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조영남, 논란 딛고 자신의 길을 걷는다

이동원 기자(dwlee@skyedaily.com)

기사입력 2022-07-26 18:07:52

조영남은 어린 시절 1·4 후퇴 피난 행렬에 섞여 황해도 평산군에서 충청남도 예산군으로 이주했다. 이후 음악에 소질을 보이면서 전액 장학생으로 1962년 한양대 성악과에 입학했지만 이내 자퇴했다.

이유는 독특하다. 약혼자가 있던 여학생과 스캔들 때문이었다. 학교에 소문이 퍼져 약혼자 부모가 학교를 찾아왔고 교무처장은 조영남에게 “사랑을 택할래? 등록금을 받을래?”물었고, 그는 결국 학교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다시 급하게 공부해 1966년 서울대 성악과에 입학해 재학 중인 1968년부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8군 부대에서 노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노래를 부르며 받는 월급이 쏠쏠해 더 이상 학교에 다닐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하고 서울대 또한 자퇴했다.

이후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무대로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등과 함께 활동하며 1970년대 한국 포크 음악을 주도했다.

영국 가수 톰 존스의 ‘딜라일라(Delilah)’를 한국어로 개사해 부른 곡으로 1969년 TBC TV 버라이어티 쇼 ‘쇼쇼쇼’로 방송에 데뷔했다.

데뷔 초부터 높은 인기를 얻었지만 여러 가지 기행으로 보는 사람들을 불편케 했다. 대표적으로 ‘와우아파트 노래 개사 사건’이 있다.

와우아파트 붕괴 참사는 1970년 4월 8일 서울 마포구 창전동 와우산 기슭에 있는 와우시민아파트 15동 중 1동이 입주한 지 20여 일 만에 부실공사로 무너져 30여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이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둔 박정희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한 사건이었다.

이와 관련해 조영남에게도 시련이 닥친다. 1970년 5월 22일 서울 시민회관에서 열린 김시스터즈 귀국 공연의 초대 가수로 노래를 불렀을 때였다.

‘신고산 타령’의 가사를 즉석에서 바꿔 “와우아파트 무너지는 소리에 얼떨결에 깔린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누나”로 개사해 불렀다.

노래가 끝난 후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재빨리 도망쳐 나왔지만 결국 잡혀 새벽에 홍성 법원으로 끌려갔다. 구속 위기에서 다행히 자진 입대로 사건이 마무리됐다.

전역하고 1974년 미국 가수 알 윌슨의 노래 ‘The Snake’를 번안해 부른 ‘최진사댁 셋째딸’을 발표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미국에서 활동을 하다 쎄시봉에서 만난 배우 윤여정과 결혼했다. 하지만 수차례 불륜으로 논란을 일으켜 이혼했다. 이후 18살 연하의 동거녀 백은실과 두 번째 결혼을 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1980년대에는 경상도와 전라도의 화합을 담은 ‘화개장터’로 전성기를 맞았다. 이외에도 ‘모란 동백’ ‘옛 생각’ ‘인생은 미완성’ ‘제비’ ‘애모의 노래’ 등 많은 곡을 냈다.

1996년 한국방송대상 가수상, 1999년 제11회 인간상록수 표창, 2010년 MBC 연기대상 라디오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가수 외에도 화가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화투’와 ‘바둑’을 소재로 그리며 전시회를 지속적으로 열며 화가로도 성공했다. 20호 그림은 1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그림에 빠져 살 때쯤 또 한번 시련이 닥쳤다. 조수를 이용해 그림을 그렸다는 ‘대작(代作) 논란’에 휘말리면서 결국 사기 혐의로 기소돼 논란이 가중됐다.

당시 조영남은 “100% 자신의 창의력으로 그린 것이다”며 “간헐적으로 일부 작품에서 A씨가 참여하긴 했지만 도움을 받은 작품은 한 점도 판매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훗날 대작 그림 판매 사건은 4년이 넘는 3심의 법정 공방 끝에 2020년 6월 무죄로 종결됐다.

무죄 판결을 받은 뒤 그해 9월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뽕숭아학당’으로 방송에 복귀했으며 지난해 ‘조영남 50주년 기념 전국투어 음악회’, 올해 ‘조영남과 쎄시봉’에서 공연은 물론 ‘조영남 50th’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등 꾸준히 앨범을 발매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아트, 하트, 화투 그리고 조영남’ ‘조영남 : 조영남입니다.’ 등 전시회를 통해 자신의 작품들을 선보여 '화가 조영남'이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여러 논란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자신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는 조영남의 앞으로 활동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