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노동개혁… 근로시간·임금체계 손본다

현행 노동규범, “맞지 않는 옷”… 52시간 틀에서 운영방법·이행수단 개편
초과근로 시간 휴가로 바꾸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휴식권 강화
‘선택적 근로시간제’ 범위 확대… “TF 조직해 7월 중으로 성과 보이겠다”

김기찬 기자(gc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22-06-23 15:49:22

▲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시스]

새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에 칼을 빼들었다. 누적된 노동시장의 비효율·양극화·불공정 해소와 함께 산업구조 재편과 노동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노동시장 개혁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추 부총리는 “우리 경제는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한 복합 경제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이제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구조개혁, 규제혁신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현행 노동규범과 관행이 “우리의 몸에 맞지 않는 옷 같다”고 표현했다. 최근 경제 및 산업구조가 고도화·다변화되고 있고, 노동시장 구조가 경제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현실과 괴리된 노동시장 구조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경쟁력과 역동성을 잠식하고 무엇보다 청년과 미래세대의 기회를 빼앗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주 52시간제’ 주 12시간→월 48시간 개선… “초과근로 시간, 휴가로 변환한다”

이에 정부는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주 52시간제의 기틀 아래 운영방법 및 이행수단을 현실에 맞게 개편한다. 뿐만 아니라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장년 근로자가 더 오래 일하고 청년들이 더 많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확산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먼저 주52시간제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현재 1주(12시간)로 제한된 연장근로단위를 4주(48시간)로 늘린다. 급변하는 노동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주 단위의 연장근로 시간을 월 단위로 개편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정식 고용노동부(고용부) 장관은 “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일하고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기업은 활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개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주52시간제의 시행이 장시간 근로 개선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도 주 단위로 관리하는 방식은 현장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지난해 4월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로제’ 형식으로 보완됐지만 활용률이 10% 미만 수준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이에 연장근로시간을 노사 합의에 따라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등 합리적인 총량 관리단위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법정근로시간인 1주 40시간은 유지하되 연장근로시간만 관리단위를 1주 12시간에서 4주 48시간으로 확대해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첫째 주에는 주9시간, 둘째 주에는 주 15시간 연장근로를 할 수 있게 된다.

▲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발표하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뉴시스]

아울러 고용부는 실 근로시간 단축과 근로자 휴식권 강화 등을 위해 초과근로시간을 휴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키로 했다.

유연근로제 중 하나인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도 추진한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일정 단위기간 중 1주 평균 52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제도다. 단위기간은 1~3개월로, 현재 연구개발 분야에만 3개월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연공성이 높은 현행 임금체계도 손보기로 했다. 기업의 다양한 임금 정보를 제공하는 ‘한국형 직무별 임금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개별 기업에 대한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장관은 “연공성 임금체계는 저성장 시대, 이직이 잦은 노동시장에선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성과와 연계되지 않은 보상 시스템은 기업 구성원 간 갈등과 기업의 생산성 저하, 개인의 근로의욕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말로만 ‘민간주도’ 아냐… TF 조직하고, 7월 중 성과내겠다”

한편 정부는 경제운용을 민간·기업·시장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규제혁신에 총력을 기울인다. 추 부총리를 필두로 관계부처 장관들은 ‘경제 규제혁신 TF(테스크포스)’를 조직하고 정부 주도의 회의체가 아닌 민간이 주도하는 성과 지향적 협의체를 운영키로 했다.

우선 민간 전문가를 TF의 공동 팀장 및 위원으로 대거 참여시키고 민간이 규제 혁신 논의 및 의사결정의 중심이 되도록 하는 등 기존 정부 주도의 규제 패러다임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아울러 TF는 △현장애로 △환경 △보건·의료 △신산업 △입지규제 △인증제도 △그림자규제(비명시적인 규제) 등 기업과 시장을 옥죄는 핵심규제를 집중 혁파해나갈 계획이다.

추 부총리는 “내달 중으로 TF의 첫 번째 성과물을 도출하겠다”며 “이번이 규제 혁신을 성공시킬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국민 안전·건강 등을 제외한 규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정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