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종합일간지

공공부문 개혁은 정부부터 솔선수범하라

주객이 전도되고 우선 순위 헝클어진 천태만상의 난장판을 여기서 멈춰 세워야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기사입력 2022-06-27 09:34:46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글로벌 경제가 곤두박질치면서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공급망 불안감에 따른 물가 상승에 이어 주식 시장과 환율이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 실물과 금융이 동시에 붕괴하는 복합 불황이 눈앞의 현실이 되는 상황이다. 최소한 내년 말까지 위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맬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대부분 국가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위기라고 하지만 정도는 국가에 따라 미묘하게 다르다. 그 차이는 경제의 대외 의존도에서 생겨난다. 이런 점에서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은 상대적으로 크고, 자칫 경쟁국보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음으로써 향후 회복의 시기에도 기회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결국 누가 효과적으로 위기를 극복하느냐에 따라 국가는 물론이고 기업이나 개인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 예상된다. 그만큼 현실이 위중하다. 그런데도 지난 정부에서 근거 없이 경제 여건을 왜곡하면서 장래에 닥칠 위기에 대해 무방비로 일관한 후유증이 너무 크게 닥치고 있다. 
  
누적된 위기는 이를 고스란히 떠안은 현 정부의 몫이 되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현재 위기가 국내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 아니고 세계 경제의 복합적 상황 변화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대책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 고민이다. 
 
거시경제 상황 관리가 중요하지만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여 단기간에 수습하기도 어렵다. 경제 주체에게 더 큰 고통을 주는 조치가 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설상가상이고 첩첩산중이다.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그동안 차일피일 미루어 왔던 경제 왜곡 현상을 바로잡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고통의 주체인 기업이나 자영업자·소상공인, 개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세율 인하와 연금 인상을 비롯하여 규제 완화 등 효율성 증대와 시장주도 경제로의 빠른 회귀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대통령은 모래주머니를 없애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구두 밑창이 닳도록 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충분히 수긍이 가지만 현장에서 또 다른 불협화음을 자초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우선 도마 위에 오른 대상이 공기업 혹은 공공 기관으로 불리는 공공 부문의 개혁이다. 이들이 혁신의 표적이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역대 정부가 초기에 늘 들고나온 단골 메뉴다. 그래서 이전처럼 일시적으로 반짝했다가 또다시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국민의 불편한 심기를 자극한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공공 부문의 영역이 의외로 광범위하다. 공기관의 이면에 숨어 있는 각종 협회나 조합 등 관변 단체들이 수도 없이 많다. 산업화 혹은 민주화라는 허울 좋은 구실 하에 하이에나같이 생겨난 기형적 존재들이다. 이들 대부분이 정부 예산에 의존하고 낙하산 인사들이 즐비하게 포진해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적폐를 조장하고 만든 장본인이 정부고 정치권이라는 점이다. 중앙이고 지방이고 가릴 것이 없이 기능이 중복되고 없어도 될 부문이 마치 스펀지에 스민 물척럼 질퍽거린다. 부실 혹은 방만 경영을 유도하거나 방관한 쪽의 책임이 더 크다. 당연히 개혁의 순서는 윗선부터 하는 것이 옳지만 늘 책임을 전가하고 현상을 호도한다. 그것이 실패의 근본 원인이다.
 
이번에 발표된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는 우리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63개 평가 대상국 중 우리나라는 작년과 비교해 4계단 떨어진 27위다. 경제력 10위 국가라는 위상이 민망할 정도다. 
 
한때 아시아 4용(龍)이라고 불리던 싱가포르·대만·홍콩보다 훨씬 뒷순위로 처졌고, 비슷한 신세인 일본을 제쳤다고 하지만 중국보다는 무려 7계단이나 뒤지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혹자는 이 평가가 무슨 대수냐고 반박한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에서는 대체로 인정하는데 우리만 아니라고 우기면 그것이 더 이상한 것이고 개선의 여지는 물 건너가고 만다. 
 
한국의 국가경쟁력 하락 원인은 상당 부분 정부 부문에 기인한다. 정부 효율성이 작년보다 2계단 하락한 36위로 계속해서 중간 이상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규제 환경은 무려 48위로 거의 꼴찌 수준이고, 물가(42위)·노동시장(42위)·정부 재정(32위)·조세 정책(26위)·제도(31위)·기업 여건(48위)·사회 여건(35위) 등이 거의 중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실로 초라한 한국 정부의 성적표다.
 
이 정도라면 개혁에도 순서가 있을 법하다. 거의 모든 정부가 공공 부문 개혁을 말하면서 공기업이나 공기관을 거론한다. 자기들은 미꾸라지처럼 빠지고 이들에게 올가미를 씌우는 방법으로는 문제의 근원을 해결할 수가 없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때로는 채찍을 들었다가, 때로는 당근을 주는 이중적 행태로는 화만 더 키울 뿐이다. 실제로 지난 정권에서는 공공 부문에 대해 조직을 더 키우고 인원을 더 뽑으라면서 부실과 방만을 조장했고, 결과는 처참하게 나타났다. 
 
정부 부처나 공공 기관의 실상을 보면 퇴직을 앞두고 할일없이 빈둥거리는 인사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보직이 없어서 외부 혹은 해외로 떠돌이처럼 돌아다니는 경우까지 천태만상이다. 이 모든 부조리와 비효율의 원천이 정부 혹은 관(官) 주도 경제가 빚어낸 참상이기도 하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구태(舊態)의 연속이라는 비판이 무색할 정도로 혁신의 우선 대상이 오히려 칼을 휘두르는 꼴이다. 정치판이나 정부 부문에서 먼저 개혁의 시동이 걸려야 전체 공공 부문으로까지 제대로 된 파급력을 갖게 된다. 
        
정치나 정부 등 공공 영역의 비만(肥滿)과 나태, 도덕적 해이가 국가의 장기적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수위가 한계치를 초과한 지 이미 오래다. 이는 궁극적으로 민간 영역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사회 전반의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 원인이 된다.
 
시장 기능이나 민간의 창의력에 의존하지 않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마구잡이로 판을 흔들다 보니 역주행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잘못 끼워진 단추를 원상태로 되돌리는 데 갑절의 노력과 희생이 뒤따른다. 정권이 바뀌면 기존의 것들을 손바닥 뒤엎듯이 하니 일관성과 지속가능성은 상실되고 헛바퀴만 계속 돌아간다. 
 
모두가 제 몫 챙기기에만 급급하다. 시급한 연금 혹은 노동 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지만, 이해당사자 간의 의견 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계속 뒷전으로 밀려난다. 일본과의 경제적 격차가 여전한데도 지역 구분 없이 우리 최저 임금이 월등히 높다.
 
생산성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데도 억대 연봉을 받는 제조업과 서비스 업종이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주객이 전도되고, 우선 순위가 헝클어진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장판이다.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스카이데일리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