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자취 간직한 연남동의 핫 포인트

전통시장 자취 간직한 연남동의 핫 포인트
[기획탐방=돈되는 상권]-<70>동진시장 뒷골목…특색 있는 가게들 둥지 틀어

이채은 기자(cwlee9279@skyedaily.com)

기사입력 2014-04-23 00:33:43

연남동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차이나타운과 기사식당 골목 정도로만 기억되던 곳이었다. 그러나 최근 경의선 숲길 조성 등 서울시의 재생사업으로 이미지 개선이 이뤄지면서 연남동 일대는 대체 상권으로의 가치가 급상승하는 모습이다. 또 이 일대는 공항철도 개통으로 역세권이 만들어져 접근성이 부쩍 향상된 데다, 인천국제공항과 약 45분 만에 연결되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해 홍대 주변이 아닌 독자적인 상권으로 점차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홍대 중심부 임대료에 비하면 월등히 저렴한 이곳에 가게를 오픈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추세다. 부촌인 연희동 아랫동네이며 주택가 밀집 지역인 연남동의 뒷골목은 기타리스트 조정치와 가수 정인 부부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언급한 후로 갑자기 유명세를 탔다. 특히 도심 속 낡은 재래시장인 ‘연남 동진시장’ 일대는 서울에서 찾아보기 힘든 옛 골목의 정취가 살아있다. 현재 동진시장은 이름만 시장일 뿐, 인근에 그랜드백화점이 들어선 뒤로 급속히 쇠락해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는 상태다. 몇 년 전부터 이곳에는 전통시장의 자취를 간직한 조그마한 카페, 서점, 공방뿐만 아니라 맛집들까지 속속 생겨나면서 뒷골목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빈티지한 이미지의 작고 소박한 가게들이 모여 있는 연남동의 신흥 상권 ‘동진시장 뒷골목’을 취재했다.

▲ 도심 속 낡은 재래시장인 ‘연남 동진시장’ 일대는 서울에서 찾아보기 힘든 옛 골목의 정취가 살아있다. 몇 년 전부터 이곳에는 전통시장의 자취를 간직한 조그마한 카페, 서점, 공방뿐만 아니라 맛집들까지 속속 생겨나면서 뒷골목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위 지도는 연남동 뒷골목 내 주요점포 위치도. ⓒ스카이데일리

추억의 동진시장 뒷골목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몰락한 시장의 정취는 그대로 남겨둔 채 오래된 상가나 주택이 카페와 음식점, 옷가게 등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가게들이 속속 문을 열더니 현재 동진시장 뒷골목에는 조그마한 카페, 책방, 공방, 음식점 등 약 15여개의 가게가 들어서 있다.

소박하고 소소한 공간들 속에서 여유로움을 만끽 할 수 있어 홍대의 번잡함에 지친 이들이 찾는 연남동에서도 제일 핫한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명 맛집 ‘히메지’ ‘툭툭 누들타이’ ‘카페 리브레’ 등 꼽혀

동진시장 뒷골목 초입에 위치한 ‘히메지’는 외관부터 심야식당 분위기가 물씬 나는 카레식당이다. 3년 10개월 전에 문을 연 이 음식점은 연남동의 숨은 맛집으로 통하며 미식가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하다. 메뉴는 일본식 카레라이스, 카레우동, 유부우동 간장국수 4가지며, 그 중에서도 카레우동이 가장 인기다.

오전 12시부터 밤 9시까지 영업하며 수요일은 휴무다. ‘히메지’의 사장은 이 가게의 바로 옆에서 발리, 인도, 태국 등지에서 직접 공수한 각종 천과 악세사리를 판매하는 ‘천가계 바람’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 동진시장 뒷골목 초입에 위치한 ‘히메지’는 외관부터 심야식당 분위기가 물씬 나는 카레식당이다. 3년 10개월 전에 문을 연 이 음식점은 연남동의 숨은 맛집으로 통하며 미식가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하다고 한다. ⓒ스카이데일리

‘히메지’ 관계자는 “원래 홍대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했었는데 임대료가 계속 올라 부담스러워져 다른 곳을 물색하다가 홍대보다 훨씬 저렴한 이곳에 가게를 열게 됐다”며 “최근 4~5개월 사이에 이 골목을 찾아오는 발길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동진시장 뒷골목에는 채널A ‘이영돈PD의 먹거리 X파일’에서 착한식당 27호점으로 선정되며 짧은 시간 명소가 된 ‘카페 리브레’, 바리스타들 사이에서도 명성이 높은 로스터리 커피 전문점으로 진하면서도 부드러운 터키식 커피가 유명한 ‘커피상점 이심’ 등 이름난 카페들도 위치해 있다.

