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주부’의 시대도 ‘바깥 남편’도 아닌 시대

도표로 본 ‘이슈 인 뉴스’

이화영 기자(leehy@skyedaily.com)

기사입력 2014-12-20 00:02:59

▲우리나라는 유달리 남존여비(男尊女卑) 문화가 짙게 뿌리내려 왔다. 특히 여성이 사회활동과 일을 한다는 것에 우리 국민들은 여전히 편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에 여성임원이 나오거나 그 숫자가 늘면 뉴스가 되는 것은 그 현상의 단면이다. 물론 여성에 대한 이 같은 편견은 여성 비하 이전에 ‘안 일’과 ‘바깥 일’을 엄정하게 구분 지으려는 우리 전통문화가 생활 속에 뿌리 내린데도 기인한다. 부인을 ‘안 사람’ 내지 ‘아내’라고 부르는 것도 우리 국민들의 잠재된 인식이 표현된 현상이다. 반면 남편은 ‘바깥사람’ 또는 ‘바깥양반’ 등으로 불린다. ▲여성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가사일’을 하는 사람으로 치부되고 있다. 하지만 통계청의 조사자료(한국의 사회동향 2014, 2013년 기준)를 보면 여성의 41.7%가 ‘일이 우선’이라고 한 반면 ‘가정 우선’이라고 답한 비율은 16.8%에 불과했다. 일과 가정이 비슷하다는 응답도 41.5%에 달해 일을 중요시 하는 여성들의 비율이 83.2%에 달했다. 이는 10명의 여성 중 8~9명이 ‘가정에서 탈출하고 있거나 탈출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학력별, 나이별로 차이는 있다. 학력이 높을수록 그리고 젊을수록 가정 보다 일을 우선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졸 이상의 경우는 가정 보다 일 우선 여성이 절반에 가까운 48.5%에 달했다. 반면 중졸 이하는 34.1%에 그쳤다. 우리 사회에서 ‘스마트 여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배경이다. ▲나이별로 보면 놀라운 변화가 보인다. 20대의 경우 일을 우선한다는 여성이 63.3%에 달해 남성 64.8%와 비슷했다. 이는 20대 젊은 층의 사회생활에 대한 인식이 남녀 모두 같아져 가는 현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놀랍다. 20대는 ‘일과 가정이 비슷하다’는 비율도 남성 25.5%. 여성 26.1%로 얼추 같았을 뿐만 아니라 ‘가정 우선’ 비율도 남성 9.7%, 여성 10.7%로 유사한 수치를 보였다. 반면 30~60대 여성들은 20대와는 전혀 다르게 일을 우선하는 비율이 30%대에 머물렀다. 30~60대 남성들의 일 우선 비율이 60%대인 것과 대비를 이룬다. 가정 우선 비율도 30~40대는 20대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은 바람직한 취업시기와 관련해서도 절반 정도인 50.7%가 가정일과 관계없이 계속 취업할 것이라는 응답을 보였다. 이는 지난 1998년의 29.0%에 비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반면 결혼 전까지만 취업하겠다는 여성은 4.3%에 불과해 1998년의 13.4%에 비해 훨씬 작아졌다. 종합하면 학력이 높고 젊은 여성들이 가정과는 무관하게 직업을 갖고자 하는 성향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를 반영하듯 여성들의 취업 장애요인으로 1988년에는 사회적 편견이 비교적 높았지만 2013년에는 육아부담이 절대적으로 높았다. ▲우리 사회는 경제발전과 궤를 같이 하면서 많은 변화양상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여성의 일에 대한 관점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 유독 눈에 띤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여성들의 취업이 계속 증가해 남성의 영역을 더욱 깊고 다양하게 파고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더 이상 아내를 ‘안 사람’으로 부르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다. 실제로 여성배우자의 소득 비중이 꾸준히 증가추세다. 2006년의 경우 여성배우자의 소득비중이 13.4%였으나 지난해에는 15.2%로 1.8%p 증가했다. 여성의 경제능력 확대는 이제 도도한 트렌드가 됐다는 것이다. 더 이상 경제능력으로 남자는 우월하다는 편견을 가질 수 없는 시대다. 여성이 이처럼 사회에 다양하게 진출해 국가경제를 견인하는데 기여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박근혜 정부도 여성채용을 늘려 국가경제에 성장동력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여성이 일을 중시하면서 출산, 육아 문제가 소홀해지고 있다는데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활발한 사회진출이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저출산 위기론이 심각하게 대두된 상황에서 우리는 여성의 활발한 사회진출을 긍정의 눈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꼽힌다. 하나는 영유아 복지정책의 확대이고, 또 하나는 남성이 가사일 분담을 늘리는 방법이다. 전자의 대책은 현 정부가 무리수를 두어가면서까지 이미 행보로 옮기고 있는 중이다. 결국 여성의 사회진출을 진작시키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남성들이 가사일을 적극적으로 분담하는 길 이외에는 없다. 우리나라 남편들은 그러나 식사준비(3.9%), 세탁(6.7%), 집안청소(8.4%), 장보기(5.7%), 아픈 가족 돌보기(6.0%) 등 가사일 분담비율이 현저히 적다. 소소한 집수리(66.9%)만 높다. 여성의 노동력을 십분 활용하고 저출산 문제도 해결하려면 남성들이 ‘전업주부의 일’을 맡는 일 이외에는 대안이 없어진 것과 다른 양상이 남성사회에서는 여전한 것이다. 우리나라 모든 남성들에게 닥쳐오고 있는 도도한 트렌드를 남성들은 지금 애써 외면하고 있다. 20대가 그 변화를 주도해 가고 있기에 그 파고는 분명히 높다. 더 이상 남자들은 ‘바깥 사람’이 아닌 시대가 오고 있다.

