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종합일간지

“개그 위해 태어나 4분 위해 1주일 고민하죠”

“개그 위해 태어나 4분 위해 1주일 고민하죠”
최수락(개그맨)…무일푼 시골뜨기 갖은 고생 끝 ‘웃찾사’ 인기코너 부상

정성문 기자(mooni@skyedaily.com)

기사입력 2015-01-19 00:05:37

SBS의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인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은 지난 2003년 스타밸리 출신 개그맨이었던 심현섭·이병진·강성범 등이 소속사와 마찰을 일으키면서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를 나와서 만든 프로그램이다. 2003년 4월 첫 방영을 시작한 웃찾사는 방영 초기에는 개콘 출신 개그맨들이 주도하면서 개콘과의 차별성이 떨어져 인기를 끌지 못했다. 기대만큼 시청률이 나오지 않자 개콘에서 넘어왔던 몇몇 개그맨들이 다시 개콘으로 돌아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웃찾사의 전성기는 ‘행님아’, ‘택아’, ‘그런거야’, ‘비둘기 합창단’ 등의 코너가 전국적인 인기를 끌던 2004년부터였다. 라이벌 프로그램이었던 개콘의 시청률을 앞지르며 한때 시청률 30%에 이른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2005년 최고의 인기를 구사하던 웃찾사 소속 개그맨들이 소속사와 맺은 노예계약이 세간이 알려지면서 일대 파문이 일었다. 스마일매니아(대표 박승대) 소속개그맨 윤택·정만호·김태형·김신영 등은 “자신들이 계약금을 거의 받지 못한 상태로 무려 10~15년에 이르는 장기 계약을 맺었다”며 이를 무효화할 것을 주장했다. 노예계약 파문 이후 웃찾사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 웃찾사는 2010년 10월 방송을 마지막으로 7년 6개월 만에 폐지됐다. 3년간의 숨고르기를 마치고 웃찾사는 지난 2013년 부활해 현재까지 방영 중이다. 과거 웃찾사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힘쓰는 젊은 개그맨들이 있다. 웃찾사 최고 인기 코너인 ‘서울의 달’에 출연 중인 최수락(30)이 그 주인공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시골에서 상경한 개그지망생에서 인기 개그맨으로의 도약을 준비 중인 그를 만나봤다.

 ▲ 개그맨 최수락은 개그맨의 꿈을 안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큰 꿈을 품고 왔지만 서울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개그 지망생이었던 그는 혹독한 인생 트레이닝 끝에 SBS 공채개그맨이 됐다. 그는 현재 웃찾사의 화려한 재기를 위해 열심히 노력중이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무작정 상경, 돈도 못 받고 허드렛일을 하면서 시작한 개그 인생
 
“TV에 나오는 4분을 위해 저와 선배는 일주일 동안 고민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매일 고민을 합니다. 심지어 녹화가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고민에 고민을 합니다.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는 것이 제가 가야 할 길이며, 그것이 저의 꿈입니다”
 
최수락(30)은 데뷔 4년차에 접어드는 SBS 공채탤런트 개그맨이다. 경상북도 군위군 무성리가 고향인 그는 학창 시절을 대구에서 보냈다. 그는 병역의 의무를 마치고 개그맨이라는 큰 포부를 안고 서울로 무작정 상경했다.
 
“고향이 경상북도 군위인데, 서울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개그맨이 되겠다’라는 꿈 하나만 갖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어요. 얼핏 대학로에서 개그맨들이 공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혜화동에 있는 대학로를 찾아갔어요. 그러다 개그맨들이 정기적으로 공연하는 허둥홀을 알게 됐어요. 그곳에 들어가면서부터 저의 개그 인생은 시작이 됐어요”
 
최수락은 23살에 서울로 올라왔다. 그러나 그는 서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큰 포부를 안고 상경했지만 가진 것 하나 없는 그를 반겨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다행히 먼저 서울에 올라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가 있어, 그곳에서 더부살이를 시작했다.
 
“허둥홀 선배들은 제가 개그를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보지 않고 저의 열정 하나만 봤어요. 제가 갖고 있는 장점 중 하나가 개그에 대한 열정이었습니다. 허둥홀에서 개그를 배우면서 돈 한 푼 받지 않고 허드렛일부터 시작해서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저에게는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이 큰 기쁨이었어요”
 
 ▲ 대학로 소극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개그 내공을 쌓은 최수락은 웃찾사 서울의 달에서 맹활약 중이다. 시골출신의 경험을 무대로 옮겨 시청자들에게 매주 금요일 큰 웃음을 주고 있다. [사진=방송캡쳐]

최수락은 대학로에 있는 허둥홀에서 무대경험을 서서히 쌓아갔다. 그러나 아무리 열정과 패기로 시작했다고 하더라고 개그지망생에게 서울 생활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병역의 의무를 마치고 무작정 서울에 올라온 탓에 집에다가 손을 벌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돈이 없어서 무대 위에서 잠을 잤습니다. 집에 갈 차비가 없어서 4시간이 걸려서 집에 돌아 온 적도 있습니다. 배는 고픈 데 먹을 게 없어서 가까운 편의점에서 날짜 지난 삼각 김밥을 얻어먹으며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지금은 술 한 잔 하면서 안주 삼아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추억거리이지만 당시에는 정말 막막했습니다”
 
허둥홀에서 개그지망생으로 시작한 그는 수입이 전혀 없었다. 이런 사정으로 개그맨의 길을 가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의 꿈 하나만을 보고 전진했다. 부족한 생활비는 선배 개그맨들의 지방공연에도 따라다니며 용돈 겸 출연료도 받고 돌잔치 사회를 보고 받은 돈으로 충당했다.
 