그뿐만 아니라 타이음식 전문점인 ‘툭툭 누들타이’, 일본 가정식 전문점 ‘40 키친’, 멕시코 음식점 ‘베무쵸칸티나’ 등 보물 같은 맛집들이 숨어 있다.

블로그 및 SNS 통해 많이 알려지며 찾는 발길 늘어

30년이 넘은 세탁소 앞에 자리한 갤러리 ‘플레이스 막’도 이 골목을 찾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쉼터 같은 곳이다. 복합 문화공간으로 전시가 끝없이 열리는 ‘플레이스 막’은 매번 새롭고 흥미로운 소재로 관심을 유발하는데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젊은 신진 작가의 재미난 작업을 주로 선보인다.

▲ 작년 6월 연남동에 둥지를 튼 그림책 전문 서점 ‘책방 피노키오’는 보통의 서점과 달리 특색 있는 서적들을 주로 취급한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에 한정돼 있지 않은, 어른들을 위한 그래픽 노블 전문 책방이다. ⓒ스카이데일리

‘플레이스 막’ 맞은편에는 노랑과 파랑으로 화사하게 칠해진 가게가 입점해 있다. 작년 6월 연남동에 둥지를 튼 그림책 전문 서점 ‘책방 피노키오’다. 보통의 서점과 달리 특색 있는 서적들을 주로 취급한다. 6평 남짓 아기자기한 공간을 살펴보면 매력적인 그림책, 그림소설, 동화책, 에세이 등 개성 강한 독립출판물들이 벽면에 빼곡하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에 한정돼 있지 않은, 어른들을 위한 그래픽 노블 전문 책방이다.

‘책방 피노키오’ 관계자는 “연남동의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좋아 가게를 열게 됐다”며 “이 골목에 유명한 카페들이 많아서인지 최근에는 블로그를 통해서 많이들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좁은 골목이 북적거리는데다가 상가를 짓기 위한 공사를 하고 있어 소음으로 정신이 없을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책방 피노키오’ 옆에 위치한 ‘은나비 공방’은 은과 원석을 이용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실버주얼리 전문 공방으로 목걸이, 귀걸이, 브로치 등을 만들어 판매도 겸하고 있다. 이곳은 철저히 사전주문으로 제작되며, 홍대 프리마켓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은나비 공방’ 관계자는 “2년 전 이곳에 문을 열었는데 소자본으로 개업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홍대랑 가까우면서도 임대료가 싼 이곳으로 결정했다”며 “주택가라서 원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 ‘은나비 공방’은 은과 원석을 이용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실버주얼리 전문 공방으로 목걸이, 귀걸이, 브로치 등을 만들어 판매도 겸하고 있다. 이곳은 철저히 사전주문으로 제작되며, 홍대 프리마켓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인근 Y부동산 관계자는 “이 곳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50만원으로 주변에 비해 굉장히 싼 편”이라며 “그렇지만 매물이 많이 나오지도 않고 나온다 해도 바로바로 소진된다”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연남동이 홍대처럼 문화의 거리도 아니고 대형쇼핑센터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외부 사람이 올 이유가 별로 없었는데 동진시장 뒷골목이 유명해지면서 2~3년 전부터는 특히 주말에 과거보다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상권 활성화될수록 주민들 불만과 우려는 가중

그러나 연남동 상권이 점점 활성화될수록 연남동의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사랑하는 이들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가로수길, 삼청동, 상수동 등 브랜드화 된 곳처럼 연남동마저 그렇게 변해갈까 노심초사하는 것. 또한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불만도 쌓여가고 있다.

인근 주민 A씨는 “이곳은 원래 조용한 동네였는데 언제부턴가 가게들이 하나씩 들어오더니 새벽까지 고성방가가 끊이지 않는 곳으로 변했다”면서 “조용히 밤을 보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게 됐다” 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연남동이 유명해지고 상권이 형성되면서 전세금, 월세가 자꾸 올라 걱정이다”며 “간접 피해가 동네 서민들에 미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