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거꾸로 가계부’의 저자 김혜원 씨가 가계부를 쓰게 된 것은 김 씨의 어머니 때문이었다. 그녀에게 어머니의 가계부는 비밀스러운 ‘일기장’ 같은 것이었다. 어머니의 가계부에 호기심이 있었던 김 씨는 초등학교 4학년 즈음 분홍색 헬로키티 ‘용돈기입장’을 갖게 됐고 그 이후부터 김씨에게 ‘돈’의 의미는 달라졌다.

용돈기입장은 어린 김 씨에게 돈에 대한 개념을 만들어줬다. 용돈기입장은 돈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줄 뿐만 아니라 그녀가 저축에 관심을 갖게 하는데 큰 동기부여가 됐다. 고등학생이 되자 용돈기입장에서 벗어나 가계부를 썼다. 하지만 매일매일 가계부를 쓴 것은 아니었다. 남들처럼 한 달에 한 번 쓰기도 하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는 늘 ‘가계부’가 있었다.

“사람은 스스로 느끼는 바가 있어야 비로소 행동을 하게 돼요. 마음이 생겨야 행동하게 되고, 행동을 하다보면 조금씩 습관이 되는 거예요. 마치 버릇처럼 말입니다”

김혜원 씨가 인정하는 자신의 ‘진짜 가계부’는 대학교 때부터 쓰기 시작했다. 고정적인 수입이든, 어쩌다 생기는 수입이든 돈이 들어오는 일이 자주 생기자 그녀는 ‘그냥’ 가계부를 쓸 것이 아니라 ‘확실히’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무모한 도전처럼 보이는 일이지만 학교를 다니며 1000만원을 모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집안의 장녀로서 부모님께 최소한의 효도를 하고 싶었다.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가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열심히 살고 계시는 부모님께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김 씨의 ‘목돈만들기’ 노하우는 예상외로 간단했다. 그녀는 금융상품을 정확히 파악해서 꾸준히 공부했다.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성격에 맞게 계획을 실천했다. 가지고 있으면 쓰고 싶은 현금은 무조건 은행에 입금했다. 주기 별로 예산을 계획해 지출을 통제했다. 포인트 카드와 쿠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현금지출을 막았다. 이런 단순한 방법으로 결국 그녀는 졸업 전까지 1000만원을 모을 수 있었다.

그녀의 목표 중 하나는 ‘서른 전에 1억원 모으기’였다. 평범한 직장인에게 1억원이라는 돈은 만만하게 모을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그녀는 생각의 프레임을 바꿨다. 목표 금액의 단위를 쪼개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가 생기자 강한 자신감이 생겼다.

사람들이 가계부를 쓰는 이유는 돈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일반 사람들이 돈 관리 ‘자체’를 목표를 두고 있다면 그녀는 돈 관리의 ‘목적’을 먼저 생각했다. 그녀에게 가계부는 ‘거꾸로 생각하기’다. 보통 사람들의 가계부는 작은 것부터 하나씩 써나가서 결과를 이루는 세모꼴 형태다. 그러나 그녀는 목표를 먼저 정하고 차츰 작은 계획을 실천하는 ‘역삼각형’으로 가계부를 작성한다.

그녀는 1억원 모으기라는 목표를 위해 4가지를 절약을 실천했다.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도서관을 이용하며 책값을 절약했고, ‘민낯 선호주의자’를 자처하며 외모를 꾸미는 것에 드는 돈을 절약했다. 각종 공모전과 이벤트를 이용해 여가생활에 드는 돈을 절약했고, 외식비를 조절해 식비를 줄였다. 하지만 이런 절약은 궁상을 떠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계획을 세워 허투루 돈을 쓰지 않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녀의 이와 같은 성공에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 처럼 김 씨의 주위에도 그녀를 부러워하면서도 ‘왜 그리 힘들게 사니 그냥 쓰면서 살지, 지지리 궁상이다’라고 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녀는 이럴 때마다 글을 썼다. 이때 썼던 글 덕분에 그녀는 저자가 될 수 있었다. 현재는 SNS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있다.

결혼 후 첫아이를 유산했다. 유산은 삶 자체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심신은 지치고 몹시 힘든 날이 계속됐다. 늘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인생 최대의 아픔이 연이어 발생했다. 두 번째 유산을 한 것이다. 수술비와 진료비가 보험으로 환급됐을 때는 오열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힘든 것을 잊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했고, 글을 쓰는 것으로 자신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그녀는 ‘하루 10분 거꾸로 가계부’라는 책으로 작가의 꿈을 이뤘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솔직한 현재를 이야기 하고, 자신의 행복 기준을 명확히 전달했다.

“남을 질투하면 돈은 모을 수 없어요. 질투는 마음이 결핍을 만들고 결핍은 부정적인 마음을 낳기 때문입니다. 부정적인 사람이 행복하기는 힘들어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욕망과 타인의 욕망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남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욕망은 진짜가 아닙니다. 남에게 과시하려고 명품을 사는 것은 타자의 욕망입니다. 자신의 욕망과 타인의 욕망을 뚜렷이 구분한다면 자신의 삶에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욕망을 구별할 수 있을 때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했다. 그리고 절실함이 있는 사람에게 돈이 따른다고 했다. 그런 사람은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가계부가 아닌 나만의 프레임으로 돈의 움직임을 봐야 합니다. 그 틀에서 언제든지 계획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남의 눈치를 보면 돈은 잘 안 모이게 되는 것 같아요. 내 꿈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 경비를 번다는 생각으로 과한 욕심 없이 꾸준하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혜원씨의 다음 목표는 ‘Heaven 21’이라는 문화공간을 갖는 것이다. 숫자 ‘21’은 사랑하는 사람 ‘둘(2)’이 ‘하나(1)’가 돼 자신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의미다. 21이라는 숫자에는 또 다른 의미가 숨어있다. ‘21일’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자들이 생을 마감하는데 걸리는 평균 시간이다. 현재 오늘에 솔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소박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그녀의 두 번째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