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같은 광명주민 ‘지분제 시공사’ 찾는다

서울 같은 광명주민 ‘지분제 시공사’ 찾는다
[재건축 르포]<108>-철산주공10·11…주민들 “사업성 있어요” 고집에 일부 논란

김도현 기자(dh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14-12-08 00:07:01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 일대는 공공개발 사업에 따른 철거민과 하천범람 등 각종 자연재해로 인한 이재민들이 이주하며 집단 거주 지역으로 형성됐다. 당초 현지개량방식을 적용해 주민 자력으로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 등을 건축하는 것을 계획했으나 토지가 협소하고 주민들이 건설재원을 부담할 능력이 되지 못해 공공주택건설방식에 의한 아파트건설이 추진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지난 1985~1986년 사이 철산동 일대에 속속 주공아파트들의 입주가 시작됐다. 당시 지하철 7호선 철산역을 중심으로 들어선 주공아파트들은 약 30년이 흐른 지금에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노후화 된 상태다. 이 때문에 이곳 주공아파트 단지들은 필지 단위로 재건축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애초 한 필지에 건립된 철산주공 10단지와 11단지는 안전진단부터 추진위와 조합 결성 과정에서 마치 한 단지처럼 서로 협력해왔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조합장의 ‘뇌물수수’ 혐의로 조합장과 이사진 등 집행부가 해임되는 등 난항에 부딪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분제’로 추진하고 있는 재건축사업에 시공사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아 유찰되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가 조합장 비리와 지분제 고집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철산주공 10·11단지를 취재했다.

▲ 철산10·11단지는 지난 1985년 10월과 11월에 나란히 입주를 시작한 이래 재건축도 함께 진행 중이다. 하지만 조합장의 뇌물수수가 터지며 해임을 맞이하자 재건축 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주민들은 사업 안정성이 있는 지분제를 고집하다 시공사 선정에서 유찰을 겪은 이후에도 지분제를 고집하는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

지난 1985년 10월과 11월에 연이어 입주한 철산주공 10단지(11월 입주)와 11단지(10월 입주)는 건축연령 29년 된 아파트다. 이들 단지가 들어선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은 안양천을 경계로 서울과 마주하는 지역이라 서울생활권에 속하는 곳이다.

행정구역 상 경기도에 속해있음에도 지역번호 ‘02’를 쓰는 이곳 일대는 지하철 7호선 철산역을 통해 서울 서남부일대와 강남 및 인천 등과의 접근성이 용이하고 광명대교·철산교를 통해 연결된 구로·가산 디지털단지와 이웃하고 있어 주거지로 각광받는 곳이기도 하다.

또 이곳은 안양천과 현충근린공원, 도덕산 등 자연친화적 공간을 배후로 두고 있으며 광명 내 최고 번화가인 철산역 주변에 위치한 광명시청, 수원지방법원 광명시법원, 철산로데오거리 등 각종 행정·생활편의 시설과도 가깝다.

조합장 뇌물수수 여파로 집행부 와해…연내 보궐선거 준비 중

현재 철산주공 10·11단지의 재건축 사업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지난 10월 대의원총회에서 조합장을 비롯한 감사와 임원진들이 대거 해임됐기 때문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전임 조합장의 해임사유는 ‘뇌물수수’였다. 철거업체와 재건축사업장을 연결시켜주는 브로커에게 각종 향응과 고가의 선물 그리고 돈을 받은 정황이 검찰에 포착되며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집행유예 8개월의 선고가 내려졌다. 그러나 전임조합장은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 빌렸을 뿐이다”며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 주민들에 따르면 전 조합장은 재판에 회부되며 조합원들로부터 해임을 당했다. 이후 이곳 단지는 보궐선거를 통해 사업의 정상화를 꾀하는 중이다. ⓒ스카이데일리

또 2명의 감사와 8명의 이사진이 해임된 이유는 조합장의 재판 회부 사실에 대한 정확한 고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조합원들은 전임 조합장의 재판과정 탓에 사업추진이 늦어졌고 이를 제대로 파악해 감시해야 할 감사들과 이사진의 업무태만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봤다고 여긴 것이다.

지분제와 도급제

지분제란 아파트 재건축에 있어 시공사가 ‘사업 전반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말하며 계약 시 조합원의 무상지분율이 확정된다. 반면 도급제는 시공사가 ‘건축공사’만 책임지는 계약방식으로 조합이 공사간접비용과 공과금 등을 부담해야 한다.

