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세계 식량 및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가운데 유럽과 영국에서 하루 1만7000t에 달하는 식용유가 연료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유럽과 영국에서 매일 1만7000t(약 1900만병)에 해당하는 식용유가 바이오연료를 만드는 데 쓰이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또 주로 인도네시아와 남미에서 생산되는 팜유와 대두유는 하루 1400만병 가량이 연료를 만드는 재료로 쓰이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우크라 전쟁 발발 이후 식용유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2.5배까지 인상됐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품귀현상으로 식용유가 마트 진열대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타격을 가한 식용유 대란의 직접적 원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해바라기씨유는 전 세계 소비량의 77%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된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소비되는 카놀라유(유채유)의 최대 공급처이면서 전 세계 해바라기씨유의 최대 공급처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크라 전쟁 이전에도 식용유가 자동차 연료를 만들기 위해 대량으로 소비됐으며 이는 기후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2015~2019년 카놀라유 58%와 해바라기씨유 9%가 유럽에서 자동차·트럭 등의 연료로 소비됐다. 식용유가 자동차 연료로 쓰이는 경우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화석연료보다 훨씬 더 나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를 진행한 ‘교통과 환경’ 캠페인 그룹의 연구원 마이크 마라렌즈는 “수퍼마켓에서 식용유를 1인당 개수를 제한해서 팔고 있으며 가격이 치솟고 있다”면서 “그런데 한편에선 하루 수천t의 해바라기씨유와 카놀라유를 자동차 연료로 쓰고 있는 것이다”고 비난했다. 이어 “물자가 부족한 시대에 연료보다는 식량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최근 역대 최악의 식량 수급 상황에도 세계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약 10%가 여전히 바이오연료로 소각되고 있는데, 이는 19억명의 인구를 1년간 먹여살릴 수 있는 양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녹색동맹(Green Alliance)’은 20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만일 영국·미국·유럽연합(EU)이 곡물로 만드는 바이오연료 사용을 절반으로 줄인다면 전쟁으로 감소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량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1억2500만명 인구의 식량에 해당하는 분량이라고 밝혔다.

 

더스틴 벤톤 녹색동맹 정책국장은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으로 저개발국 국민들이 굶주림의 위협에 놓여 있는 시점에서 (곡물을 사용하는) 바이오연료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동”이라며 비난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바이오연료를 줄이는 것만이 세계적인 아사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식량 가격 폭등의 원인을 바이오연료와 결부시켜 설명하는 연구가 수십건이 넘는다고 가디언은 소개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티모시 서칭거 교수는 2008년과 2011년에 있었던 식량 위기 상황에서도 바이오연료가 ‘주범’이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칭거 교수는 세계자원연구소 선임연구원이기도 하다.

 

그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바이오연료의 원료로 식물성 식용유 사용이 급증하면서 곡물 비축량을 확보한 사람이 매우 비싼 가격을 부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곡물과 채소에서 얻는 식용유가 바이오연료로 쓰이면서 식량난과 가격폭등뿐 아니라 지구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따른다.

 

전문가들은 곡물·야채가 식용유와 바이오연료로 변화하는 라이프사이클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해악은 화석연료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곡물 농사를 짓기 위해 삼림벌채를 통해 수많은 나무들이 제거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