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단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손경식 경총 회장 겸 CJ 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 SV위원장, 정상빈 현대자동차 부사장, 하범종 LG사장,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 등 경총 회장단 27명이 참석했다.

 

추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고물가 속 성장 둔화 우려가 크다”며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공급망 차질 등 대외리스크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국내 물가로 전이·확산되는 가운데 주요국들의 통화긴축 가속화로 국내외 금융시장 역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복합적인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추 부총리는 이어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수출회복세도 다소 약화하는 등 실물경제 불확실성 역시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복합적인 경제위기 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물가 상승세라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상승 분위기에 편승한 경쟁적인 가격·임금의 연쇄 인상이 물가-임금 연쇄 상승 악순환을 초래해 경제·사회전체의 어려움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감안해달라”며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 노력 등을 통해 가격 상승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 주시기를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또한 일부 IT(정보통신)기업과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높은 임금인상 경향을 보이고 있고, 이같은 영향이 다른 산업·기업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추 부총리는 “영향력이 큰 상위 기업들이 성과보상 또는 인재확보라는 명분아래 경쟁적으로 높은 임금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며 “과도한 임금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를 더욱 확대해 중소기업, 근로취약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 비율은 2019년 58.6%, 2020년 60.9% 2021년 59.4% 등 60% 안팎 수준이던 것이 올해 1분기 들어서는 50.6%로 대폭 줄어들었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대기업 중소기업의 절반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는 특히 “최근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감안해 경영계에서는 과도한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생산성 향성 범위 내에서 적정 임금 수준을 책정해야 한다”며 “각종 비용상승 요인은 가급적 투자 확대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흡수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역설했다.

 

이에 손경식 경총 회장은 “올해 4월 고임금 대기업의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그 재원으로 중소협력사와 취약계층의 근로환경 개선과 청년고용을 확대해줄 것을 회원사에 권고한 바 있다”며 “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심화시키고 물가 인상을 가속하는 것에 대해 기업들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손 회장은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해 경쟁국 보다 불리한 법·제도나 규제들을 혁파하고 기업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이와 더불어 손 회장은 파견근로 허용 제한 해제 및 계약직 계약 기간 4년 확대 등 노동개혁,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등 세제 개편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추 부총리는 “우리 기업이 전세계 기업들과 당당하게 견줄 수 있도록 건강, 안전을 제외한 규제는 국제 기준에 맞게 정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과감히 개혁해 민간 중심의 역동성 있는 경제를 구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기업계에서 발표한 1000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계획이 조속히 실행된다면 기업의 생산성 향상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내수 경제의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정부도 기업의 노력을 저버리지 않도록 세제개편, 규제·노동시장 개혁을 확고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