“지금은 유명해진 김기리, 임우일, 이성동 등과 허둥홀에서 동고동락하며 지냈어요. 좀 더 새로운 개그를 배우고 싶어서 허둥홀을 나와 개그맨 박준형이 운영하는 갈갈이 극장에 들어갔어요. 경험을 계속 쌓다보니 자신감이 생겨서 개그맨 시험을 봤어요. 그런데 번번이 시험에 떨어졌어요. 개그맨 시험은 1년에 한 번밖에 없어서, 한 번 떨어지면 1년을 또 기다려야 했는데 저로써는 그게 가장 답답한 일이었습니다”
  
허둥홀에서 쌓은 그의 개그 내공은 갈갈이 극장으로 옮기면서 깊이가 더해졌다. 개그맨 시험에 떨어져 대학로 소극장 공연에 머물러 있던 그는 개그 지망생들에게 문을 열어주던 KBS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스타’로 방송 출연을 시작했다.
 
“개그스타에서 1회 출연에 20만원의 돈을 받았어요. 다른 사람들한테는 20만원이 작은 돈일지 몰라도, TV에 출연하고 받은 20만원은 저에게는 큰 자극제가 됐어요. 마치 개그맨이 된 것 마냥 신이 났어요. 방송 출연은 저에게 힘을 주는 청량제였어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개그에 대한 열정
 
대학로와 방송 출연으로 개그 실력을 쌓은 그는 2012년 SBS 공채 12기 개그맨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시험 합격 후 SBS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투나잇’에 투입이 됐었고, 현재는 같은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인 ‘웃찾사’에서 ‘서울의 달’이라는 코너로 맹활약 중이다.
 
 ▲ 시골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최씨는 경상북도 군위 무성리가 고향이다. 웃찾사에 출연하면서 그는 고향에서도 인기스타가 됐다. 서울의 달의 배경이 되는 무성리가 TV 전파를 타면서 그의 이름이 동네에 소문이 났다.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경북에서 하는 지역행사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스카이데일리

“지난여름에 개그맨들끼리 야유회를 간 적이 있어요. 저의 사투리와 특이한 억양을 눈여겨 본 선배가 콩트를 한 번 만들어보라고 권유했어요. 저도 어려서부터는 시골생활을 해 본 터라 제 경험을 토대로 도시와 시골의 차이를 만들어 보려고 시도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첫 대본은 5분만에 만들었어요”
 
지난 해 12월 첫 전파를 탄 웃찻사 ‘서울의 달’ 코너는 세상물정 모르는 시골촌놈이 서울에 올라오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소재로 하고 있다. 최수락의 실제 고향인 경상북도 군위군 무성리를 배경으로 하는 이 코너는 그의 경험을 기초로 만든 코너다.
 
이 코너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 배경은 코미디의 미덕인 풍자와 해학이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최수락은 이 코너를 통해서 가부장적인 권위, 여성들의 가치관, 서울의 높은 집값 문제 등에 대해서 풍자하고 있다.
 
이를테면 지난 9일 방송된 ‘서울의 달’의 내용을 보면 이 코너가 어떻게 웃음을 유발시키는 지 알 수 있다. 코너에서 시골 촌놈으로 나오는 최수락은 “무성리에 집을 팔아서 서울로 올라왔는데, 서울에서 50평짜리 넓은 아파트를 사고 싶다”며 어처구니 없는 소망을 이야기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극중 파트너 박영재는 “서울에 50평짜리 아파트를 살려면 무성리 마을 전체를 팔아야 한다”며 현실적인 대답을 해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시킨다. 이 대화가 웃기는 이유는 서울시의 집값이 너무 높다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저는 행운아인 것 같아요. 여타 다른 부모들처럼 저희 부모가 제 앞길을 막은 것도 아니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오히려 지원을 아끼지 않았어요. 부모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개그맨이 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을 할 겁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명예와 돈이 따라 올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유명한 개그맨이 된다면 좋은 가정을 이뤄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최수락은 시골 출신 개그 지망생에서 이제는 어엿한 공중파TV에 출연하는 개그맨으로 거듭 났다. 이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 그가 본인의 꿈처럼 유명한 개그맨이 될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 내내 개그에 대한 열정만은 누구보다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그것이 그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힘이라는 것으로 느끼게 했다.
 
국민MC 유재석도 오랜 무명 시절을 거쳐 지금과 같은 톱스타가 됐다. 유재석이 오랜 무명 기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도 개그에 대한 열정이었다. 개그에 대한 열정이 있는 한 최수락도 유명 개그맨이 될 수 있는 길은 충분히 열려 있었다.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스카이데일리에 있습니다.