 기업 곳간에 남는 내실 규모는 1년 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