스카이데일리가 찾은 ‘철산주공 10·11단지 재건축조합사무실’은 조합장 및 감사·이사의 보궐선거 준비로 한창이었다. 이곳 관계자는 “지난 1일 총회를 열고 조합장 및 기타 직의 잔여 임기에 대해 보궐선거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아직 일정은 확정짓지 못했으나 28일을 전후로 해서 연내에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재는 재건축 사업 추진이 올 스톱 됐지만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주민의 합심을 이뤄내 내년부터는 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낼 것이다”고 말했다.

시공사 선정 유찰에도 ‘지분제’ 고집…주민들, “8·9단지와 별 차이 없어”

철산주공 10단지와 11단지는 모두 5층 규모로 43㎡(약 13평)과 49㎡(약 15평) 두 가지 평형으로 이뤄져 있으며 10단지가 17개동 580세대, 11단지가 14개동 500세대로 구성돼 있다.

용적률 250%를 적용받은 이곳은 지난 2009년 신청한 안전진단이 이듬해인 2010년 통과하면서 본격적인 재건축에 착수했다. 2011년 10월 추진위원회가 설립되고 지난해 10월 조합설립인가까지 마치며 재건축 성공에 한 발 더 다가서는 듯 했으나 지난 9월 시공사 선정에서 한풀 꺾인 모습이다.

▲ 주민들은 연내 조합을 정상화시키고 내년 봄 다시 시공사 선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주변단지와 같이 지분제를 통한 재건축사업을 원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통상 ‘지분제’를 부담스러워 하는 건설사들이 이곳의 시공사선정 입찰을 외면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9월 17일 진행된 입찰마감을 앞두고 대림산업만이 입찰의사를 표명해(최소 2개사가 참여해야 입찰 성립) 결국 유찰을 맞게 된 것이다.

유찰을 맞자 조합은 황급히 ‘도급제’로의 전환을 검토했고 이를 안건으로 하는 총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조합장과 감사·이사진들의 해임처분으로 조합 수뇌진이 와해되면서 사실상 도급제전환은 물거품이 됐다.

주민들은 여전히 지분제 방식의 사업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도급제 전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 조합원 반발은 자명한 일이었다”면서 “대부분 조합원들은 시공사 선정이 유찰됐음에도 불구하고 도급제전환은 생각하지도 않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민들이 지분제를 고집하게 된 원인으로는 인근 8·9단지의 재건축사업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철산주공 10·11단지와 가마산로를 두고 마주한 ‘철산주공 8·9단지’의 재건축사업이 지분제로 진행되고 있으며 지난 10월 지분율 변동이 없는 ‘확정지분제’를 제안한 GS건설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이곳 8·9단지와 10·11단지 모두 사업성이 우수한 것은 사실이다”고 운을 뗀 뒤 “하지만 업계는 8·9단지가 10·11단지보다 사업성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0·11단지 주민들은 고작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데 사업성에 얼마나 차이가 나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8·9단지는 10·11단지보다 지하철역이 가깝고 용적률 299.29%를 적용받아 지하2층 지상40층 4132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어서 시공사 입장에서는 8·9단지 사업성을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 10·11단지 사업성은 낙관…지분제 두고는 반응 엇갈려

집행부 공백으로 재건축에 난항을 겪고 있는 철산주공 10·11단지의 현재 시세는 43㎡(약 13평)가 2억4000만원, 49㎡(약 15평)가 2억8000만원 선에서 각각 거래되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10·11단지 재건축 전망을 밝게 내다봤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구로디지털단지·가산디지털단지 등의 배후입지가 좋고 지하철 7호선 철산·광명사거리역 등을 이용한 교통편도 나쁘지 않은 곳이다”며 “서울·인천 등과의 연결성이 좋아 재건축이 이뤄지면 괜찮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철산동은 아파트 밀집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미분양이 나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곳이다”면서 “일단 지으면 팔려 나간다”고 말해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하지만 일부 부동산 관계자들은 조합원들의 지분제 고집에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시공사들은 자신들의 이익 적정선을 책정하고 이에 맞게 행동한다”며 “어지간한 시공사들은 지분제를 주장하는 단지에 대해서 회의적인만큼 조합이 잘 판단해야한다”고 충고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미 지난 유찰된 적이 있음에도 고집하는 것이 올바른지 잘 살펴야 할 때다”며 “시공사들이 돈이 되는 곳이면 컨소시엄이라도 구성해서 달려드는데 도급제 이야기가 돌때만 관심을 보인 것을 봤을 때 솔직히 10·11단지의 지분제방식 사업은 회의적이다”며 부정적 전망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