▲ 취업자 중 ‘가정보다 일이 우선’이라는 비율은 남성이 64.3%로 여성(41.7%)보다 22.6%p 높았다. ‘가정이 우선’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이 16.8%로 남성(8.0%)보다 8.8%p 많았다. 여성의 경우 ‘가정보다 일을 우선시’하는 비율은 20대에 63.3%로 남성(64.8%)과 비슷한 수준이나 30대부터는 40% 이하로 낮아졌다. 여성은 학력이 높을수록 ‘가정보다 일을 우선시’하는 비율이 높지만 남성은 교육수준별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

▲ 여성 취업을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은 2013년 84.4%로 1998년 이후 80%를 상회했다. 여성이 “가정 일과 관계없이 계속 취업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998년 29.0%에서 2013년 50.7%로 21.7%p 증가했다. 반면 ‘결혼 전까지’, ‘자녀 출산 전까지’, ‘자녀 성장 후’ 취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감소했다. 여성 취업의 장애요인 중 ‘육아부담’ 응답은 1998년 30.8%에서 2013년 48.5%로 17.7%p 증가한 반면 ‘사회적 편견’이나 ‘여성의 능력부족’이라는 응답은 줄었다.

▲ 부부간 가사역할 분담에서 식사준비와 세탁은 80% 이상 아내가 주로 수행했다. 반면 집안수리는 약 70% 정도가 남편이 주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픈 가족 돌보기, 장보기, 집안청소 등은 ‘부부가 공평하게 분담한다’는 비율이 20~30%로 식사준비나 세탁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부부가 공평하게 가사에 참여’하는 비율은 한국이 일본보다는 높지만 북유럽이나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는 매우 낮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 여성배우자 소득 비중은 2006년 13.4%에서 2013년 15.2%로 1.8%p 증가했다. 1~4 소득분위에서 여성배우자의 가구소득 기여도는 1.2~1.5%p 증가한 반면 고소득계층인 5분위에서는 2006년 16.2%에서 2013년 18.9%로 2.7%p 늘어났다.

▲ 자료:통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