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호,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으로 팬덤 만든다

이동원 기자(dwlee@skyedaily.com)

기사입력 2022-07-27 18:04:16

에이스, 시몬스, 썰타 이들 침대 3개 업체는 국내 침대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매트리스 업계에서 독보적인 기업으로 모두 안유수 에이스침대·시몬스침대 회장 일가들이 소유하고 있다.

1963년 에이스침대공업사를 창업하며 국내 시장을 개척한 안유수 회장은 6.25전쟁 때 황해도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이 침대를 사용하는 것을 우연히 봤다.

이를 통해 앞으로 한국인들의 잠자리 문화도 온돌에서 침대로 바뀔 것이라 내다보고 곧장 침대 사업에 뛰어들었다.

안 회장은 직접 창업한 에이스침대를 비롯해 이후 시몬스침대, 썰타침대를 인수한 뒤 일찌감치 후계 구도를 정리했다.

장남 안성호 사장에게는 모태인 에이스침대를, 차남 안정호 대표에게는 다른 침대 기업 시몬스를 각각 물려줬다.

안유수 회장의 둘째 아들인 안정호 시몬스 대표이사 사장은 미국 서던일리노이대 경제학과 졸업 후 시몬스에 기획실장으로 입사해 2001년부터 대표로서 경영에 참여했다. 입사하자마자 침대 만드는 일에 흥미를 느껴 호텔에서 교체 주기가 다 된 침대를 공장에 들여와 직접 분해하며 몰두했다.

침대 사랑이 대단해 대표가 된지 20년이 넘은 지금도 일주일에 3~4일은 공장에 나가 생산라인을 살필 정도로 열정적이다.

또 설비 확충과 기술연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기본에 충실해야 명품이 나온다’는 경영 철학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명품 침대라는 자부심으로 실제 국내 5성급 특급호텔에서도 90% 이상이 시몬스 침대를 쓰고 있다.

시몬스의 광고 변천사도 주목할만 하다. 침대 회사지만 독특한 마케팅과 광고 시도로 MZ세대들의 눈길을 끈다.

에이스가 1993년 탤런트 박상원의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라는 광고로 성장한 것처럼 안 대표는 시몬스는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카피를 사용해 기업을 성장시켰다.

광고에선 ‘왜 매트리스가 흔들리지 않는가’를 설명하는 과학적인 내용을 담아 어필했다. 이후 방향을 바꿔 아트적 요소가 가득한 광고로 시몬스를 혁신했다.

침대 회사가 아니면 광고 분야에서 일했을 것이라는 안 대표의 꿈을 시몬스를 통해 실현하고 있다.

특히 2017년 새롭게 선보인 TV 광고 캠페인 ‘숙면이 가진 위대한 힘’편은 기존 침대기업의 광고 문법을 뛰어넘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침대에 눕는 순간 일상에서 괴롭히던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장면을 통해 ‘숙면의 위대한 힘’이라는 본질적 메시지를 화려한 미장센으로 풀어내 과감하고 새롭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광고에 흐르는 혼네의 음악인 'Warm on a cold night'는 안 대표가 직접 선곡했다.

해당 광고는 당시 침대기업으로서는 파격적 영상미로도 이름을 알렸다. 화려한 샹들리에와 엄청난 양의 가구로 채운 웅장한 공간에 싱가포르에서 공수한 열대식물을 벽에 심는 등 과감한 스타일링에 도전하며 광고업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도 눈여겨볼 만하다. 매장 내부에는 침대는 물론 수면과 관련된 물건들이 전혀 없다.

1층엔 삼겹살 모양의 수세미, 우유곽에 포장된 쌀 등 특이하게 생긴 물건이 자리하고 2층엔 버거 가게, 3층엔 광고 영상을 틀어주는 전시장이 있을 뿐이다.

안 대표는 한 언론사의 인터뷰에서 침대가 없는 매장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침대는 한번 사면 10년은 쓰는데 그동안은 소비자가 매장을 다시 찾아올 일이 없잖아요”라며 “시몬스라는 이름을 계속 매력적으로 기억할 수 있고 나중에 소비자가 침대가 다시 필요할 때 ‘아! 시몬스가 있지’라고 생각할 거라고 봤어요. 마치 애플, 나이키처럼 팬덤을 만드는 회사처럼요”라고 말했다.

한편 시몬스는 지난해 매출 3054억원을 기록해 전년도 대비 약 12% 성장했다. 2019년 2038억원이던 매출이 2년 만에 3000억원을 넘은 것은 국내 침대 업계의 규모를 감안하면 급격한 성장이라는 평가다.

안정호 대표가 이끄는 시몬스가 '침대계의 애플'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